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4

경력이 갖는 의미

by 청리성 김작가
경력자의 정의

“야구씨? 왜 이렇게 못 먹어? 입맛에 안 맞아?”

“아, 아닙니다. 맛있습니다. 잠깐 생각을 좀 하느라….”

“무슨 생각?”

“아, 네! 오전 회의 때는 날씨 변수가 있었고, 지금은 협력업체 변수가 생기는 걸 보고,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 없이 말한 내 말투가 어떻게 전달될지 눈치를 살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 정도로? 하하하. 농담이고. 야구씨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있어. 우리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그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협력업체와 일을 하게 돼 있어. 많은 협력업체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달라져. 우리가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도 하고, 다 내 맘 같지 않잖아?”

“네, 맞아요. 근데 그런 다양한 변수를 일일이 다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암담해지네요.”

“지금이야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 별거 아니야. 걱정 마!”

“그랬으면 좋겠네요….”


“야구씨는 경력자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경력자요? 일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 아닐까요?”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진짜 경력자는 어떤 업무를 능숙하게 잘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이슈가 생기면 그걸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야!”

“문제가 벌어질 것을 예측한다고요? 변수를 어떻게 예측하죠?”

“변수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변수에 따른 대응 방안이지!

오전 회의 때 날씨에 대한 이슈를 얘기했잖아? 그럼 비행기가 결항할 수 있고 참석자가 참석 취소를 할 가능성이 커지겠지? 참석자가 줄면, 예약한 호텔 객실이 많이 남게 되잖아?”

“네! 그렇죠!”

“그때 우리가 대응하는 방법은, 호텔 객실을 사전에 일부 먼저 줄이는 것과, 심해질 것 같으면 거래처에 행사 연기나 취소를 제안하는 거지.

협력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은, 그들이 얘기하는 것을 그대로 믿고 거래처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먼저 물어서 재확인해야 하는 거야. 아까처럼 사회자의 경우는, 일정 체크를 했는지 물어봤어야 하는 거지. 가장 중요한 것이 일정이니까.

뭐. 이런 거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배우게 될 거니까,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어. 밥 먹자.”

“네….”


날씨에 대한 변수는 천재지변이고, 협력업체에 대한 변수는 외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대안을 찾거나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우리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일이 그런 것 같다.

공장의 기계가 아니고서야, 정해진 상황과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언제나 변수와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기 마련이다.

일머리라는 것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하게 변화되는 상황에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머리.

학교에서처럼, 단순히 외워서 쓰는 머리와는 다른 것이다.

경험이 중요한 이유를 조금씩 알 것 같다.

다시, 야구장

“보면 알겠지만, 같은 경기장에서 플레이하니까, 주어진 상황은 같아. 같은 조건이라는 거지.

우리가 실수하면 상대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거야! 우리가 불리하면 상대방도 불리하다는 얘기지. 따라서 누가 더 빨리 적응하고 대처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되는 거야.”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 때, 이기는 방법은,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잘하려고 하기보다, 실수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야.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고 연습을 하는 거지.

대표적으로 번트 연습을 들 수가 있어. 중요한 상황에서는 번트가 아주 중요하거든. 특히 큰 경기에서 한 점이 필요할 때!
하지만 번트는 자주 대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순간이라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성공 확률이 많이 떨어져. 그래서 중요한 경기 전에는, 번트 연습을 별도로 하기도 해. 이렇게 다양한 상황을 그려보고 그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연습하면서 실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거야!”

“와!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는 잘하려고 하기보다 실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제 제가 머리가 좀 돌아가는 것 같네요. 하하하!”

“오~ 벌써 그런 생각을 했다면, 장한데? 자, 그럼 이 상황을 우리 일에 대입해보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 일이요? 아…. 그게…. 음…. 아! 다양한 일을 해보는 것에요! 다양한 상황에서 연습하는 것처럼 우리도 다양한 일을 해보면서 경험을 키우는 거예요!”

“하하하. 맞아. 많은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피하고 싶어 하거든! 나에게 주어진 일과 해야 할 일만 하고 싶은 거야. 물론 자신이 맡은 업무만으로도 버거 울 수 있어. 하지만, 그것보다, 아마 이런 생각 때문이 아닐까?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직장을 단순히,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거지!”

“다 그런 거 아닌가요? "

”물론, 직장이 경제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은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 경험하는 많은 것들이, 직급이 올라갈수록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지. "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피하지 말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언제까지나 사원으로 머물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

시간이 지나면, 주임, 대리, 과장, 부장 이렇게 진급을 하게 되고, 또 그걸 바라잖아? 직장인에게는 월급만큼 중요한 게, 진급 아니겠어?”

“저도 그렇게 들은 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봐! 진급은 됐는데, 역량은 직급에 미치지 못한다면?”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드라마에서 비슷한 상황을 봤는데, 좀 그렇던데요?”

“그렇긴 뭐가 좀 그래? 하하하! 동료들이 암묵적으로, 그 직급을 인정해주지 않잖아!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경험이야! 경험의 깊이와 넓이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요구되거든! 그래야 후임에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업무에 대한 방향을 알려줄 수 있잖아. ‘안 해봐서, 잘 모르겠는데?’라는 말을 하는 선임은 별로지 않아?”

“네. 맞아요. 그래요.”

경험은 유일하게,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자산이다.

선배들의 모습이 하나둘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크게 몰랐는데, 본부장님의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다르게 보였다. 어떤 선배는 자기 일만 하고, 다른 일에는 관심도 없다. 자기가 그것까지 해야 하냐는 식이었다. 마치 자판기 같다. 정해진 제품이 외에는 나오지 않는 자판기 같다.

그 선배는 월급만을 위해서 일한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하지만 다른 선배는 달랐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나섰다. ‘이거 누가 먹을래?’라고 물어보면 앞다투어 손을 드는 어린아이 같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기 위한 모습이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 모습에서 일을 즐겁게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후자의 선배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구를 닮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후자의 선배라고 말할 것이다.

“경기장에서 경기를 볼 때, 그냥 보기도 하지만, 방송을 같이 볼 때도 있어. 정확하게 말하면, 본다기보다 듣는다고 해야겠지? 해설이나 캐스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면, 경기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거든. 경기장 상황이나 선수의 상태, 그리고 경기 흐름을 아는 데도 도움이 되고!”

“아! 그래서,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핸드폰을 들고 방송을 보는 거군요? 저는 사실 이해가 잘 안 됐거든요! 저럴 거면 그냥 집에서 TV로 보지, 왜 굳이 경기장을 왔는지요.”

“하하하! 그랬군!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우리도 방송을 들으면서 보자고! 그럼 더 재미있을 거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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