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다는 것의 의미.
가까운 사람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는 1-1로, 출발점이 같아졌다.
각 팀은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누가 더 얻고 누가 더 잃었는지 명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
9회가 종료되면, 누군가가 분석을 할 것이다.
승리의 요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패배의 원인은 무엇인지….
분석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원고를 준비한다.
시청자가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이유와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안타까운 마음에, 후배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강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다.
아주 가끔, 패배한 팀의 특정 선수에 대해, 가혹하게 말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실력에 대한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선수의 노력과 마음가짐에 대해 질책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수가 지고 싶겠는가? 어떤 선수가 이기고 싶지 않겠는가?
지금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만큼 간절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결과야 어떻든, 선수의 마음마저 패배자로 내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겉으로는 안 그래 보여도, 마음을 졸이며 잘하고 싶은 마음을 수없이 되뇌는 사람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캐스터] 네! 2회를 맞이했습니다. 1회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짜릿한 경기를 펼친 두 팀인데요. 홈팀 투수 운영에 있어서는 이번 이닝이 중요하겠어요.
[해 설] 네! 맞습니다. 이번 이닝을 잘 막아낸다면, 1회에 투구 수가 많기는 하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캐스터] 투수와 포수의 사인이 진지하네요. 사인이 잘 안 맞는지 시간이 좀 걸립니다. 네! 포수가 자리를 잡습니다. 바깥쪽으로 빠져 앉으면서 글러브로 땅을 치네요.
[해 설] 바깥쪽으로 떨어트리라는 사인인데요. 혹시 왜 그런지 아세요?
[캐스터] 네? 바깥쪽으로 떨어트리라는 사인을 왜 보냈는지 물어보시는 건가요?
[해 설] 하하하! 그건 보면 아는 거고요. 왜 포수가 그런 사인을 냈는지 혹시 아시나 해서요.
[캐스터] 글쎄요?
[해 설] 타자랑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포수잖아요?
[캐스터] 그렇죠?
[해 설] 포수는 타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으니, 타자의 현재 상태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타자가 발을 딛고 있는 위치나 공에 대한 반응을 보면, 어떤 구종을 노리는지 알 수 있죠. 저렇게 사인을 보냈을 때, 타자가 바깥쪽 공을 노린다면 배트가 나올 것이고, 반응하지 않는다면 노리지 않는다는 걸 아는 거죠. 너무 정직하게 던지면 맞을 수도 있으니, 떨어트리라고 주문을 하는 거죠!
[캐스터] 아! 그렇네요. 듣고 보니, 공을 던져서 결과를 내는 사람은 투수지만, 타자의 현재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포수네요.
[해 설] 네! 그렇죠!
[캐스터] 초구! 볼! 바깥에 떨어지는 볼입니다. 타자는 눈만 따라가고 배트는 나오지 않네요?
[해 설] 한번 지켜본 것 같죠?
[캐스터] 말씀을 듣고 보니, 포수가 타자를 좀 자세히 살피는 것 같네요?
“지금 해설자가 말하는 게 무슨 내용인지 알아?”
“네? 포수가 타자를 가장 잘 안다는 거요?”
“응!”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잘 아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럼 야구 씨가 회사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이 누구야?”
“저야 아직…. 업무를 오랫동안 하지 않아서 아직은 없어요.”
“야구 씨는 업무를 많이 한 사람이 가까운 사람이라 생각해?”
“회사니까요! 친구 사이야 뭐, 자주 만나고 통화하는 사람을 가깝다고 표현하는데, 회사는 일하러 온 곳이니까 당연히 업무를 많이 한 사람이 가까운 사람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니지만, 그렇지 않아. ‘A’ 직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야구 씨처럼, 업무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짜 모습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 더 잘 알게 돼 있어.”
“그런가요?”
본부장님은 옅은 미소와 함께, 다시 나를 향해 몸을 돌리시고 설명을 시작하셨다.
“자! 들어봐! 업무 얘기를 할 때는, 주로 일 얘기만 하잖아? 각자의 개인적인 부분이나 현재의 기분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기 어렵지. 묻지 않으면 굳이 말하지 않기도 하고.”
“아~ 쉽게 말하면, 필터링되는 모습을 본다는 거군요?”
“이야~ 이제 착하면 척이네? 하하하! 하지만, 옆이나 앞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의 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볼 가능성이 커. 개인적으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걸러지지 않은 반응도 볼 수가 있지.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습관을 보게 되는 거야! 걸러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거지!”
“그러네요! 그 사람의 현재 기분 상태도 바로 알 수 있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어떤 사람과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거나 무언가를 얻어내야 할 때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만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아. 현재의 기분 상태나 컨디션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지. 사람은 지극히 주관적인 동물이니까. 하하하.”
본부장님은 말씀을 마치고 목이 마르신 듯, 맥주를 단숨에 들이켜셨다. 그리고 다시 경기장으로 눈을 돌리셨다. 나도 본부장님을 따라 눈을 돌려 경기장을 바라보는데, 문득, 며칠 전에 이 주임님 모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