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크 샤갈 <하얀 십자가 상>
[역사와 명화] 32. 벨푸어 선언과 시오니즘
세계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11월 2일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이었던 아서 벨푸어(Arthur Belfour, 1848~1930)은 런던 피카딜리에 있던 유대인 자본가 리오넬 로스차일드 남작의 집을 은밀히 방문하여 편지를 전달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독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거의 전 유럽에 걸쳐서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었다. 벨푸어가 전달한 편지는 훗날 ‘벨푸어 선언’으로 알려지게 된 것으로 로스차일드 경은 이 편지를 영국 시오니스트 연합에 전달해 공개되었다.
이 편지에서 영국정부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였다. 다만 유대인 국가라는 표현을 안 쓰고 유대인의 민족적 고향(National Home)을 수립하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대다수의 유대인들은 영국이 유대인 국가 건설을 약속한 것이라 믿었다. 1차대전이 4년차에 접어들었던 1917년에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나 독일과 강화조약을 맺고 동부전선에서 이탈했고, 미국은 독일에 선전포고는 하였지만 내부 준비관계로 병력이 아직 유럽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영국도 전쟁비용이 고갈된 상태에서 거의 혼자서 독일을 상대로 악전고투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대 자본의 지원을 받기 위하여 이렇게 무리한 약속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벨푸어 선언을 하기 전인 1915년부터 16년 사이에 ‘맥마흔 선언’을 하였었다. 맥마흔 선언은 당시 영국의 이집트 주재 고등판무관 헨리 맥마흔(Henry Macmahon)이 메카의 후세인에게 10여차례에 걸쳐서 전후 아랍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한 선언이다. 당시 독일편에 가담하고 있던 오스만제국내의 아랍세력들이 오스만제국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벌이도록 사주하기 위한 것이었다. 1916년에는 영국은 프랑스와 사이크스 피크협정을 체결하여, 영국은 이라크와 요르단을, 프랑스는 시리아와 레바논을 세력범위로 하고 러시아에게도 터키의 동부지방을 떼어주고 팔레스타인은 공동관리한다고 자기들끼리 약속하였다. 결국 벨푸어 선언과 맥마흔 선언은 상호모순되는 내용이었는데, 영국은 전시의 급박한 사정이라는 핑계로 이처럼 일관성 없는 정책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로 싹튼 분쟁의 씨앗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이어져 중동분쟁의 원인이 되었다.
서기 70년 로마에 의해 고향땅을 떠나 세계로 흩어져 살아야 했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고향 땅에 나라를 세우는 것을 소원해왔다. 19세기말부터 시오니즘 (이스라엘 회복운동)을 벌여오던 유대인들은 1차대전중의 벨푸어 선언으로 건국의 희망을 품고 더욱 활발하게 건국운동을 벌여왔다. 시오니즘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테오도어 헤르츨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운다는 기치아래 1897년 스위스 바젤에서 제1차 시온주의 세계대회를 개최하면서 시작된 운동이다.
1차대전이 끝나면서 영국의 위임통치가 된 팔레스타인에 히틀러의 박해를 피해 많은 유대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지역은 7세기 이래로 아랍인의 거주지였었고, 그 중심지 예루살렘은 아랍인과 유대인 사이의 쟁탈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후 2차대전후에 유대인들이 더욱 집결하게 되면서 분쟁이 거세지자, 1947년 영국은 이 문제를 UN에 넘겼고, 새로운 패권국가가 된 미국은 팔레스타인을 아랍국과 유대국으로 분할하는 분할안을 제출하여 가결시켰다. 1948년 위임통치기간이 끝나고 영국군이 철수하자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공화국 건국을 선포하였다. 이후 벌어진 중동전쟁을 통하여 100만명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은 1300년 이상 살던 고향 땅에서 쫓겨나 난민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유대인의 논리대로 한다면 우리도 고구려시대의 만주땅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젊은 시절 시오니스트였던 러시아의 유대인 화가 마르크 샤갈은 성서를 모티브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독실한 유대인 배경이었던 그의 십자가 그림은 십자군과 기독교인들에게 약탈당했던 유대인의 핍박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샤갈은 <하얀 십자가 상>에서 과감하게 십자가를 등장시켜 예수의 고통이 유대인이 고통과 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 <하얀 십자가 상 (White Crucifixtion)>, (1938), oil on canvas, 155 x 140cm, Art Institute of Chicago
** 친이스라엘적 시각에서 제작되었지만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건국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영광의 탈출(Exodus)’ (1960년)
https://www.youtube.com/watch?v=eKswKj3Zb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