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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Dec 23. 2024

은총으로 흐르는 방향을 느끼며

   

한 해를 돌아보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매년 느끼는 부분은 비슷합니다. 좋았던 기억보다 아쉬웠던 기억이 더 크게 자리합니다. 유난히 힘겨웠던 한 해라 그런지 이런 마음이 더 크게 부풀어 오릅니다. 무엇 하나 반듯하게 이룬 것이 없어 보입니다. 계획했던 많은 것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목표했지만 달성하지 못한 것도 많습니다. 무리한 목표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진정 최선을 다했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올 한 해는 버티는 것만으로 버거웠던 한 해였으니까요. 지금까지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꾸역꾸역 버텨냈습니다. 돌아보면, 지금 버티고 있는 것조차 기적이라 여겨집니다. 한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순서대로 밀려왔습니다. 한편으로는, 한 번에 몰아닥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기분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새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어미 새는, 날개가 없다고 여기는 새끼 새를 벼랑 끝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밀어서 떨어트렸죠. 새끼 새는 떨어지면서 온몸을 허우적댔습니다. 그때,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여긴 날개가 펼쳐졌습니다. 날아오른 겁니다. 어미 새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지 않았던 날개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통해 확인된 거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벼랑 끝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벼랑 끝은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을 하게 하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닥치지 않으면 발휘할 수 없었던 역량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역량을 발휘하게 됩니다. 새끼 새처럼 말이죠. 당장은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알게 됩니다. 원하는 방향이든 그렇지 않은 방향이든, 흘러가게 된다고 말이죠. 문제가 해결될 때가 있습니다. 해결됐다고 말하기 모호한 상황도 있습니다. 결과가 어쨌든 흘러갑니다.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어도 그리고 계획한 것의 많은 것을 하지 못했어도 지나고 보니 은총이라 느껴집니다. 인지하지 못했던 날갯짓을 통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안 될 것이라 여겼던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여겼는데,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풀렸습니다. 이 경험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덤덤하게 맞이하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어떠한 방향이든 은총으로 이루어질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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