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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샘 Jun 04. 2019

[명화와 역사] 33,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블러디선데이

- 월터 프레드릭 오스본 <더블린공원에서, 빛과 그림자>

[명화와 역사] 33,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블러디 선데이


우리에게 1980년 5월 18일 공수부대에 의해 많은 시민들이 학살된 광주민주화 운동은 현대사에서 잊혀질 수 없는 비극적 사건이다. 그런데 믿기 어렵겠지만 영국에서도 광주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수부대에 의한 시민 학살사건이 있었다. 바로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피의 일요일’이라 불리워지는 사건이었다. 시위를 하고 있던 시민들을 향해서 공수부대가 조준사격을 하여 14명이 학살되었던 것이다. 북아일랜드인들은 영국정부에 거세게 항의하였지만, 영국정부는 정당한 진압작전이라고 말했고 작전에 참가한 군인들에게 훈장까지 주었다. 이 사건은 지난 2010년 당시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공식사과가 있기까지 38년이나 걸렸다.


이런 아일랜드의 ‘피의 일요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를 알아야 한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서쪽에 위치한 큰 섬으로, 5세기 이후 영국에 앵글로 색슨족이 침략하여 들어오면서 그 때까지 브리튼섬에 살던 캘트인들이 이들을 피해 아일랜드로 이주하면서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많은 외세의 침략과 약탈에 시달리던 아일랜드는 1169년 잉글랜드의 왕 헨리2세에 의해 정복당하면서 식민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지리적으로 영국에서 좀 떨어져 있는데다가 영국이 성공회로 국교를 바꾸면서 카톨릭이던 아일랜드는 극렬한 독립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1607년 아일랜드 북부의 얼스터 지방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란이 종결되자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로부터 신교도들의 대규모 이민이 시작되었고, 1801년에는 ‘그레이트브리튼과 아일랜드 연합왕국’이 탄생하면서 영국에 완전히 병합되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감자대기근으로 아일랜드에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는데도 영국정부에서 지원을 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16년 아일랜드 의용군과 민병대가 부활절을 맞아 영국통치에 대한 무장봉기를 시도하였고, 영국군은 무자비한 탄압으로 반란을 진압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영국군의 가혹한 처벌을 보고, 영국통치에 대한 격분이 민중들에게서 싹트면서 아일랜드 독립전쟁이 시작되었다. 1918년 총선에서 신페인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자, 이들은 영국을 무시하고 아일랜드 독립의회를 구성한 뒤, 아일랜드 독립을 선언하고 아일랜드 공화국군 즉 IRA에게 독립전쟁을 개시할 것을 명했다. IRA는 국민들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고, 이에 대응하여 영국군은 민간인 학살과 건물을 불태우는 행위를 자행하게 되었다.


이후 IRA와 영국군간의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서로간에 희생이 커지자, 1921년 휴전협정을 맺고 카톨릭을 믿는 남부의 26개주에 700년만에 독립을 허용하여 아일랜드 공화국이 되었고, 성공회를 믿는 북부 얼스터 6개주는 영국의 지배하에 남기로 하여 북아일랜드가 되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에 남아 있던 소수파인 카톨릭 신도들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자, 1960년대 말부터 이들은 시위에 나섰고 이러한 집회과정에서 ‘피의 일요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후 30년간 신.구교 갈등으로 3,600여명이 희생당한 끝에 1998년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2007년에는 북아일랜드에 공동정권이 출범하게 되었던 것이다.


금년도 칸느영화제의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그런데 2006년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작품은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다. 이 영화는 바로 아일랜드 독립전쟁에 투신했던 형제의 엇갈린 이야기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으면서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와 광주민주화운동의 슬픈 과거가 겹치는 아일랜드의 역사를 보면서 뜨거운 감점이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다룬 또 한편의 영화를 소개하자면, 실제로 독립전쟁을 이끌었던 실존인물인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를 다룬 리암 니슨 주연의 ‘마이클 콜린스’도 있다. 이 영화 또한 1996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다.


19세기 후반 아일랜드의 인상주의 화가인 월터 프레드릭 오스본은, 그 당시 힘들었던 아일랜드 시골 마을의 풍경을 자주 그렸는데, 그가 자주 그렸던 여성, 어린이, 노인들은 매우 사실적이며, 그들의 표정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 월터 프레드릭 오스본 (Walter Frederick Osborne, 1859~1903) <더블린공원에서, 빛과 그림자 (In a Doublin Park, Light and Shade)>, (1895), Oil on Canvas, National Gallery of Ireland    



* 1972년 사건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현한 영화 ‘블러디 선데이’ (2002)

https://www.youtube.com/watch?v=o6zvb0naOZo


** 2006년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2006)

https://www.youtube.com/watch?v=uPGXhUC7T0U

*** 1996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에 빛나는 ‘마이클 콜린스’ (1996)

https://www.youtube.com/watch?v=60N3R455l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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