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장 가까운 셋째 이모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요즘 부부들이 자주 싸우는 이유가 있더라. 다들 공주고, 다들 왕자야. 서로 ‘귀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마음만 크지, 정작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적더라고.”
그땐 그냥 흘려들었는데, 요즘 들어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왜일까?
아마, 나도 그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대접해줘야 해. 나는 부모님의 자존감이야. 어떻게 네가 나를 그렇게 대해?”
그런 마음은 나를 지혜롭지도, 자유롭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나도 귀하지만, 상대도 얼마나 귀한 사람일까?” 그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내 태도를 바꿔보기로 결심하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
•남편이 출근할 때 방긋 웃으며 배웅하기
•매일 좋은 글을 골라 카톡으로 보내기
•남편이 불편해하는 습관 하나씩 고쳐보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 마음이 평온해졌다.
사실, 이전엔 싸움이 잦아질 무렵 참다못해 40년 차 선배 부부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선배 부부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부부 심리 상담 한 번 받아봐. 제삼자의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더라. 우리나라는 아직 상담에 대한 편견이 있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분명한 지혜야."
그래서 용기를 내어 상담을 찾아보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떠오른 게 있었다.
이모의 말.
그리고 나의 태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라고, 나를 먼저 위하길 바랐던 마음. 돌아보니, 그 모든 기대는 결국 내 안의 욕심이었다.
연애할 땐 그의 좋은 점만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일부러 단점을 찾아보려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좋을 땐 참 좋았던 사람인데, 왜 요즘 나는 그의 서운한면만 기억하려 드는 걸까.
이제 나는, 나를 내세우는 대신 상대를 먼저 귀하게 여겨보려 한다.
말과 행동을 하나씩 바꿔가며, 맞춰야 해서 억지로 이어가는 결혼이 아니라, 맞춰가고 싶어서 애써보는 결혼이 되길 바란다.
결국, 사랑은 ‘서로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맞춰가고 싶은 사람과 살아가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