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블라인드

by 청리성 김작가
『진실과 진리에 가까이 있기 위해, 선입견을 가려주는 도구』

‘블라인드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브랜드를 숨기고 제품만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네임 밸류가 낮다고 생각하는 회사나 신생 회사는 이 결과를 가지고 홍보를 많이 한다. 제품에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10년도 지난 이야기지만, 블라인드 테스트 스토리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다.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커피 맛에 대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위를 차지한 브랜드는 커피 전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도넛 전문이라고 인식한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나는 이 브랜드의 커피를 좋아했다. 매장에서 마시는 것도 좋아했고, 원두를 사서 집에서 직접 드립으로 마시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듣고 커피 맛이 더 좋게 느껴졌던 건 기분 탓이겠지? 이 커피를 접하게 된 계기가 기억나진 않지만, 이 커피를 마실 때 좋은 사람과 함께였거나 기분 좋은 상황이 있었던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맛있게 먹거나 마신 기억 속에는 분명, 좋은 사람과 함께였거나 기분 좋은 상황이 함께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선입견(先入見)이라는 말이 있다.

한자 의미를 그대로 풀면, 먼저 들어선 생각이다. 어떤 사람이나 현상에 대해 자세하게 듣거나 알아보기 전에,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선다. 이 생각은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하거나 느껴왔던 내용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앞서 말한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 그렇다. 좋아하는 마음이 강하면 다른 커피 브랜드의 맛은 보지도 않고 그저 그렇다고 판단하게 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상황도 그렇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행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깨트리기에, 충분하다.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테스트를 통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객관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만약 브랜드를 공개하고 테스트를 했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으리라 생각된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절대적으로 감성적인 동물이다.

사람과 다른 동물을 구분하는 것이 이성(理性)이라고 말하지만, 이성이 동원될 때는 결과보다 이유를 말할 때가 많다. 감정으로 결정하고 판단한 것을, 이성으로 이유를 설명한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감정이다. 그냥 좋은 것인데, 누군가가 왜 좋냐고 질문하면 이유를 찾게 된다. 그때 발휘되는 것이 이성이다.


선입견을 블라인드 해야 한다.

보고 싶은 것이 아닌 봐야 할 것을 보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블라인드 해야 한다. 믿고 싶은 것이 아닌 믿어야 할 것을 믿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블라인드 해야 한다. 선입견을 온전히 블라인드 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사람은 지극히 감정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력할 수는 있다. 아니 해야 한다. 그래야 진실과 진리에서 멀어지지 않을 수 있다.

브랜드를 걷어내듯 걷어내면 된다.

누가 말했는지가 아니라, 그 말이 어떤 내용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말했는지 싫어하는 사람이 말했는지가 아니라, 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에 집중해야 한다. 내용의 앞과 뒤가 맞는지 집중해야 한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그 내용을 나열하고 조목조목 살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자신의 삶으로 살아내고 있는지이다.


맹목적인 불신도 문제지만, 맹목적인 추종도 문제다.

필터링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인다. 타인의 생각이 마치 자기 생각인 것처럼 착각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는데 마치 그 사람이 져줄 것 같은 착각을 한다.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에 관한 결과도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선택의 중심에 자신이 있는지,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한다.

keyword
이전 24화174. 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