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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싱 Sep 13. 2021

다섯 번째 편지. 쌍둥이 육아, 오해 VS 진실

그들은 다르다

내가 쌍둥이 엄마가 되기 전이 생각나.

'쌍둥이'는 그야말로 특별한 무엇이었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랄까?

흔히들 쌍둥이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사실상 키우면서는 전혀 아님을 깨닫게 될 때가 많아.

오늘은 그 오해와 진실에 대해 대단히 많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를 알려주려고 해.


오해1. 쌍둥이는 아프면 함께 아프다.

진실도 : 50%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

사람들이 여기서 '함께' 아프다라는 대목이 마치 쌍둥이는 보이지 않는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일반 사람들에 비해 영적인 뭔가를 공유하고 있을 거다, 혹은 체질적인 부분이 상당히 닮아있어 아픈 주기도 비슷할 것이다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말하자면 그 부분은 명백한 오해.

쌍둥이는 '함께' 태어났다 뿐이지 절대로 '같은' 존재일 수 없어.

체질, 성격, 기질, 체격... 모든 게 달라. 쌍둥이가 아닌 다른 형제나 남매 혹은 자매와 전혀 다를 것이 없어.

쌍둥이를 키우면서는 이 부분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데 둘을 '같은 존재'로 대한다거나 '세트'같은 이미지로 고착시키는 것을 나는 지양해. 그건 무엇보다 쌍둥이 본인들을 위해서 좋지 않아. 앞서 말했듯, 거의 동시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 가치가 누군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무엇으로 치부되는 건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일란성이든, 이란성이든 마찬가지야. 나는 두 아이에게 같은 옷을 입혀본 적이 거의 없어. 오히려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려고 더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아.  

그런데 아플 때 함께 아프다가 반은 맞는 이유는?

어쨌거나 쌍둥이라는 이유로 다른 형제자매에 비해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야.

장난감도 같이 물고 빨고, 이유식도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자고. 이렇게 붙어 있는 상황에서는 비슷한 면역 상태의 연령대인 둘은 같은 질병에 걸릴 환경에 노출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지.

듣고 보니 당연한 이야기지?

마치 외계인처럼 쌍둥이는 무슨 교신을 한다는 둥, 어떤 텔레파시를 주고받는다는 둥 그런 이야기도 있는데 이 역시 오해야. 둘은 지극히 독립된 인격체이고 어떠한 교신도 주고받지 않아. ㅎㅎ  


오해2. 쌍둥이들은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발달 속도가 느리다.

진실도 : 50%


결론부터 말하면 지능발달 속도는 전혀 느리지 않고, 신체 발달은 조금 그럴 수 있어.

물론 이 부분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데 일단 '지능'면에서만 보면 이미 둘 자체가 달라.

다른 아이와의 비교는 사실 무의미한 게 아이들의 지능은 사실 너무나 제각각이고 설사 지능이 조금 낮다 할지라도 그게 '쌍둥이'이기 때문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야. 우리집 쌍둥이의 경우 지능적인 면에서 일반치를 벗어난다는 생각은 크게 해 본 적이 없는데 정확히 수치화된 지능 검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제 때 해야 할 것에 대해 더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어.

다만 신체 발달의 경우는 조산 여부와 출산 시의 몸무게 등과 연관이 있을 수 있어.

이건 너무 상식적인 부분일 수도 있는데, 엄마 뱃속에서의 성장 속도는 출생 후의 그것과 비교도 없이 빠르다는 말 들어봤지? 그만큼 태내에서의 성장이 중요한데, 남들보다 한두 달 일찍 태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빠르게 클 수 있는 시간을 손해 본다는 것이니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같아.

나는 정확히 36주 경에 아이들을 낳았는데, 이미 아이들이 각각 3킬로를 육박해 어쩔 수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고 있자니 어쩌면 지능도 조금 연관이 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 여하튼 조금 작게 태어난 쌍둥이들은 시작부터가 단태아에 비해 왜소할 수 있고 아마도 그 영향은 성장기 시절 특별히 따라잡지 않는 한 계속되지 않을까?


오해3. 쌍둥이들은 뭐든지 함께다.

진실도: 15~20%


이 부분은 유아기 때는 100% 진실이지만 아이들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0%에 수렴하기 때문에 진실도가 낮아. 물리적인 보육이 필요한 시기, 쌍둥이는 같이 먹고, 같이 입고, 같이 놀고, 같이 잘 수밖에 없기에 함께 하는 대부분이 공유되는 경우가 많은데 각자의 세계가 생기면서부터는 거의 대부분의 것을 함께하지 않게 돼. 나 같은 경우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의 학급도 의도적으로 다르게 했는데 이건 사실 둘의 문제라기보다 외부의 시선이나 관계적인 부분 때문이기도 했어. 쌍둥이 서로에게나 가족에게는 이미 너무나 다른 인격체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둘을 '세트'로 보는 경우가 허다하거든. 이 부분은 그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이 글을 적게 된 바로 그 '통념들'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 그래서 가능한 한 인위적으로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줄 필요도 있는데,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쌍둥이라는 사실을 잊게 될 만큼 독립된 생활과 세계를 가지게 돼.


