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 내는 방법
에이스의 무게감
본부장님은 말씀을 멈추시고, 나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을 이으셨다.
“참, 야구 씨는, 우리 부서 에이스가 누구라고 생각해?”
“네? 에이스요? 갑자기 질문하시니 좀 당황스럽네요. 근데 야구에서 에이스와 회사에서 에이스는 좀 다른 거 아닌가요?”
“아주 다르다고 할 수는 없지? 야구도 팀플레이고, 우리 일도 팀플레이로 이루어지잖아? 그리고 평가도 마찬가지고. 야구도 팀플레이로 이루어지지만, 성적은 개인별로 세분화해서 기록되는 것처럼 우리도 팀플레이를 하지만 평가는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하거든. 그렇지 않으면,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기준이 없어지게 되니까. 무임승차라고 알지?”
“돈 안 내고 타는 거요?”
“그래. 그런 것처럼 누군가는 공동체에서 자신의 노력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데, 누군가는 거기에 묻어갈 수 있거든!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는 같이 하지만, 평가는 개별적으로 세심하게 하는 거야. 열심히 잘하고 있는 사람이 손해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면 안 되니까!”
회의 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관련된 이야기를 하신 기억이 났다.
기여도를 측정한다고 하셨다. 프로젝트별 난이도와 매출금액 그리고 업무에 참여한 기여 등을 따져서 개별적으로 기여도 평가를 하고 그것을 연말 평가에 반영하신다고 하셨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자! 팀을 구성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의 실수로 타격을 받게 돼 있어. 선임의 실수로 후임이 고생할 때도 있고, 선임이 잘 이끌고 있었는데 후임의 어이없는 실수로 프로젝트가 난항에 빠질 때도 있지! 그럴 때는 정말 힘 빠지거든! 온 힘을 다해서 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실수로 프로젝트를 망치거나, 아예 거래가 끊길 때도 있으니까.”
본부장님은 하시던 말씀을 잠깐 멈추시고, 맥주를 와인처럼 음미하듯 한 모금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실 나는 그런 경험을 좀 했어. 그 기분은 정말 허무해.”
“실수로 인해 거래까지 끊기는 경우가 있다고요? 그 말씀을 들으니까, 바짝 긴장되는데요?”
“하하하! 야구씨 위치에서 하는 실수로 그러진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돼!”
“아…. 네!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다른 사람의 실수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거기에 너무 신경 쓰면 안 돼.
타인의 실수가 나의 실수가 되기 때문이야. 타인의 실수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하기 어렵거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야.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게 다 저 사람 때문이야!’”
“맞는 말 아닌가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니지! 그 사람의 실수가 나에게 영향을 줬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실수를 한 건, 본인이지 않아? 이유가 어찌 되었든 실수라는 결과를 낸 건 본인이잖아! 이걸 부정할 순 없는 거야. 그래서 상황이 어떻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해! 그러면 다른 사람의 실수까지 묻히게 할 수 있는 거야. 아까 얘기한 투수 기억나지? 수비 실책으로 이닝을 못 마쳤는데, 투수가 삼진으로 이닝을 마친 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에이스야! 알겠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에이스의 무게감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아직 감이 오진 않지만, 대단히 어렵고 힘든 역할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짐을 짊어지기 위해 겪어야 할 많은 어려움이 두렵기도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에이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뀐 투수는 다음 타자들을 평범한 땅볼과 플라이로 순서대로 아웃시키고 길고 길었던 2회 말을 마감했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드는 방법
스포츠 중계를 보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징크스를 듣게 된다.
징크스는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것으로, 실제 연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난날의 안 좋은 기억이 각인돼서 느끼는 감정이다.
징크스라고 불리는 상황과 선수의 플레이와의 연관성이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나오는데, 까마귀 우는소리를 들으면 실수를 한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침에 까마귀 우는소리와 플레이와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 선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게 추정할 수 있다.
어느 날, 아침에 나오는데, 까마귀 우는소리가 그날따라 선명하게 들리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도 가끔 들었는데, 그날따라 유독 기분 나쁘게 느껴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하지만, 그 소리가 계속 귀에 맴돈다.
기분 탓인지 진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리고 그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게 된다.
이 선수는 실수의 원인을 컨디션이 아닌, 까마귀의 울음소리로 단정 짓는다.
그때부터, 까마귀 울음소리가 징크스로 굳어지고, 까마귀 울음소리만 들으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징크스는 어떤 상황이나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가정을 세우고 증명하고 확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정화조 차를 보면, 그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침부터 불쾌한 냄새를 맡았는데, 어떻게 좋을 일이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이 말을 몇 번 들으면서 생각해봤다. 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추측할 수 있다.
상쾌해도 모자랄 아침 시간에 매우 불쾌한 냄새를 맡는다.
나쁜 기분이 올라오면서,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도 기분 좋게 넘길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심포지엄 현장에서, 협력업체가, 준비과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니!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런 거예요?”
협력업체 담당자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어떤 의미인지 알아채고 잘 준비했다.
그리고 그날 심포지엄은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었다.
한참이 지나고, 그때 담당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정말 고마웠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안 그래도 준비가 원활하지 않아서 불안했는데, 그렇게 말해줘서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만약 나까지 불안해하고 재촉했으면, 큰 사고가 났을 거라는 말도 보탰다.
그 정도로 마음을 졸이고 있는 줄 몰랐는데, 듣고 내심 뜨끔했다.
준비과정의 문제를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면, 아마 잘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불길하다고 느껴지거나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볼 것을 추천한다.
“아니!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