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말러드 윌리암 터너 <전함 테메레르>
[명화로 보는 19세기 역사이야기] 1, 트라팔가 해전과 전함 테메레르 (1805)
- 조셉 말러드 윌리암 터너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007시리즈의 역대 최고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007매니아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2012년 개봉된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23번째 007시리즈 <007 스카이폴>을 꼽고 싶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새로운 임무를 위해 Q를 만나는 장소는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이다. 먼저 접선 장소에 도착한 본드가 감상하고 있던 그림이 바로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이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전함은 지난날의 화려했던 모습이 아니라 낡고 고장난 모습으로 혼자 기동도 못하여 해체를 위해 예인선에 끌려서 가는 쇠락한 모습이다. 돛대로 항해하던 범선 전함 테메레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증기선인 예인선에 의해 예인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007에서 이 모습을 보여준 의도도 007의 시대가 가고 첨단기술로 무장한 Q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잠시나마 암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윌리엄 터너는 영국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영국에서 문학에 세익스피어가 있다면 미술에선 윌리엄 터너를 국민작가로 꼽을 정도이다. 그는 14세부터 왕립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24세에 준회원, 27세때에는 왕립 아카데미 정회원이 될 정도로 당대 최고의 명성을 쌓았다. 지금도 영국에서는 매년 영국의 신예작가에게 주는 상 이름이 ‘터너상’일 정도 그의 영국내에서의 위치는 상상이상이다. <전함 테메레르>는 터너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작품으로 ‘빛의 화가’란 호칭을 받을 정도로 빛을 사랑한 그가, 구름과 무한한 바다와 떠오르는 태양을 거친 터치로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의 이러한 화풍은 뒤에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전함 테메레르>호는 이렇게 쇠락한 모습이지만 그녀의 리즈시절은 넬슨 제독이 지휘하던 1805년 트라팔가 해전이었다. 1588년 깔레해전에서 스페인 무적함대를 물리친 이후 영국은 전통적으로 육군보다 해군이 강했으며, 당시에도 세계 최강의 해군의 지위를 유지하던 영국 해군이었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의 소용돌이를 제압하며 황제가 된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정복하고자 침략전쟁을 벌이던 시대였다. 육군이 강한 프랑스는 전유럽을 침공했으나, 해군력에서 밀리는 영국에는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었다.
영국 해군은 1794년부터 1805년 사이에 프랑스 해군에 여섯 차례의 승리했고 프랑스 해군을 봉쇄했다. 영국에 의해 해상봉쇄를 당하고 있던 프랑스해군은 툴롱항에서의 해상봉쇄를 돌파했지만, 추격한 넬슨의 영국해군에 의해 스페인 남쪽 앞바다 트라팔가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한합대와 교전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이때 불행하게도 넬슨 제독은 우리의 이순신 장군과 마찬가지로 전투 중 적탄을 맞고 쓰러졌다. 하지만 지금도 넬슨제독은 내셔널 갤러리 앞의 트라팔가 광장의 높은 탑위에서 영국의 국가안녕을 굽어보고 있다. 이 참패 이후 나폴레옹은 지상작전에만 국한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해전인 트라팔가 해전의 주력 전투함이었던 테메레르호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하여 터너는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 007 스카이폴의 주제곡 아델의 스카이폴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잠깐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WyKQ7C-36A
++ 조셉 말러드 윌리암 터너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The Fighting Temeraire)> (1838) 91 X 122cm, oil on canvas, London National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