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한, 원칙과 융통성

by 청리성 김작가

모든 기초 과정에서는, 기본 원리를 배운다.

기본 원리라는 것은 배우고자 하는 그것의 필요성과 핵심 가치 그리고 철학을 말한다. “이 과정의 철학은 이것이다!”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추구하는 방향이 있기에 철학이라 말할 수 있다. 기초 과정은 지극히 기본에 충실하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게 아니라, “이거다! 저거다!”라면서 명확하게 짚어준다. 왜 그럴까? 잘못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잘못 받아들이면 그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운동을 배울 때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말도 이 때문이다.

잘못된 자세를 바꾸는 건 새로 배우는 노력에 몇 배를 들어야 한다. 어떤 자세는 너무 굳어져서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자세도 있다. 처음에 잘 배워야 하는 이유다. 두 개의 선을 긋는다고 하자. 시작할 때 벌어진 1도의 미세한 간격은, 선을 그을수록 점점 더 벌어진다. 시간이 갈수록 각도는 더 커진다. 제한 없이 선을 긋는다면 서로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벌어지게 된다. 처음에 잘 배워야 하는 또 다른 확실한 이유다.



코칭을 처음 배울 때도 그랬다.

코치가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에 관해 명확하게 배운다. 특히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해서는 힘줘서 강조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코칭은 고객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코치가 답을 주거나 코치의 생각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 가치와 철학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렇게 되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컨설팅이나 멘토링과 다를 게 없다. 컨설팅과 멘토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다 필요한 상황과 시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코칭하는 이유가 뭔가?

다른 방법보다 코칭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돼서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코칭답게 하지 않으면, 코칭의 강점을 살릴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선처럼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수도 있고, 엄한 곳으로 빠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코칭도 뭐 별거 없네?”라는 말을 들지 않겠는가? 그러면 코칭의 진정한 가치를 맛보지 못한 채, 코칭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남게 되니 이 또한 좋지 않은 상황이 된다. 그래서 코칭을 처음 배울 때는 가치와 철학에 충실해서 배워야 한다. 충실하다는 것은, 대화 프로세스에 충실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스크립트라고 봐도 좋겠다.

처음에는 코칭 대화의 흐름을 잘 알기 어려우니, 코칭 상황에서 진행되는 대화 프로세스를 알려준다. 시작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그리고 그다음에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코칭 모델에 따라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알려준다. 대화가 그렇게 흘러가야 고객이 원하는 목표에 스스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코칭을 배우는 사람들끼리 코칭 대화를 할 때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매우 합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일반 사람 그러니까 코칭을 전혀 모르는 사람하고 코칭하면서부터는 등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 이게 아닌데. 이 질문을 하면 이렇게 대답해야 다음 질문을 이어갈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앉게 됐다. 이때부터는 고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다. 지금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온 신경이 쓰였다. 다음 질문을 어떻게 이어갈지만 생각했던 거다. 머릿속이 뒤죽박죽되면서 정신이 점점 혼미해진다. 그렇게 코칭을 마치고 나면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뭐가 잘못된 거지?’ 배운 대로 했는데 잘 안되니, 갑갑한 마음이 든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몇몇 흑역사가 떠오른다.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한국코치협회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서 어떤 코치가 이렇게 질문했다. “아무리 질문해도 해결에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고객은 어떻게 해야 하죠?” ‘오! 그래 그거야!’ 듣던 중 반가운 질문이었다. 답변은 뭐였을까? 코칭의 기본 원칙은 고객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지만, 때로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안대를 끼고 깜깜하다며 헤매고 있는 사람한테 “왜 어두울까요?”, “이 어둠을 헤쳐 나갈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라고 물어대기만 하면 어떻겠는가? 질문을 받는 고객은 미치고 환장할 거다. 이런 고객에게는, 안대를 살짝 내려주는 게,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코칭의 기본 원칙은, 고객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데 있다.

하지만 그 위에 있는 건 문제해결이다. 고객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잘 해결해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성장이 곧 그 사람의 행복과 연결된다. 사람은 행복하게 살기를 꿈꾼다. 그래서 컨설팅도 받고 멘토링도 받고 상담도 받고 코칭도 받는다. 접근 방법이 다를 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 따라서 뭐가 옳고 그르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문제해결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원칙과 철학 위에 있어야 할 진정한 마음가짐이다.


융통성이라고 해야 할까?

모든 것에는 원칙이 있지만, 그 원칙을 뒷받침해줄 융통성도 존재해야 한다. 융통성이 원칙을 강화하기도 한다. 원칙과 융통성의 무게 중심을 잡아줄 그것만 명확하다면 말이다. 바로, 핵심 가치다. 핵심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면, 원칙과 융통성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다. 핵심 가치를 중심에 둔다면, 자칫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원칙을 깨는 어이없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


대화 프로세스를 원칙으로 여기면 위험하다.

코치도 발전이 없고 고객도 문제해결에 진전이 없다. 프로세스보다 우선해야 하는 건, 핵심 가치여야 한다. 따라서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갖춘 틀이지, 원칙이 돼서는 곤란하다. 프로세스라는 틀을 바탕으로,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에 맞는 질문과 인정 칭찬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해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렇듯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의미에서, 융통성이라는 표현이, 그 결을 같이 한다고 본다.


필자가 코칭을 시작한 이유기도 하다.

고객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내가 고집하는 방식과 방향으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 고객이 걷고자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넘어지지 않게 혹은 잘 걸을 수 있게 중간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언제든 변하지 않는 무엇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제일 나은 방법을 찾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중요한 건 변하지 않아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핵심 가치다. 핵심 가치를 잃지 않는다면 방향도 잃지 않을 수 있다. 내가 걷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인가? 그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이 두 가지만 놓치지 않는다면 인생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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