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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서로를 다듬는 시간

다름을 품고, 함께 자라는 사람들

by 해루아 healua

남편이 말했습니다.


“나 이제 자기한테 답답하거나 짜증 같은 건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어.”


“응? 갑자기?”


“갑자기 아니야. 매번 내가 섣부르게 행동하고 감정을 표현했던 것 같아서.

사실은 서운하고 속상하고… 여러 감정이 뒤섞여있었더라고.

그걸 말로 잘 못했던 거야. 마음 상하게 해서 미안해.”


그 말속에는 수 십 번을 고심했을 그의 깊은 배려가 담겨 있었습니다.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동안 괴로운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과거의 감정을 다시 꺼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남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의 감정뿐 아니라, 그의 마음도 함께 들여다본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서로 다르지만 함께 성장해 가는 두 사람의 결혼 생활입니다.


MBTI로 풀어보자면, 이성 중심의 T 아내와 감성 중심의 F 남편. 논리와 감정, 분석과 직관이 만나는 접점에서 부딪히고, 때론 엇갈리며, 함께 배워나갔습니다.


결혼은 누가 맞고 틀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부딪히고, 어긋나고, 그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지는 '일상의 순례'임을 배웠습니다.


말보다 마음을 먼저 꺼내는 연습, 상대의 언어로 다가가 보려는 태도,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더 깊은 '생활의 결'을 받아들이는 시간들.


이 이야기는 독자와 나눈 글이었지만,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은 저였습니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맞추는 일이 아니라, 맞춰가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는 '동행'이라는 것을요.


'다정한 거리'는 처음부터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온도를 이해하고, 다름을 존중하며 조금씩 좁혀지는 간격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관계였음을, 이제는 압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애쓰는 태도입니다.




이 연재를 따라 함께 걸어준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과 나눈 이 거리가, 다정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가까워서 숨이 막히지 않고, 멀어서 마음이 식지 않는 그런 거리에서, 매일의 사랑이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가능하게 해 준 단 한 사람, 삶의 가장 가까운 동행이자 친구인 남편에게도 고맙습니다.


다름을 품어주고, 다름 속에서 성장하기로 약속한 두 사람. 그래서 저희는 오늘도, 다정한 거리를 함께 걷고 있습니다.


언젠가 둘 사이에 찾아올 예쁜 천사를 위해, 서로의 마음을 다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름'의 이야기가 유리처럼 여린 마음을 가진 누군가를 조금 더 따뜻하게 감싸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생의 동반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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