91. 잣대

by 청리성 김작가
사랑의 크기와 비례하는 기대감

회사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할 때, 평가를 시행한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과 목표 대비,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살펴본다.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잘한 점에 대해서는 칭찬이나 포상을 한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는 방법 등에 대해 조언을 해주거나,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


매년 하는 평가지만, 평가할 때마다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은 다르지 않다.

평가자의 점수와 평가 대상자의 기대 차다. 자신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 평가 대상자는, 그 차이를 더 크게 느낀다. 근무 기간이 오래된 직원일수록, 차이를 크게 느낀다. 업무에 대한 성과나 열심히 한 부분 이외에, 근무 기간만큼 곱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퇴직금처럼 말이다. 그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근속 기간이 긴 만큼, 보이지 않게 기여하는 것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문화를 잘 알기 때문에, 문화에 벗어나는 판단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거래처 담당자와 히스토리를 잘 알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본인들도 알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기대가 커지는 것만큼, 생각도 함께 커지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쉽다.

기대는 커지는데, 생각이 그 자리에 있으면 오해가 생긴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선다. 근무 연수가 길다는 것은, 경력이나 직급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에 맞는 업무 성과나 그밖에 생활에서 보여줘야 할 가치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하던 대로 하면서 자신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주임이면 사원보다 더 어려운 업무를 해야 한다. 과장이면 대리보다, 중간관리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주임이 되었지만, 사원의 생각과 업무만 하려고 한다. 과장이 되었지만, 자기 일만 하려고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열심히 했는데 왜 점수가 생각보다 낮은지 이해하지 못한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게 된다.

내 아이가 인사하지 않으면 엄하게 혼을 내지만, 다른 아이가 인사하지 않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것과 같다. 혹여 애정을 갖는 아이가 그러면, 좋게 일러주기는 한다. 인사하지 않아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사랑은 아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주고,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이다. 아이는 혼날 때, 서운한 마음이 들거나 기분이 나쁘겠지만, 성장하고 공동체 생활을 할 때 알게 된다. 익숙하게 인사하는 모습은 좋은 인상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부모는 자신들의 손을 떠나야 하는 아이의 훗날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마땅히 갖추어야 할 모습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에게 엄중한 잣대를 대는 자세가 필요하다.

엄중함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 타인에게 돌리면 그것은 시기와 질투가 된다. 비교하면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찾게 되고, 그것을 불만의 불씨로 사용한다. 점점 커진 불씨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랗게 번진다. 그 불길의 피해와 상처는 결국 자신이 입게 된다.

자신에게 돌리면,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안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자기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더 크게 벗어날 수 있는 지점에서,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불편함은 마음에 채기를 느끼게 하지만,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통해 뚫리게 할 수 있다. 불길의 상처와 소화제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는, 자신이 이미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