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초: 에이스 투수도, 1회는 힘들어한다 1

처음부터 쉬운 것도, 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by 청리성 김작가
위기의 시작


[캐스터] 네! 야구 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억대 같은 비가 멈추고, 맑은 날씨에서 경기가 치러지게 됐습니다!

[해 설] 네! 오전에는 경기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주 맑은 날씨가 됐네요!

[캐스터] 네! 그리고 사실, 오전 같은 비라면, 예전 같으면 경기를 할 수 없지 않았을까요?

[해 설] 맞습니다. 지금은 워낙 방수 기술이 뛰어나서 금방 정비를 하지만, 예전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아마 경기를 못 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캐스터] 네! 지금 경기장을 보면, 비가 오지 않은 것처럼 깔끔합니다!

[해 설] 보기에는 그렇게 보여도, 사실 비가 왔기 때문에 구장 상태는 온전하지 않습니다. 잔디에 물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미끄러질 수도 있고 타구가 먹혀서 잘 굴러가지 않을 수 있어요. 또, 흙에 물기가 있어서, 불규칙 바운드를 조심해야 해야죠!

[캐스터] 말씀대로라면, 오늘의 변수는 오전에 내린 비가 될 수 있겠네요! 네!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원정팀의 1번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옵니다!


첫 번째 타자가 들어오자, 원정팀 응원단과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서 그들의 음악에 맞춰 그들의 응원 동작을 시작했다. 군무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이 광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저런 열정을 가질 수 있다면, 저런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언제 저런 느낌이 들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도 잡히지 않자, 나도 모르게 웃음 반 짠함 반을 섞은 소리 없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해 설] 모든 경기가 그렇지만, 첫 타자 승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죠. 처음에 주도권을 넘겨주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도 하거든요. 투수가 그걸 제일 잘 아니까 더 긴장될 겁니다.


“땅”


[캐스터] 네! 선투 타자 안타입니다. 초구부터 바로 배트가 나오네요!

[해 설] 초구를 노리고 들어온 것 같습니다. 초구부터 작정하고 나온 것 같네요. 베테랑 투수다 보니,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아마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캐스터] 네! 말씀대로 첫 타석에서 초구 노림수가 정확하게 통한 것 같습니다. 타자가 주자로 바뀝니다.


노래에 맞춰 응원하던 원정팀 응원단은 마치 홈런이라도 친 것처럼, 방방 뛰면서 타자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쳤다. 시작부터 좋은 결과가 나오니 좋을 수밖에.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은, 처음에 좋은 결과를 내본 사람만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개 끗발이라도 좋으니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내봤으면…. 그렇게 타자의 이름을 몇 번을 외치더니, 다음 다자의 등장에 맞춰 음악이 바뀌고 다른 동작의 응원이 시작됐다. 야구장에 얼마나 많이 왔으면…. 뭐든 오래 하면 저렇게 되는 걸까?



[캐스터] 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초구~ 볼, 볼입니다. 첫 타자와 같은 코스였는데, 이번 타자는 지켜보네요?

[해 설] 공 하나 정도 차이로 살짝 빠졌네요. 초구랑 같은 코스에 공을 던진 건 베테랑 투수의 배짱이죠! 칠 테면 쳐봐라! 뭐 이런 겁니다. 아쉽게 볼이 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신경전이 대단하네요.

[캐스터] 네! 2구~ 떨어지는, 볼! 볼입니다.

[해 설] 타자가 이번에는 잘 참았네요! 초구는 놓쳤다고 봤거든요? 이번 공은 잘 골랐네요.


[캐스터] 네, 연속 볼로 타자의 카운트가 됐습니다. 투수가 좀 몰리는 상황이네요. 3구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네! 1루, 견제해봅니다.

[해 설] 이번 타자도 발이 빠른 선수라 기습 번트 작전이 나올 수 있겠는데요. 그리고 지금 투 볼이기 때문에, 타자가 노려볼 만한 카운트예요. 치고 달리는 사인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한 발이라도 묶어두는 게 좋죠.


[캐스터] 네!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3구! 몸 쪽~! 아! 볼이네요! 포수가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심판의 판정은 확고해 보입니다. 볼 카운트가 완전히 몰리게 됐습니다.

