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초: 타자의 상태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포수 2

가깝다는 것의 의미

by 청리성 김작가
가까운 사이

<며칠 전, 사무실>

이 주임님은 나와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보는 위치에 자리가 있다.

신 대리님과 미팅을 하고 자리에 오셨는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눈치만 살짝살짝 보고 있었다.


타이핑을 하다가, 불만의 원인이 머리에 걸린 듯, 키보드 소리가 멈추고, 대신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미세하고 짧게 내뱉은 소리라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레이더를 이 주임님한테 향하고 있던 나만 알아차린 것 같았다.

평소에 그런 표정이나 감정 상태를 보지 못해서, 어색하기도 하고 금방 가라앉진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신 대리님은 나에게 할 얘기가 있다며,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대답할 새도 없이,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노트북을 덮으면서 슬리퍼를 구두로 갈아 신고, 따라나섰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바깥으로 나가니 햇볕이 강하게 내렸다.

볕이 강하다고 느낄 만큼, 가을 날씨치고는 좀 더운 느낌이었다.




“야~ 골프 치기 딱 좋은 날씨다! 야구 씨, 뭐 좋아하지?”


“저는 뭐 다 잘 먹습니다.”


“그래도, 뭐 땡기는 거 없어?”


“제가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요. 사실 근처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몰라요. 대리님께서 드시고 싶으신 거로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겠구나. 그래? 그럼 오늘은 순댓국 한 그릇 하자!”


“좋습니다.”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앉자마자 나는 컵에 물을 따랐고, 대리님은 주문하셨다.

냅킨을 깔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있는데, 대리님이 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셨다.


“다른 건 아니고. 입사하고 한 달 정도 됐는데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서. 일은 적성에 맞는지, 사람들하고 불편한 건 없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밥 한번 먹자고 한 거야.”


“아? 네.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아. 신입은 일단 눈빛이 살아있어야 하거든. ‘뭐든 맡겨만 주십시오!’ 뭐 이런 눈빛? 야구 씨는 그런 눈빛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마음에 들어. 입사하던 날 기억나지? 나랑 입구에서 만났잖아.”


“그럼요. 기억하죠. 입사하고 처음 뵌 분인데요. 하하하!”


“내가 한 말도 기억나?”


“네? 아, 그럼요! 일찍 출근한 거 보시고, 계속 이런 모습으로 파이팅하라고 하셨잖아요.”


“기억하네? 아직 까지는 잘하고 있으니~ 굿! 좋아. 일찍 나오면 여러모로 좋지 뭐. 안 그래?”


“네. 좋아요. 출근 시간도 줄이고 자리도 여유 있어서 좋습니다.”


“그래~ 나도 요즘에 차가 너무 막혀서 아예 일찍 나와. 처음에는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적응되니까 좋더라고. 혼자서 조용히 보내는 시간도 좋고~”


대리님은 눈을 살짝 감고 양손을 살짝 벌리시면서 명상을 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말끝을 흐리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주문한 순댓국이 나왔다.




“참, 선배들하고는 잘 지내고?”


“네! 다들 너무 바쁘신 것 같은데, 저만 한가로운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직 제가 큰 도움이 못 돼 죄송하기도 하고요.”


“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해!”


대리님은 순댓국을 저으시다 말고, 왼손으로 엄지 척을 하시고 말씀을 이어가셨다.


“일이야 조금씩 배우면 되는 거니까. 지금 일 잘하는 것 같은 친구들도 처음에는 야구 씨랑 비슷했어. 아니지! 솔직히 말하면 야구 씨가 훨 낫다. 하하하!”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좋게 봐준 게 아니라, 좋게 보인 거지. 어서 먹어. 여기 국물이 기가 막혀.”


“네, 맛있게 드십시오!”


여전히 거품을 뿜어내면서 끓고 있는 순댓국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숟가락을 담갔다.

끓는 국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쇠숟가락을 담그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솟아오르는 거품을 쉽게 진정시키지 못했다.

양념을 넣고 밥을 말았다. 너무 뜨거울 것 같아, 밥공기에 조금씩 덜어서 먹기 시작했다.


“야구 씨는 누구랑 제일 잘 맞는 거 같아?”


“잘 맞는다고 하면, 일할 때 성향이 비슷한 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성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왜, 같이 일하면 편하고 같이 있고 싶은 사람 있잖아.”


“아. 네. 저는 다 좋으신데…. 굳이 한 명을 꼽으라고 하시면, 대리님은 앞에 계시니까 빼면, 이 주임님입니다.”


“이런…. 센스쟁이. 하하하. 그래? 왜?”


“딱히 뭐라 설명하긴 뭣하지만, 그냥 편합니다.”


“그렇구나!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하네? 사실 나도 이 주임이 좀 편해! 그래서 까다로운 프로젝트는 이 주임한테 넘기게 되더라고! 안 그래도 오전에 새로운 프로젝트 들어와서 넘겼거든. 역시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더라고. 난 그런 점이 좋아!”


대리님은 다시 한번 숟가락을 멈추고 왼손으로 엄지 척을 해 보였다.


‘아! 이 주임님 한숨의 원인이 이거였구나! 대리님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다른데….’


대리님은 이 주임님이 어떤 프로젝트를 넘기더라도 잘 받아들인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앞에서는 티를 안 내지만, 그런 일들이 쌓이면서 불만도 같이 쌓인 것 같았다.

그때 내 앞에 이 주임님의 상태를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당사자인 대리님만 모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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