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 내는 방법
에이스의 무게
투수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일까? 다음 타자에게 연속 볼 네 개를 던졌다. 그것도 스트라이크 존과 멀리 떨어진 위치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투수코치와 포수가 함께 마운드로 올라간다. 투수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투수코치는 몇 마디 말을 하고 투수와 포수의 등에 손을 가볍게 올리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포수는 투수에게 한마디 더 하고 자신의 위치로 갔다. 그리고 내야수들에게 뭔가 사인을 보냈다.
[캐스터] 무사에 주자는 1루와 2루가 됐습니다. 투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투구를 해야겠습니다.
[해 설] 네! 지나간 건 빨리 잊어야 합니다.
[캐스터]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 준비를 합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타자가 볼을 한번 봅니다.
[해 설] 아무래도 앞 타석에서 연속 볼넷이 나오니 한번 지켜본 것 같습니다.
[캐스터] 네! 포수가 받은 공을 투수에게 던지면서 고개를 끄떡이네요. 2구! 타격! 1루쪽 땅볼! 빠른 타구! 1루수가 잡습니다! 투수가 빠르게 들어와서~ 아웃! 그 사이 주자들은 한 베이스씩 이동을 합니다. 1사에 주자는 2, 3루가 됩니다. 투수는 숨을 고르며 마운드로 걸어갑니다.
“투수가 참 안쓰러워 보이네요.”
“투수가 참 힘들지. 그래서 팀 말고 개인적으로 승패를 기록하는 포지션이 투수인지도 몰라. 자신이 잘 던져도 점수가 나지 않으면 승을 올릴 수 없고. 자신이 잘 던져도 지금처럼 상대 팀에 운이 따르거나 수비수의 실수가 나오면, 질 수도 있는 거니까. 짐의 무게가 다르지.”
“그러게요. 지금 상황을 봐도, 어렵지 않게 이닝을 마칠 수 있었는데 점수를 내주고 계속 위기의 상황에 놓인 걸 보면 참, 답답하겠어요.”
“회사도 마찬가지야. 위로 올라갈수록 좋을 것 같지? 편해 보이고? 아니야. 책임져야 할 짐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는 거야. 자기 일도 해야지, 후배들 일도 봐줘야지, 실수라도 하면 그걸 또 해결해야 하니까. 투수의 저런 짠한 모습을 보면, 나를 보는 것 같을 때가 있다니까! 그러니까 야구 씨도 잘해! 알겠지? 하하하”
“넵! 명심하겠습니다!”
누군지 기억나진 않지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직급이 낮으면 시키는 일만 하면 되니까, 고민을 덜 해서, 머리보단 몸이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몸은 좀 편해지는데, 머리와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직급이 낮아도 머리와 마음에 힘듦이 있다. 잘 풀리지 않는 숙제와 잘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 무게와 크기는 다를지 모르지만, 신입도 다른 부분으로 머리와 마음이 힘들다. 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지금 견디는 힘든 머리와 마음의 힘이,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지는 인내의 힘줄이, 나중에 더 큰 힘듦의 당김을 이겨내준다는 것을. 나는 지금 힘듦의 구덩이에 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듦의 힘줄을 단련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실수에 의한 실수
[캐스터] 네! 원아웃에 주자는 2루와 3룹니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왔습니다. 1구! 몸 쪽! 아! 맞았어요. 몸에 맞습니다. 이렇게 만루가 되네요.
[해 설] 네! 몸에 붙인다는 것이, 공이 손에서 살짝 빠진 것 같네요. 참 어렵게 됐습니다!
[캐스터] 네! 타자가 투수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1루로 들어갑니다. 주자 만루에서,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신중하게 사인 교환을 하고 1구를 던집니다! 바깥쪽! 네, 볼입니다! 포수가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앉습니다. 2구! 타격! 큽니다.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집니다! 타자들 모두 들어옵니다! 타자 주자는 3루, 3루까지!
[해 설] 아! 포수가 바깥쪽으로 요구했는데. 공이 가운데로 쏠렸어요! 타자는 그걸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쳤네요. 승부를 갈라놓을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이 나왔습니다!
[캐스터] 네, 안타까운 장면이 나왔네요. 아! 투수코치가 올라옵니다. 네! 투수가 교체되네요!
투수는 쓴웃음을 짓더니, 들고 있던 공을 1루수에게 던지고,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왠지 짠하네요.”
“그러게.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이런 상황은 수비수의 실책 때문으로 볼 수 있는 거죠? 실책이 아니었으면, 점수도 안 내줄 수 있었고 금방 끝날 수 있었으니까요.”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 있지. 근데 지금 같은 상황은 종종 생기는 현상이야. 잘 던지던 투수가 수비의 실책으로 한 번에 무너지는 거지.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그것도 이해하기 힘든 실책이 나오면 투수는 흔들릴 수밖에 없겠지. 불안해지니까. 불안한 마음은 제구력에 영향을 주게 되고, 공이 조금씩 빠져서 볼넷을 내주게 되는 거야. 볼넷을 내주면서 불안에 크기는 더 커지는 거고. 볼넷을 내주지 않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으로 던진다는 것이 복판에 몰리면 지금처럼 장타를 맞게 되고.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투수가 한 이닝에서 대량 실점을 하며 무너지는 거지.”
“투수는 수비가 원망스럽겠네요. 뭐라 하지는 못하고.”
“그럴 수도 있지만, 한 게임만 보고 그렇게 단정 지을 수도 없어. 어떨 때는 본인이 잘 못 던져도 수비가 잘 막아줄 때도 있고, 타자가 점수를 많이 내서 승리할 때도 있으니까.”
“하긴 그러네요. 그러고 보면, 투수가 승을 따내는 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그렇지! 쉽진 않겠지만, 투수가 수비의 실책을 잊고 자신의 투구에만 신경을 썼다면, 좋은 투구를 할 수도 있지! 어떤 경기에서는 수비가 어이없는 실책으로 이닝을 끝내지 못했는데, 투수가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해서 끝내는 경기도 있었거든. 그렇게 이닝을 마치고 들어가는데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더라고! 그런 선수를 우리는 에이스라고 부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