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쉬운 것도, 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경력은 가만히 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캐스터] 아, 네! 볼넷!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주자가 걸어가게 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상대 전적에서 열쇠 다 보니, 정면 승부를 못 했나 보네요?
[해 설] 부담스러운 상대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피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부담이 덜 가는 타자와 결정을 짓는 것도 하나의 전략입니다. 괜히 정면으로 들어갔다가 한 방 맞으면, 여기서 내려가야 할 수도 있거든요. 무조건 부딪히는 게 정답은 아니죠
[캐스터] 네, 말씀 들어보니 잘 판단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결과는, 지금 타자와의 승부에서 판가름 날 것 같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초구! 아, 좀 빠졌습니다. 볼! 2구! 아, 네! 볼! 투수가 상당히 아쉬워하는데요?
[해 설] 사실 저 볼도 아까처럼 스트라이크를 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 들어갔는데요. 그래서 S존을 빨리 파악해야 해요. 심판마다 다르니까요.
[캐스터] 심판마다 달라도 일관성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해 설] 그럼요! 지금처럼 일관성이 있다면 심판의 판정을 존중해줘야죠!
[캐스터] 다음 공! 네!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같은 코스였는데, 이번에는 들어왔네요! 이제, 투볼 원스트라이크. 타자는 다음 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울” “파울” ”파울“ “파울” 네! 계속 타자가 걷어내고 있네요?
[해 설] 타자와 투수 모두 끈질기게 승부하고 있네요! 결과가 어떻게 날지 더 궁금해지네요. 사실 저렇게 계속 걷어내면, 투수는 던질 공이 없어지니까 답답하거든요! 투수가 지금 많이 힘들 겁니다. 이 위기를 잘 이겨내줬으면 좋겠네요.
“땅”
[캐스터] 네! 쳤습니다! 유격수 옆으로, 아 잡았습니다. 2루 토스 아웃! 그리고 1루~ 네, 아웃! 병살! 병살이 나왔습니다! 끈질긴 승부 끝에 땅볼을 유도해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유격수의 멋진 수비가 나왔습니다.
[해 설] 네! 참 끈질긴 승부였는데, 유격수가 잘 처리했네요. 바운드가 예측했던 반대로 튀었거든요. 역모션에 걸렸는데, 맨손 캐치로 잘 처리했어요. 시작 때도 말씀드렸지만, 우천으로 바닥상태가 고르지 않아서 바운드가 어렵거든요! 어쨌든, 이번에는 투수가 이겼네요!
[캐스터] 네! 투구 수는 많았지만, 그래도 1점으로 막은 것에 의의를 둬야겠습니다!
“야~ 1회부터 짜릿짜릿하네. 그렇지 않아? 자! 1회를 보고 뭘 느꼈어?”
“네? 아. 네! 투수가 처음에 잘 안 풀린다고 포기했으면, 많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 텐데, 끝까지 집중해서 위기를 잘 넘긴 것 같습니다.”
“그래! 투수가 처음에는 위기에 처하긴 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으니까, 유격수 도움도 받고 잘 마무리하게 된 거지! 투수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1회를 끝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1회를 끝으로 보지 않았다는 게 어떤 의미죠?”
“1회니까 시작이라는 마음이 컸던 거지. 거쳐야 할 과정이고 이겨내야 할 숙명이라 생각한 거야! 위기에 처한 자신의 모습을 결론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과정으로 본 거지!”
“아! 잘 안 풀리는 자신의 모습을 결론이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는 거죠?”
“그렇지! 결론으로 보는 것은 ‘오늘은 안 되겠어!’, ‘나는 안되나 보다!’라는 생각으로 단념하는 거야. 투수가 오늘 상태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진작에 포기했다면,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거야.”
본부장님은 말을 마치시고, 맥주잔을 들어, 내 앞으로 내미셨다. 뭐하냐는 표정으로, 눈으로 내 맥주잔을 가리키시면서 고개를 한 번 까딱 추켜올리셨다. 나는 맥주잔을 얼른 들어, 본부장님이 내미신 맥주잔에 갖다 댔다.
“저 같은 신입도 적용되는 이야기죠? "
“눈치는! 하하하!”
본부장님은 맥주를 단숨에 들이켜시고, 오징어를 집어 입에 무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오래되지 않은 직원들이 자주 하는 표현이 뭔 줄 알아? ”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
“‘원래’, 원래라는 표현이야! 예를 들어 이런 거지. 엑셀 작업이나 파워포인트 작업이 필요한 업무를 시키려고 하면, 자신은 원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못 한다는 거야. 그 말은 뭐야? 자기한테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작업을 안 시켰으면 좋겠다는 말이잖아? 원래 못하는 거니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에 그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과하게 표현하면, 평생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못 하게 될 거야! ”
”평생이라는 말씀은 좀….”
