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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명화로 읽는 세계사 II 20세기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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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샘 Jun 17. 2019

[명화와 역사] 34, 경제대공황과 글루미 선데이

- 요제프 리플로나이 <대평원의 공동묘지>

[명화와 역사] 34, 경제대공황과 글루미 선데이

1차 세계대전으로 전쟁 특수를 마음껏 누렸던 미국의 경제는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소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있었다. 소비감소로 인한 불경기는 기업들의 투자를 감소시켰고, 그 결과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시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었다. 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인 유럽대륙에서는 이미 1919년에 경제위기가 덥쳤지만, 부자나라 미국은 그 여파가 10년이나 지나 닥친 것이다. 드디어 1929년 미국에 경제 대공항이 발생하면서 임금은 반 이하로 줄고, 공장엔 팔리지 않는 물건들로 넘쳐나 생산을 멈추었고, 거리엔 실업자로 가득하고, 은행들은 줄줄이 파산하게 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전쟁이후에 경제불황을 겪고 있던 1차대전의 패전국인 독일, 헝가리 같은 국가들은 미국의 경제공황으로 더욱 혹독한 경제 불황을 겪게 된다. 특히 헝가리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왕국 시대부터 독립을 요구하던 소수민족들의 독립 염원이 반영되면서, 1차대전 직후의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사방의 영토가 오스트리아,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체코슬로바키아 등 주변국과 신생국들에게 할양되어, 영토의 2/3를 잃고 인구의 절반을 잃게 되면서 더욱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문제의 1929년 대공항으로 인해 헝가리 경제는 KO펀치를 맞고 그로키 상태에 놓이게 된다. 외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갔기에 외자 도입은 더 이상 어려웠고, 여기에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파산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헝가리 정부는 당시 국제연맹에 재정 도움을 요청하지만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받으면서 경제는 더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1928년 5%정도이던 실업률은 1933년 36%까지 치솟았으며 직업을 유지하던 노동자들도 임금의 대폭 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죽음을 부르는 노래로 잘 알려진 ‘글루미 선데이’가 작곡된 1933년 헝가리는 바로 이런 지옥같은 경제상황이 배경이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당시 헝가리를 비롯한 서구 각국에서는 동시 다발적인 자살사건이 벌어지게 되었고, ‘글루미 선데이’의 음울한 멜로디와 합쳐지면서 수많은 괴담이 번지게 되었다. 이후 헝가리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우경화로 치달으면서 훗날 2차대전에 다시 말려드는 결과가 되고 말았고, 또한 헝가리는 이후 수 십년간 전세계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글루미 선데이'는 1933년 헝가리의 작곡가 레조 세레스가 작곡하고 라즐로 자보가 작사한 곡이다. 곡이 발표되자마자 '글루미 선데이'는 큰 사랑을 받았으며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인 빌리 홀리데이가 1941년 영어 리메이크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곡의 여파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살한다고 생각하게 되어 금지곡이 되어 원곡의 악보와 음원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1968년, 작곡가 레조 세레스마저 의문의 자살 사건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글루미 선데이는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하였다.

헝가리의 죽음과 관련하여 헝가리의 유대인 출신 인상주의 화가 요제프 리플로나이의 작품이 떠오른다. 리플로나이는 여인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지만 헝가리의 풍경화도 많이 그린 화가이다. 헝가리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동묘지를 단순한 동화와 같은 필치로 잘 표현하고 있다. 헝가리 남부 카포슈바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다페스트로 가서 약리학 학위를 취득한 약사였으나,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던 미술공부를 하기 위해 1884년 뮌헨으로 갔으며 2년후에는 파리로 건너가 공부를 계속했다. 1888년 파리에서 나비파 그룹의 화가들을 만나게되어 영향을 받고 그만의 장식적인 독특한 그림을 개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