오해4. 쌍둥이들은 서로 너무 잘 논다.

진실도: 40%


절대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미리 알려주고 싶어.

오히려 타 형제자매보다 더 싸우기도 하는 게 쌍둥이들이더라고.

쌍둥이들은 어릴 때부터 많은 부분을 경쟁하기 시작해.

부모의 손길, 장난감, 먹을 것, 공간 등 많은 것들이 공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각의 독립된 인격체인 그들은 '왜 나만의 것이 없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품게 돼. 어린 쌍둥이를 키우다 보면 꼭 한 번은 겪게 되겠지만 쌍둥이들의 생일이라며 꼭 한 개의 선물을 주는 지인이 있어. 개수를 떠나 선물을 챙겨준다는 건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때로는 그 선물을 나는 숨기기도 했다는 사실^^ 일단 한 개는 다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다른 무엇 하나를 개별적으로 준비해 제공한다거나 선물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치환해 노출하기도 했어.

유아기를 거쳐 아동기, 사춘기를 겪게 되면서 '잘 논다'는 점점 더 희석될 수도 있는데 서로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각자의 친구가 생기며 트러블이 자주 발생하기도 해.

이 '경쟁'이라는 요소는 부모가 잘 컨트롤을 해주어야 하는 부분인데, 잘 활용되면 득, 아니면 독이 되기도 해서 가볍게 지나칠 문제는 아니더라. 쌍둥이의 '경쟁'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 풀어보도록 할게.

아무튼 늘 잘 노는 건 오해라는 사실을 알아둬.


오해5. 쌍둥이도 자연 출산이나 모유 수유가 전혀 문제없다. 힘들 거라는 건 오해에 불과하다.

진실도: 0%


연예인 누구누구나 쌍둥이를 낳았는데 자연 출산했다더라.

쌍둥이 엄마는 모유도 그에 맞게 두배가 준비된다더라.

쌍둥이는 알아서 잘 크니 오히려 부모가 손 갈 데가 없다더라.


쌍둥이 엄마는 원더우먼이 아니야.

마치 날 때부터 쌍둥맘으로 점지받은 마냥 너는 그에 맞게 준비가 될 것이다라는 논리는 하등 근거가 없어. 요즘은 워낙 쌍둥이가 더 많아지기도 했지만 내가 출산했을 때에는 '쌍둥이맘 연예인'이라면 지금보다 좀 더 특별한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것 같아. 특히 탤런트 이영애가 그 여리디 여린 몸으로 쌍둥이를 자연 출산했다는 이야기가 돌며 그녀가 낳은 병원으로 쌍둥맘들이 몰리기도 했는데 사실 임산부가 쌍둥이를 낳는다는 건 굉장히 큰 위험을 감수할만한 일이라고 해. 당시 나의 주치의 같은 경우는 '자연 출산'은 꿈도 꾸지 말라고 못 박을 정도였어. 본인의 가족이 쌍둥이를 자연 출산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다니며 말릴 거라며 말이야.

사실 '제왕절개'에 대한 부작용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로 겪은 바에 의하면 주변 자연 출산 임산부보다 후유증은 오히려 훨씬 덜했다고 말해주고 싶어. 물론 수술 직후에는 자연 출산에 비해 '수술'이라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회복기간이 길 수밖에 없는데 회음부라던지, 치질 문제라던지, 그 외 생활 속 통증 등을 고려해보면 나는 제왕절개를 강력 추천하는 쪽이야.

모유 수유 또한 마찬가지야. 글의 초반부터 '모유 수유' 반대론자에 가까운 주장을 펼치긴 했는데 ㅎㅎ 엄마의 여력이 닿는 내에서 무리하지 말라고만 이야기해주고 싶어.

쌍둥이에 맞게 모유가 준비되고, 모유를 먹어야만 아이의 지능이 좋아지고 그런 부분들은 나는 낭설에 가깝다고 생각해. 이건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뿐이야.


아마 이 외에도 '쌍둥이'하면 더 많은 통념들과 오해들이 난무할 거야.

막상 키워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진실들. 물론 키우면서도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 모를 때가 많아.

하지만 적어도 '말도 안 되는 낭설'들에 휘말려 오히려 중요한 것들을 놓칠 필요는 없겠지?

혹시 이 글을 읽는 네가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면 댓글에 남겨줘. 키워본 경험 내에서 최대한 정확한 근거로 답변해줄게.


쌍둥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쌍둥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도 많아.

가끔 주변에서 '쌍둥이 엄마!'라고 불러주지 않는다면 아마 그 특별함을 매일 느끼며 사는 날은 흔치 않아.

그래서일까? 가끔 누군가 '쌍둥이'임을 일깨워주면 그 사실이 축복처럼 다시 느껴지기도 해.

나는 너무나 다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그래도 쌍둥이라는 스페셜티를 늘 가지고 가는 느낌. 선물 같은 느낌 말이야 :>


정신없이 수다 떨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다음 편지엔 미리 이야기해두었다시피 쌍둥이 아이들의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럼 오늘도 너의 쌍둥이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길 바라-!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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