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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by 청리성 김작가
야구는, 사람 중심
야구는 사람 중심의 스포츠이다.

이런 말은 처음 들어본다.

아버지가 야구선수셨지만,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야구가 인생과 같다는 말은 가끔 들었는데, 사람 중심이라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

사람이 중심이라는 말을 들으니, 어색하기도 하고 살짝 소름도 돋았다.

야구가 달라 보였다.


"사람 중심!"


우리 일이 사람이 하는 일이라 힘들다고, 면접 때 들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내가 힘든 것은 당연한데 잊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일이, 야구랑 비슷한 게 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감동했어? 하하. 사실 가만히 보면 야구랑 우리 하는 일이랑 비슷한 게 참 많아.

그래서 나는 야구를 그냥 재미로만 보지 않아.

그 안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나 직장생활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

실은, 야구씨가 요즘 좀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그냥 얘기하면 잔소리 같을 것 같아서 어떻게 얘기해줄까 고민하고 있었거든.

근데 마침 기회가 돼서 같이 오자고 한 거야.

야구 보면서 설명해주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감동이었다.

본부장님이 나 같은 신입 사원한테, 굳이, 야구 보러 가자고 하신 게 이해가 안 됐지만, 그랬다.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어쩌면 이런 게, 내 이름처럼, 통찰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에서 직장생활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통찰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경기 결과를 가를 수 있는, 변수
변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 보면, 야구장 잔디에 물기가 좀 많을 거야. 점심까지 비가 많이 왔잖아. 그치?”

“네, 그래서 사실 오늘 취소되는 줄 알았어요.”

“그래? 자, 근데 야구를 할 수 있고 할 수 없고의 문제가 아니야.

비가 많이 온 구장에서 경기하면, 수비 실책이 종종 나오게 돼.

비로 인해 구장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지.

잔디는 비에 젖어 있어서, 수비수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흙이 있는 부분은 질퍽하기도 하고 바닥 상태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평범해 보이는 땅볼이 불규칙 바운드로 튀어 나갈 때도 있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투수는, 디뎌야 하는 발을 정확하게 딛지 못해서 실투할 때도 있지. 그래서 야구 중계를 보게 되면, 해설하는 사람들은 이런 구장의 상태가 경기 결과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중요한 순간에 실책이 발생하면 경기의 흐름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지.”


설명을 들으니, 비로 인해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며칠 전, 몇 가지 변수 때문에 어수선했던 사무실 분위기가 떠올랐다.



불가항력적인, 다양한 변수


변수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월요일 아침 회의 시간>


“자! 이번 주 행사가 어디 어디지?”

“제주하고 부산 그리고 서울 이렇게 있습니다.”

“준비하는데 특이사항 있나? 인원이나 기자재나 뭐 기타 등등”

“다른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날씨가 좀 변수네요. 제주 같은 경우는 결항이 예상되기도 해서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호텔에서는 취소 좀 해주나?”

“계속 협의는 하고 있습니다.”

“그래, 긴밀하게 논의해서 no-show 객실을 최대한 줄여야 해. 지난번 일도 있고 하니 이번에는 최소화해야 해.

이번 제주 건은 그게 제일 이슈인 것 같네. 날씨 때문에, 이게 몇 번째야?

아….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아무튼, 잘 체크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다 같이 점심 하지?”


식당으로 이동하는 길에 강대리님한테 질문을 던졌다.

“아까 들어보니까, 이번 주말에 날씨 때문에 걱정이신 것 같던데 비 오면 비행기가 안 뜨나요?”

“단순하게 비가 오고 안 오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륙하는 공항과 착륙하는 공항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결항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결항이 되지 않더라도 날씨가 안 좋으면 참석자가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문제가 되는 거예요.”

“참석자가 많이 줄면 문제가 되는 건가요?”

“뭐, 일단 계획한 인원이 많이 빠지면 주최 측 기분이 좀 그렇겠죠?

야구씨가 결혼한다고 사람들을 초청했는데, 오겠다던 사람들이 줄줄이 못 온다고 하면 기분이 좀 그렇겠죠?

그리고 더 문제는, 호텔 객실을 취소할 수 있는 기한이 있는데, 행사 날짜가 임박해서 취소하거나 당일 취소를 하면 비용을 다 지불 해야 해요. 그 수량이 많아지면 그냥 버리는 돈이 많아지는 거죠.

주최 측으로서는 기분도 그렇고 생돈도 나가니 이래저래 답답하겠죠?

대행하는 우리 입장도 난감해지는 거고. 중간에서 조율을 잘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인데, 양쪽의 입장이 달라서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낸다는 것은 사실 힘들죠.”

양쪽의 입장차를 조율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걸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것이 참 그랬다.


변수의 연속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변수에 대한 대안이 나올 수 있다.


본부장님은 자리에 앉으시고, 맞은편 자리를 가리키며 나를 불렀다.

“야구씨 여기 앉아.”

“네 알겠습니다.”

자리에 앉자, 누군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누군가는 컵을 모아 물을 따르고 있었다.

마치 업무분담을 하듯, 약속하고 온 느낌마저 들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좋은 팀워크를 보는 듯했다.

주문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대리님한테 전화가 왔다.

친구나 뭐 그냥 지인이라 생각했는데, 거래처에서 온 것 같았다.

‘아…. 점심시간에도 전화가 오네. 저 사람들은 밥도 안 먹고 일하나?’

아침 일찍 전화가 오는 것도 의아했지만, 점심시간에 전화가 오는 건 더 의아했다.

식당이 시끄러워 소리가 안 들리는지, 대리님은 전화를 귀에 대고 밖으로 나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대리님이 들어오셨다.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을 과장님이 보시고 물어보셨다.

“왜? 무슨 일 있어?”

“저희가 이번에 협회 주최로 하는 홍보 행사 사회자 건으로 문제가 좀 생겼네요.”

“무슨 문제? 우리가 항상 하던 사회자로 제안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

“네, 그렇긴 한데…. 협력업체에서 사회자 섭외를 하지 않은 상태로 저희한테 제안한 것 같아요.

지금 전화해서 한다는 소리가 다른 일정이 있어서 안 된다고 다른 사회자를 제안하네요.”

“뭐야? 그럼 일정 확인도 안 하고 제안을 한 거야? 답답한 사람들이네. 아…. 협회에는 뭐라고 하지?”

“일단 다른 사회자 프로필을 보내 달라고 했어요. 우리가 하려던 사회자랑 경력도 비슷하고 그 사회자가 추천해준 사회자라 괜찮을 거라 하네요.”

“사회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신뢰의 문제인데…. 일단 프로필 들어오면 알려줘.”

오전에는 날씨의 변수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협력업체에 대한 변수가 생긴 것이다.


‘야…. 진짜 이 일은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근데 이런 변수까지 어떻게 예상하지? 참 어렵네.’


이런 생각으로, 잠시 멍한 표정이 보였는지, 본부장님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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