“하하하! 그러니까, 좀 과하게 표현한다고 했잖아! 노력해보지도 않고 단념하기 때문이야. 어떤 것이든 처음부터, 해본 사람은 없어! 원래 해본 사람은 없는 거야. 안 그래? 그래서 안 해본 것을, 못 한다고 단정 지으면 안 되는 거라고!”
본부장님은 비우신 컵을 내 앞으로 내미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고, 나는 맥주를 따르면서 그 말씀을 들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재능이 있어서 빨리 습득하는 사람은 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는 거야. 경력이 많지 않은 이상, 대부분 업무가 생소하지 않겠어? 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 안 해봤으니까. 안 그래?”
맥주를 따라드리고 내 잔에도 채우려고 하자, 본부장님은 맥주를 빼앗듯 가져가시면서 따라주셨다. 따라주시는 맥주를 받으면서 질문하신 것에 대해 답변했다.
“네! 맞는 말씀인데, 그게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고요.”
본부장님은 그렇게 대답할 것을 아신 것처럼,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내려놓으시고 나를 지긋이 쳐다보시고 몸을 내 쪽으로 돌려서 말을 이어가셨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야구 씨의 모습을 결론으로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거야! 과정으로 봐! 새로 접하는 모든 업무를 야구 씨가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는 거야! 그래야, 새로운 걸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 새로운 것을 그렇게 받아들여야,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고. 야구 씨도 모르는,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발견하게 되는 거야! 그렇게 작은 승리들이 쌓여서 야구 씨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드는 거야! 오케이?”
“네, 명심하겠습니다!”
홈팀 투수가 1회의 상황을 겪으면서, 오늘은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단념했다면, 위기를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최악의 경기를 치르고 조기 강판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투수는 단념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최소한의 실점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 마음이 주변의 도움까지 끌어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는 거야! 내가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좀 급했나 보다. 조금은 여유를 갖자!
본부장님은 맥주가 담긴 컵을 들고, 다시 건배하자는 눈치를 주셨다.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맥주와 함께 넘겨버렸다. 시원하게 타고 내려가는 맥주와 버리고 싶은 생각이 쓸려내려갔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은 여유를 갖고 천천히 그렇게 한 걸음씩 내딛기로 다짐했다.
꾸준함이야말로, 결정적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무기다.
처음부터 쉬운 것도, 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오래전, 한참 영업하러 다닐 때가 떠오른다.
회사에서는 내부 조직을, 팀별 운영체계로 바꿨다.
팀을 5개로 나누고, 팀원을 2~3명씩 배정했다.
팀별 운영은, 영업부터 실행까지 모든 것을 팀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팀장에게 권한을 주고 모든 것을 운영하게 하지만, 책임도 함께 져야 했다.
가장 급한 불은 영업이었다. 영업해서 일을 받아야, 실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거래했던 담당자분들께 타 거래처 소개를 부탁했다.
협력업체 담당자들에게도 연결할 수 있는 거래처를 부탁했다.
각개전투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학회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회 행사할 때 부스가 들어오는데, 그때 마케팅 담당자들이 많이 온다는 정보를 얻었다.
많은 담당자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간단한 소개와 프로젝트 제안서를 만들어서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제안서에는 모든 내용을 담지 않고, 간략한 개요만을 담았다.
제안서의 역할을, 정보제공이 아닌, 다음 약속의 연결고리로 생각한 것이다.
제안서를 들고 학회장을 찾았는데, 막상 돌리려고 하니, 망설여졌다.
한마디로 쪽팔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한테 제안서를 돌리면서 영업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부스 전시장을 두 바퀴 정도 돌았다. 마치 부스 전시를 보러 온 사람처럼.
그러다가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내가 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제안서를 전달하게 됐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자세한 사항은 연락해주면, 찾아뵙고 설명해 드리겠다고 했다.
한번 그렇게 하자, 용기가 생겼다.
'별거 아니네!'
이런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게 되었다.
온 부스를 다 헤집고 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설명을 하게 되었다.
몇몇 담당자에게는 명함을 받는 성과도 이뤄냈다.
어떤 일을 처음 할 때, 시작 전에는, 머뭇거리게 된다.
두려움, 망설임, 긴장감…. 이런 느낌들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별거 아닌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심지어 재미까지 있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기고, 행동에 가속도가 붙는다.
그러다 보면 성과도 생긴다.
자신감과 성과가 만든 의미 있는 결과물은, 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게 해 준다.
작은 성공을 이뤘기 때문이다.
작은 성공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망설여지는 것이 있다면, 계획을 세우지 말고, 그냥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계획과 생각이 시작하는 걸음에 발목을 잡는다.
핑계를 댈 만한 건수가 생기면,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쉽게 주저앉게 만든다.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이유가 있는 거라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런 핑계들을 기다리며, 새로운 시작은 못 하게 된다.
생각으로 행동을 이끌려하지 말고, 행동으로 생각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면, 마음도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