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영광 전에,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
일생 최고의 맥주 맛을 기억하는가?
나도 맥주를 참 좋아하지만, 이 질문을 받으면, 가장 잊지 못할 한 모금의 막걸리가 생각난다. 군대에서 유격훈련을 2주간 받은 적이 있다. 한여름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매우 더운 날씨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 비였다. 비가 오면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막사에서 듣는 빗소리는,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음악과도 같았다. 비가 그쳤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2주간의 훈련이 끝났다.
짐을 다 챙겨서 도보로 이동했다. 기억으로는 2~3시간 정도 걸렸다. 평소의 몸 상태였다면 일도 아니었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2주간 막사 생활을 하면서 훈련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고되다. 육체적인 힘듦도 있었지만, 진이 빠진다고나 할까? 정신도 반쯤 나간 상태로 기운이 없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은, 군대 야전 생활에도 적용된다. 한창 훈련 시즌일 때는, 한 달에 2/3를 밖에서 생활한 적도 있었다.
햇빛 눈이 부신 날에 도보 행군은, 정말 최악이다.
나무가 우거진 곳을 지날 때는 그늘이라도 있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정말이지 아니다. 등에는 군장이 누르고 위로는 강렬한 햇빛이 누른다. 점점 바닥으로 깔리는 느낌이다. 어찌어찌 꾸역꾸역 걷는데 부대가 보였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당이 떨어졌을 때 초콜릿을 먹은 느낌이랄까? 흐릿한 정신이 조금은 돌아왔다.
입구에 다다랐을 때 조금씩 정체가 되었다.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다 와서 뭐야?’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눈에 들어온 건 낮은 테이블에 올려진 커다란 국통이었다. ‘웬 국?’ 내 차례가 돌아와 그 안을 보는데, 커다란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막걸리였다. 한 대접 떠서 목으로 넘기는데, 와!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갑자기 기운이 불끈 솟았다. 막걸리에 이런 효능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지금 나에게 가장 힘이 되는 시간은 언제였을까?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너무 힘들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었던 시기다. 매일 지속되는 야근과 주말 근무에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을 때가 있었다. 하루는 야근을 마치고 버스에 머리를 기대고 멍하니 가고 있었다. 눈에 들어온 건 밝은 불빛 아래, 파라솔에서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부러 수가 없었다. 그들이 마시는 맥주와 안주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여유가 부러웠다.
견뎌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여유 있게 사는 건 아니지만,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매우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잘 견뎌냈기에, 그때의 경험과 만났던 사람들로,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때는 필요 없는 경험이라 생각했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겪어내지 않았다면, 지금 나의 존재는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다.
모든 일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 과정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과정이 없으면 영광도 없다.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이 없었다면 부활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광스러운 부활을 원한다면, 그에 따른 십자가의 무게도 견딜 각오를 해야 한다. 그 과정이 없으면 절대 영광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영광이 오더라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없고, 맛볼 수 있는 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힘들다는 건, 곧 영광의 순간이 머지않았다는 신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