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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싱 Oct 01. 2021

여섯 번째 편지. 경쟁이라 쓰고 운명이라 읽는다

경쟁.

문 밖을 한걸음만 나서도 나 아니면 모두 적인 이 살벌한 세상에서, 쌍둥이 육아를 논함에 있어 왜 '경쟁'을 논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어.

형제, 혹은 자매, 아니면 남매 지간 경쟁을 겪어본 너라면 '쌍둥이 경쟁'에 대한 조금의 예상을 할 수 있으려나? 그게 아니라면 혹, 같은 나이의 사촌이 있어본 적은?

살짝 예상해보니 어딘가 싸한 기분이 들진 않는지 ㅎㅎ


맞아.

쌍둥이는 결코 이 '경쟁'이라는 키워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그 좁은 엄마 뱃속에서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다툼(?)을 그야말로 태초부터 겪어낸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점. 우리는 그 점을 명심해두어야 해.


지극히 사이가 좋은 반면, 지극히 서로에 대한 경계가 남다른 그들.

어릴 때는 먹는 걸로도 싸우고 노는 걸로도 싸워. 커서는 불공정함에 싸우고 공부로도 싸우지.

그래서 매일 피가 터지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고 그건 사실 양육자의 컨트롤이 매우 중요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순간순간 서로를 본능적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는 그들. 우리네 쌍둥이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Key 1. 경쟁은 선택이 아닌 본능


'우리 애들은 왜 저럴까?'

한창 싸울 때는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어른의 관점에서만 애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싸우지마'만 반복했어. 일단은 아이들이 아닌 엄마인 우리부터 그들의 본능에서 비롯된 경쟁심리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해야 해. 마치 세상에 둘만이 전부인 것 처럼 말야. 밖에 나가면 위아더월드인 녀석들이 집안에만 들어오면 둘이서 아주 불꽃이 튀지.
"세상에 너네 둘밖에 없냐~ 좀만 커봐라~ 나가면 경쟁상대가 아주 넘쳐나서 문제인데 서로 이긴들 뭔 소용이냐~"

별별 이야기를 다 해보지만 이건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더라구.

생각의 전환을 하는 게 현명한 방법. 적당한 경쟁은 서로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이 경쟁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목표가 아닌, 좋은 방향의 경쟁으로 끌어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해.



Key 2. 쌍둥이지만 잘하는 게 모두 달라


아마 숱하게 겪어낼 일이지만, 한 아이가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거나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거나 했을 때 나머지 아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짐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어느새 침울해지거나 의기소침해지고 어쩌면 일정기간 다소 위축될 수도 있어. 그럴 땐 재빨리 엄마가 눈치를 채고 이렇게 말해주어야 해.

"우리 00, 속상하구나. 그런데 너네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다 뿐이지 각자가 가진 재능은 분명히 달라. 이번에는 ☆☆이 잘했지만 다음에는 00가 또 잘하는 게 돋보일 거야."

하고 말이지.

사실 그렇게 말해준다고 해서 바로 아이의 마음이 좋아지지는 않을 거야.

다만 너네는 늘 다른 인간임을, 그래서 잘하는 것 또한 다름을 인지시켜 줄 필요가 있어.

같은 분야에 한 아이만 잘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 안에서 또 세부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을 거야.

"이번 **테스트에 ☆☆은 피아노 연습을 한다고 많이 준비하지 못했잖아. 00은 이 과목을 좋아하니까 너보다 좀 더 준비했을 거야. 그리고 이번 테스트만이 전부는 아니잖아. 아마 --부분이 조금 부족해서 그럴 수 있으니 다음에는 그 점에 중점적으로 신경써보자."

와 같이 말이지. 어쩌면 일종의 요령일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중요한 건, 한 명이 잘한다고 너무 디프레스 되지 말아라, 너네는 각자 잘하는 게 따로 있다는 점. 이 점만 염두에 두면 돼.

참, 혹여 아이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분명 속으로는 속상할 수 있으니 침울한 아이를 위해 뒤에서 맛난 간식을 몰래 챙겨준다거나 살짝 용기의 말을 건네주면 '나 아무렇지 않은데?' 해도 아이에게는 조금 힘이 될 거야.



Key 3. 경쟁도 잘만하면 '득(得)'


엄마인 우리는 거꾸로 이 아이들의 경쟁심리를 긍정적으로 활용(?)해볼 수도 있다는 사실.  

초1 때였던가? 아침 일곱 시경 눈을 뜨자마자 두 녀석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각자의 방으로 달려가 영어책을 읽어대곤 했는데 이유인즉슨 상대보다 영어 읽기 점수를 더 빨리 획득하고 싶어서였어.

학부모이니 자연히 목표치를 부여하게 되고, 둘은 동갑이니 시작점에 있어서만큼은 또 어쩔 수 없이 그 목표가 유사할 수밖에 없는데, 미션을 부여받은 둘의 의지는 아마 이글거리는 눈빛을 본다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야. 특별한 보상이 있지 않아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이기고 싶다'는 열망이랄까 ㅎㅎ

이건 부모가 말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더라. 그러니 둘의 경쟁은 선택이 아닌 본능일 수밖에.


 

Key 4. 비교 혹은 차별은 당연히 금물


자극하지 않아도, 알려주지 않아도 둘 사이에 어쩔 수 없이 튀는 스파크는 쌍둥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렇기에 '비교'를 할 일 조차도 없을 테지만 혹여라도 그렇게 느낄 수 있으니 매사 말을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때로는 칭찬도 혼자 있을 때 단독으로 듬뿍, 아주 듬뿍 안겨줘야 함이 필요할 때도 있을 거야. 그야말로 각자 잘하는 게 다르고 각자 부족한 점이 있으니 특정 아이가 상처 받지 않도록 말조심해줘야 한다는 거. 잊지 말길 바래.

하지만 할머니나 친지, (혹시 한 반이라면) 담임선생님 등은 부모만큼 세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조금 무심히 그들을 대할 수도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조금이라도 가까운 사이라면 미리 당부를 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선생님과 같이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조금 힘든 대상이라면 아이의 마음을 좀 더 세심히 헤아려주되 매사에 방법적인 부분을 고민해봐야 해. '선생님'은 조금 특별한 대상인데, 기관 혹은 학교 생활에 있어서 쌍둥이는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은지는 다음 편지에서 알려주도록 할게.


 



쌍둥이 육아에 있어 이 경쟁이란 키워드는 보육을 하는 시점보다는 교육을 하는 시점에, 그러니까 아이들이 조금 성장하고 난 후부터 더 극심함을 느낄 수도 있을 거야.

어쩌면 나아가 대학입시, 각자의 삶에 있어서도 둘은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할지도 몰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쟁을 없애기보다, 좀 더 순화된, 그야말로 선의의 그것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랄까?

'쌍둥이 파워를 발휘해!'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야. 쌍둥이로 태어난 것이 그들 스스로에게 얼마나 크나큰 축복인지, 가족이자 평생 친구가 있는 행운을 얻은 아이는 이 세상에 흔치 않다는 점을 항상 이야기해주곤 해. 상대가 경쟁의 대상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밖에선 영원한 서로의 편이 있다는 것. 그 점을 늘 마음에 새기라고 말이야.  


아직은 나도 아이를 한창 키우고 있는 입장이지만 글을 쓰고 보니 다시 한번 마인드셋을 하게 되네.

우리에겐 참 많은 관문이 있어.

하지만 지금껏 잘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우린, 그리고 넌 잘해나갈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둥이 엄마니까 ^^




Photo by Stillness InMoti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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