[해 설] 많이 빠지는 게 아니라, 공이 한두 개씩 빠지는 걸 심판이 안 잡아주는 것도 있고, 타자가 잘 고르네요! 아무리 베테랑 투수라고 해도 이런 건 힘들죠! 만약 볼넷이 되거나 안타를 맞게 되면, 투구 수는 투구 수대로 많아지고 출루는 출루대로 내주게 되니까 기운 빠지죠!


[캐스터] 네! 투수가 불리한 카운트에서 던집니다! 스트라이크! 이번 공은 가운데 잘 꽂혔습니다. 타자는 공을 한번 지켜봅니다.

[해 설] 이번 공이 승부구가 되겠네요!

[캐스터] 네! 5구! 바깥쪽! 스트... 아! 이번에도 빠졌나요? 투수! 매우 허탈해합니다.


[해 설] 허허, 저건 잡아줘도 타자가 할 말이 없을 텐데요. 참 답답하겠네요! 배트가 나오지 않은 공은 공 한두 개 차이로 빠지고, 배트를 끌어내려고 던지는 공에는 반응하지 않고. 저러면, 던질 공이 없어지죠!


[캐스터] 네! 홈팀 투수가 1회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 설] 아직 1 회고, 주자 1, 2 루라서 땅볼로 병살을 유도하면 되니까 아직 괜찮습니다! 그리고 공이 나쁘지 않거든요. 조금만 영점 조정하면 승부해 볼만 할 것 같습니다!

[캐스터] 네! 이번 타자 승부가, 양 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게 됐습니다. 초구! 아! 이번에는 많이 빠지네요. 포수가 잘 커버해줬네요.

[해 설] 네! 이번 공이 빠졌으면, 주자 2, 3루가 되는 상황인데, 포수가 잘 막았네요. 무사 주자 1, 2와 2, 3루는 천지 차이거든요. 투수가 몸에 힘이 들어가네요 .


[캐스터] 네! 투수가 크게 숨을 몰아쉬고, 모자를 벗어 땀을 닦고 있습니다! 신중하게 사인을 보고 던집니다. 어? 맞았어요. 보호대 쪽인 것 같긴 한데 소리가 컸거든요.

[해 설] 네! 저 팔 쪽은 보호대가 있더라도, 저 정도면 충격이 좀 있겠습니다.

[캐스터] 네! 트레이너가 나오네요.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할 텐데요. 아! 네! 괜찮은 것 같습니다. 타자가 1루로 나갑니다. 이제 무사 만루가 됐습니다! 투수가 초반부터 많이 흔들립니다!


[해 설] 경기 초반이라 지금은, 최소한의 실점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내야수들이 전진 배치되는 걸로 봐서도 그런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캐스터] 저런 걸 압박 수비라고 하죠? 여기서 이렇게 봐도 타자 입장에서는 수비수들이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형상이라 부담이 되겠네요. 충분히 압박되겠어요.

[해 설] 그렇죠! 내야 땅볼이 나올 경우, 홈에서 점수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인데요. 어차피 내야를 빠져나가면, 2점을 주게 되기도 하고, 정상 수비에서 깊은 내야 땅볼은 홈 승부가 어렵거든요. 좀 극단적인 수비지만, 경기 초반이기 때문에 시도해볼 만하죠!


위기 상황은 언제든 극복할 수 있다.


“에이~ 오늘은 안 되겠네!”

벌써 술에 흥건히 취해있는 덩치 큰 아저씨가 씩씩거리며,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무사 만루라면, 아무리 못해도 1~2점, 많게는 3~4점까지 날 수 있으니 수비하는 처지에서는 최대의 위기 상황이다. 더군다나, 다음 타자는 팀에서 가장 잘 친다는 4번가 아닌가!


