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나 아그네스 브라큰베리 <에멀린 팽크허스트>
[명화와 역사] 31, 서프러제트 운동과 팽크허스트(1918)
우리나라에서 2018년 일어난 미투운동으로 여성 인권문제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실제로 변한 것은 많지 않다. 여성들은 아직도 여성 인권에 대하여 곳곳에서 투쟁하고 있고,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면서도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에서도 100년 전인 1918년까지 여성들에게는 참정권도 없었다고 하니 1세기전만 하여도 여성의 인권은 아에 없다시피한 상황이었다.
대영제국을 만든 위대한 여왕인 엘리자베스 1세와 빅토리아 여왕을 배출하였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는 영국에서조차 19세기까지 여성에 대한 권리는 무시되고 있었다. 그때 프랑스에서는 여성운동가 구즈의 영향으로 여성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영국에서도 1865년 ‘여성 참정권위원회’가 결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 참정권 운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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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거의 매년 의회에 여성참정권 법안이 제출되었으나,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면 정치지형이 크게 바뀔 것을 두려워한 기존 의원들에 의해 반대되었다. 1897년에는 ‘여성참정권협회전국동맹’이 중산층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결성되어 청원이나 회합, 문서배포 등 온건한 방법으로 여성참정권운동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온건한 방법으로는 여론의 관심을 끌기에 힘들어지자, 1903년 에멀린 팽크허스트(1858~1928)와 그의 세 딸들에 의해서 여성 노동자까지 포함된 여성사회정치연맹 (WSPU, 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을 결성하였다. 이들은 여론의 주목을 받기 위하여 과격한 운동방법을 취하게 되면서 전투적 참정론자(militant suffragist)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도 영국정부에게 10년째 무시되면서 드디어 1912년 3월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를 비롯한 주요거리의 유리창이란 유리창은 다 박살이 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커다란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던 WSPU회원 200여명이 건물에 돌맹이를 던지면서 벌인 일이었다. 이들은 유리창을 박살내는 것뿐 아니라 우체통의 편지를 불태우고, 빈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한 방법으로 여성들의 참정권 요구가 얼마나 간절한 일인지를 알리고자 하였다.
서프러제트(Suffragette)라 불리는 여성참정권운동의 지도자인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멘테스터의 부유한 날염업자의 딸로 태어나 14살 때 여성운동 선구자 리디아 베커의 강연을 듣고 여성해방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당시 진보적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변호사 리차드 팽크허스트와 결혼하게 되면서 여성참정권운동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녀는 결혼 후 5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함께 독립노동당에 들어가 여성의 불평등 문제와 참정권 쟁취운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남편의 죽음으로 잠시 주춤하였지만 딸들과 함께 WSPU를 결성하면서 다시금 서프러제트운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1913년 WSPU소속의 에밀리 데이비슨이라는 여인이 조지 5세의 경마장에 뛰어들어 1인 시위를 하다 말에 치어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 처리과정에서 여성들의 분노가 폭발하여 그녀의 장례식은 거대한 시위행렬로 변했고 여성들의 참정권운동은 더욱 과열되어 전국의 경찰서는 여성시위자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그러나 1차세계대전의 발발로 잠시 시위를 멈추었던 서프러제트운동은, 드디어 1차대전에 끝난 1918년 인민대표법을 제정하면서 30세이상의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하게 되었다. 이후 1928년 21세이상의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은 완전 평등 참정권을 쟁취하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당연히 생각하는 보통, 평등, 비밀, 직접 선거의 4원칙은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쟁취되었던 것이다.
++ 조지아나 아그네스 브라큰베리 (Georgina Agnes Brackenbury, 1865~1949) <에멀린 팽크허스트 (Emmeline Pankhurst)>, oil on canvas, (1927), 787 mm x 616 mm, National Portrait Gallery, London
* 여성 참정권 운동을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2015)에서 당시 WSPU소속 여성들의 힘들었던 투쟁과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kdnpD_C5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