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수 있도록, 엄격한 잣대로 살펴야 하는 것』
“나 자신과 타협하지 말자!”
군대 생활할 때, ‘수양록’ 맨 첫 페이지에 적은 문장이다.
누구한테 들었는지 아니면 갑자기 번뜩 떠올라서 적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적어놓고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지키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했던 것만 기억에 있다. 수양록은 군대에서 쓰는 일기이다. 낯선 생활에서 오는 힘든 마음을 정리하고 다스리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된다. 엉뚱한 생각으로 사고 치지 말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일기를 썼던 건 아니었다.
시간에 여유가 있던 시기에도 쓰지 않았던 일기를 군대에서 쓰게 된 사연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수양록을 꾸준히 쓰고 있던 선임이 있었는데, 그분 말을 듣고 쓰기 시작했다. 그 선임은 말 그대로, 하루를 마감하는 글로 자기 마음을 정리라고 다스렸다. 지금까지 써왔던 자신의 수양록을 보여주면서 담담하게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담담하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는 모습에서, 그만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는 자기 아픔을 지배하는 사람이었다.
다양하게 다가온 힘듦을 버티고 넘기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권유한 수양록이 의무사항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도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많이 하는, 치유의 글쓰기를 군대에서 이미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제대할 때, 몇 권의 수양록을 가지고 나왔다. 생각했던 대로, 나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기회가 될 때, 찬찬히 읽어보고 다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타협하고 싶은 않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과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대립할 때가 생긴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고 다 그런 거라며, 자기 생각을 쉽게 접게 된다. 상명하복이 명확한 군대는 더 그럴 수밖에 없다. 선임 앞에서 이건 아니지 않냐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까진 없었다. 하지만 악습이라 생각한 것은, 내 선에서 끊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이 악습은 아니다.
각 시기에 겪어야 할 어려움은 반드시 있다. 그 어려움을 겪고 이겨내면서 계급장도 하나씩 올라가게 된다. 계급이 올라가면서 누릴 수 있는 것이 하나둘 생기는 것이, 군대 맛이기도 하다. 그래야 군 생활이 지루하지도 않다. 진급은 계속하는데 하는 일이나 역할이 똑같다면, 어떻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될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것과 이유 없이 힘들게 하는 것이 악습이다. 그것을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며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타협하고 싶지 않은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것도 있었다. 입대할 때 주변에서, 성격이 거칠어질 것을 우려했다. 군중심리라고 해야 할까? 어디서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 한결같이 걱정해 주었다. 부정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서 나온 사람을 안다며, 끝까지 걱정해 준 분도 있었다.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고 표현될 때가 있는데, 그게 꼭 군대 때문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어쨌든,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변하지는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타협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가 더 많다.
군대는 여러 가지 제한적인 요소가 있었지만, 사회에서는 구속받는 것이 거의 없다. 여건이 된다면 원하는 것은 다 할 수 있다. 너무도 쉽게 타협할 수 있다. 타인과도 자신과도. ‘내일부터 하지 뭐!’, ‘상황이 어쩔 수 없잖아?’, ‘다 그러고 사는 데 뭐!’ 등등, 초 단위로 생각이 오간다. 돌이켜보면 나 자신과 너무도 많은 타협을 해왔다. 너무도 쉽게. 이 문장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내가 정말 타협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되새기고 지키도록 힘써봐야겠다. 수양록을 다시 써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