“본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 뭘? 아, 지금 상황? 홈팀으로서는, 초반부터 쉽지 않은 승부인 건 사실이야! 야구는 그래서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매우 중요하거든. 그래서 에이스 투수라고 해도 1회에 고전하는 선수들이 있어. 그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그날의 승부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지금처럼 자의든 타의든, 잘 안 풀리는 상황도 있는데, 그걸 잘 극복하는 투수는 빠르게 자신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극복하지 못하는 투수는 초반에 무너지는 거지. 그래서 에이스 투수가 3이닝도 못 채우고 내려가는 일도 있어. 또 어떨 때는, 1회에 30구 가까이 던져서, 그날도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6회까지 던지고 승리투수가 될 때도 있지. 그래서 나는, 1회 모습이, 그날 투수의 컨디션을 대변할 수 없다고 봐. 그래서 아직 뭐라고 판단하기는 좀 일러.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본부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 어깨에 손을 얹으셨다. 그리고 두어 번 어깨를 토닥이시면서 반쯤 감은 눈으로 부드럽게 쳐다보시고는 맥주를 입으로 가져가셨다.

뭐지? 손길은 가볍고 눈빛은 흐릿했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내 어깨를 토닥였던 손길을 타고 전해오는 자릿함과 흐릿하지만 전해오는 따뜻함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담겼다.


[캐스터] 네! 이제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원정팀 입장에서는 초반에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해 설] 네! 이번 승부가 오늘 첫 번째 승부처가 되겠네요. 원정팀은 최대한 뽑을 수 있을 만큼 점수를 뽑아야겠지만, 홈팀은 최소한의 실점으로, 분위기를 최대한 추슬러야 합니다. 지금까지 투수가 던진 공의 개수와 수비수들이 느끼는 긴장감만 해도 이미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거든요.


[캐스터] 네, 경기 초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번 초구는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요!

[해 설] 지금은 주자가 꽉 찼기 때문에, 투수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카운트가 불리하면 어쩔 수 없이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큰 거 한 방 맞는 거예요. 투수는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땅”


[캐스터] 초구! 잘 맞았어요! 중견수 쪽, 뒤로 뒤로~ 아! 생각보다 멀리 뻗지 못하는군요. 중견수! 중견수가 잡습니다. 3루 주자 태그업! 네! 홈으로 들어옵니다! 2루 태그업, 하지만 진루하지 못하고 다시 2루로 돌아옵니다! 원정팀에서 먼저, 선취점을 뽑습니다. 점수를 내기는 했지만, 뭔가 좀 아쉽겠어요?

[해 설] 그렇죠! 아무래도 4번 타자고, 타이밍도 잘 맞췄거든요. 하지만 아직 투구에 힘이 있다 보니 타구가 먹혔어요! 투수가 힘으로 이겨냈다고 봐야겠네요.


[캐스터] 네! 아웃 카운트 하나와 점수 한 점을 맞바꾸게 됐습니다. 지금의 이 상황이 어느 팀에게 더 유리하게 흘러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해 설] 이제 투수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게 됐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투수는 나쁘지 않거든요? 그 어려웠던 아웃 카운트 하나를, 그것도 팀에 4번 타자에게 뺏어 냈다는 건 큰 의미가 있죠. 큰 고비 넘겼으니 마음에 안정도 찾았을 겁니다. 위기를 넘기면 대범 해지거든요.


[캐스터] 네! 이제 1사에 주자는 1루와 2루입니다. 다음 타자도 중심 타자라 쉽게 승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해 설] 네! 지금까지의 전적으로 봤을 때, 12타수 7안타로 타자가 잘 공략했네요!

[캐스터] 그럼, 아무래도 투수가 부담이 좀 되겠는데요? 상대 전적이 밀리니까요.

[해 설] 그렇죠. 이게 신기한 게, 데이터가 거의 맞아떨어져요. 이번 승부, 정말 기대됩니다!


데이터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결과를 모아서 분석한 것이다. 과거의 결과물이다. 과거의 결과물로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것이 거의 맞아떨어지는 이유는 확률 때문이다. 확률이 높으니 맞아떨어질 가능성도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확률이 올라가면서 신뢰는 더 굳어지게 된다.


선입견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한두 번 반복되면서 그렇게 믿게 되고 그렇게 믿은 대로 되면 다시 한번 자기 생각을 확신하게 된다. 어쩌면 지금은, 과거에 결과로 만들진 선입견과 투수 심장의 승부라고 볼 수 있다. 팀을 떠나, 지금은 투수 심장의 승리를 바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누구나 예상하는 결과가 나오면, 희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마지막 잎새>에서 존시가 심한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맬 때, 담쟁이덩굴의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며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투수가, 나의 마치 마지막 잎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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