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양식

by 청리성 김작가
『주어진 시간을 꾸준히 잘 사용함으로 얻어지는 삶의 원동력』


‘자기 경영’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스스로 관리한다는 말이다. ‘경영’이라는 단어를 사전적 의미에서 보면, 기업이나 사업 등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이렇듯 조직에서만 사용되던 단어를 개인에게 붙이면서, 그 개념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자기 경영을 통해 지금의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많이 달라지는 삶을 꿈꾼다. 사람들은 그것을 성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자기 경영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있다.

관련된 책이 많이 출간되었고, 강연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커다란 수박을 한 번에 먹을 수는 없다. 먹을 수 있는 크기만큼 잘라서 먹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기 경영이라는 큰 덩어리도 세부적으로 잘라서 하나씩 달성해야 한다. 자르는 기준은 책이나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 관리’다. 시간 관리는 누구나 강조했고 가장 중요하게 다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는 여자든, 주어지는 양도 같고 사용하는 방법도 같다. 시간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매일 아침 86,400원이 입금되는 계좌가 있다. 이 돈은 그날 사용하지 못하면 사라진다. 일반적인 계좌처럼 이월되지 않는다. 모아둘 수도 없다. 당일 인출해서 모두 사용해야 한다. 86,400원은, 우리가 매일 받는 86,400초라는 시간을 의미한다.

시간 관리의 핵심은 기록이다.

내가 사용할 시간을 미리 계획하고 사용한 시간을 확인한다. 보통은 계획만 하지 실제 사용한 시간을 확인하진 않는다. 하지만 실제 사용한 시간을 기록해보면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가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계부를 쓰는 것처럼, 시간 가계부를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10년 전쯤 한창 사용했던 도구가 ‘프랭클린 플래너’였다.

그때는 시간 관리를 하겠다고 다짐한 사람은 거의 이 플래너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구성으로 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정말 열심히 썼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부터는 온라인 캘린더로 시간 관리를 했는데 잘 안됐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온라인 강연에서 ‘3P 바인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 관리가 흐트러진 지금, 꼭 필요한 도구라 생각하고 바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은 건 대학교 복학해서였다.

군 제대 후 복학하면서 2~3년 자취했던 적이 있었다.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데,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상당했다. 밥도 거의 밖에서 먹고 평일에는 집에 거의 있지 않아, 수도나 전기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고정비용 때문이었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았다. 먹지 않고 쓰지 않아도 나가는 기본적인 비용. 자동차로 따지면 1년 내내 주차장에 세워놔도 나가는, 세금과 보험료 같은 것 말이다. 고정 비용의 무서움을, 그때 깨달았다. 기록하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거다.


내가 사용하는 시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이 곧 내 삶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냥 그냥 소비되는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그냥 그냥 소비되는 삶이 될 수 있다. 의미 있는 곳에 시간을 사용한다면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다. 의미 있는 시간의 기준은 없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을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본인이 잘 안다. 똑같이 부여받은 시간이라면, 그냥 사라지고 없어질 시간으로 보내기보다, 오랜 시간 여운이 남을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내는 건 어떨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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