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내는 방법
손해 본 느낌
홈팀 투수가 1회와는 달리 2회는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내려갔다.
아까 뒤에서 안 되겠다고 투덜거리던 아저씨는, 어느새 다시 열성 팬이 되었다. 못할 때는 죽일 놈이었다가, 잘하면 내 새끼가 되는 것이다. 프로 선수가 성적으로, 냉정하게 평가를 받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항상 잘할 순 없다. 야구 통계도 그렇게 말한다.
10번 중에서 3번만 안타를 쳐도 우수한 타자로 인정한다. 선발투수는 부상이나 큰 변수가 없는 이상 25번 내외로 출전하는, 그중에 10승만 해도 우수한 투수로 인정받는다. 50%도 안 되는 승률인데도 그렇다.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나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못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잠깐의 과정을 결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캐스터] 네! 홈팀 투수가 2회에는 깔끔하게 잘 마무리했네요.
[해 설] 아무래도 베테랑 투수니까요. 영점만 잡으면 위력을 발휘하죠!
[캐스터] 네! 2회 말, 첫 번째 타자가 상대하겠습니다. 초구! 타격! 유격수 정면! 1루로~ 아웃! 잘 맞았는데, 유격수 정면으로 갔네요! 가볍게 원아웃을 잡습니다. 2회에는 투수들이 좀 안정을 찾은 것 같은데요? 투수전이 되겠어요?
[해 설] 네! 워낙 잘 던지는 투수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야구는 변수가 워낙 많아서, 지금 단정 짓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9회까지 큰 점수로 이기다가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캐스터] 어제 경기가 그랬잖아요! 원정팀이 8회에 6점을 내서, 3점 차를 뒤집었잖아요? 잘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무너질 때도 있고요.
“땅”
[캐스터] 타격! 빗맞은 타군데요? 많이 가지는 못합니다. 내야와 외야~ 사이에 떨어집니다! 행운의 안타!
[해 설] 네! 절묘한 행운의 안탑니다. 저 안타가 변수가 될 수 있겠는데요?
[캐스터] 짧은 안탄데, 변수까지야 될까요? 수비 실수가 나온 것도 아닌데요?
[해 설] 오히려 잘 맞았으면 괜찮은데, 저런 안타는 투수로서는 굉장히 기분 나쁘거든요. 안 내보내도 될 주자를 내보냈다고 생각하면서 신경이 쓰이는 거죠! 그게 변수라는 거죠. 안타가 자체가 아니라요.
[캐스터] 아! 말씀을 들어보니, 그럴 수 있겠네요! 주차 딱지 끊겨서 내는 돈은, 액수에 상관없이 매우 기분 나쁜데 그런 느낌이겠네요? 안 내도 될 돈을 낸 느낌?
[해 설] 하하하! 그렇네요! 맞습니다. 손해 본 느낌!
타인의 실수
[캐스터] 말씀대로 투수가 신경을 많이 쓰네요. 주자를 계속 의식하고 있어요. 안정된 것 같은 투구가 조금씩 벗어납니다! 볼 투에서 3구! 1루 주자 스타트! 여유 있게 2루에, 네 2루에 들어갑니다. 볼이 많이 빠지네요!
[해 설] 이러면 더 기분 나쁘겠는데요?
[캐스터] 안 내보내도 될 타자가 2루까지 갔으니…. 그렇겠네요! 투수가 흔들릴 수 있겠어요! 포수가 마운드로 올라갑니다. 타이밍을 좀 끊어가려는 의도겠죠?
[해 설] 네! 아무래도 지금은 투수의 마음을 안정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캐스터] 오래 있지는 않네요. 포수가 마운드 방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옵니다. 볼카운트는 쓰리 볼! 볼카운트가 몰렸네요. 이렇게 허무하게 주자를 내보내면 안 될 텐데요?
[캐스터] 이렇게 몰리면, 1루가 비었으니 채우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해 설] 제4구! 가운데 스트라이크! 네, 타자가 볼 하나를 지켜봅니다.
[캐스터] 이제는 투수도 그렇고, 타자도 승부해 볼만한 카운트가 됐습니다. 5구째! 타격! 내야에 높이 떴습니다. 투수가 손을 들어 방향을 알려줍니다.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루수, 어? 무슨 일인가요? 놓쳤어요!
[해 설] 3루수가 공을 놓쳤네요. 공이 라이트에 겹치면 공이 사라지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주자는 3루까지 가진 못했지만, 어쨌든 아쉬운 수비네요!
[캐스터] 투수는 망연자실! 무릎을 잡으며 고개를 떨굽니다. 3루수도 매우 허탈해하는데요?
[해 설] 아쉽기는 하겠지만, 지나간 플레이는 잊고, 다시 집중해야죠!
[캐스터] 네! 투수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타자를 맞이합니다. 무사 주자 1, 2루. 초구! 타격! 중견수 앞에 떨어집니다. 아! 빠졌어요! 2루 주자는 3루에 멈췄다 다시 홈으로 들어옵니다. 아! 연속으로 실책이 나왔어요.
[해 설] 점수를 안 주려고,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짧은 타구라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기는 힘들어 보였는데. 중견수가 너무 급했어요. 잡고 던져야 하는데, 잡기 전에 던질 생각이 강했네요. 놓치면 안 되는 공인데…. 더 안 좋은 건, 타자가 2루까지 갔거든요. 주자가 득점권으로 들어갔어요!
[캐스터] 빗맞은 안타를 시작으로, 연속 실책이 나오면서, 안 내줘도 될 점수를 주게 됩니다.
본부장님은 마치 당신이 놓치신 것처럼, 온몸을 비틀며 아쉬워했다.
“아~ 이런 상황에서 에러가 또 나오네!”
“이건 아까보다 타격이 더 커 보이는데요?”
“그러게. 이번 이닝에 잘 막지 않으면, 무너질 수도 있겠어!”
투수는 손에 묻히는 하얀 모래주머니 같은 것을 잡더니 땅에 세게 내리꽂았다.
실수한 수비들에 대한 마음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중견수는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상대 팀 공격의 불꽃이 점점 살아나고 있는 순간, 끄지는 못할망정, 기름을 부어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잘하고 싶은데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그 마음을 나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닌데, 사람들은 보이는 것으로 단정 짓고 평가한다. 그렇게 무심하게 내뱉는 가시는 한번 박히면 쉽게 빠지지 않는다. 빠지더라도 박혔던 자국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희한한 건, 그 자국을 다른 무언가로 메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