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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싱 Oct 18. 2021

일곱 번째 편지. 취학 어린이 쌍둥이, 드디어.

쌍둥이 초등생활 Q&A (1)

쌍둥이 엄마, 안녕 :-)

잘 지냈어?

이제쯤 너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꽤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듯해.


나도 이제 쌩아기 쌍둥이 육아는 어느새 졸업한 '라떼맘'이 되어버려서일까?

요즘 나오는 육아용품들을 보니 정말 세상 많이 좋아졌더라 ㅎㅎ

그래도 육아의 고충이 어디 가겠나 마는.

어느새 내가 쓰던 육아용품들은 골동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더라구.

심지어는 손을 대지 않아도 유축이 되는 신개념 자동유축기까지 등장했더라구. '나때는' 그런 게 없었는데 말야 ㅎㅎ

아무튼 이제 이번 글에 귀를 기울일 때쯤이면 너도 그런 육아용품에 기댈 짬밥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맥락 없는 육아용품 이야기를 곁들여봤네. (잠깐, 어디서 꼰대 냄새가... )


요 며칠은 아이들의 학교 상담 주간이었어.

학교에 들어가면 한 학기에 한 번씩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는데 보육을 하는 어린이집이나, 그에 연장선상인 유치원과는 달리 아무래도 '학교'는 좀 더 공식적이고 객관화된 기관이기 때문에 이 상담이라는 절차가 조금은 무게감 있게 다가올 수 있어.

물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쿨내 진동하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담임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 기간을 꽤나 기다리는 편이야.


고맙게도 이번 상담에서 역시 담임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듬뿍 받아 학교생활을 큰 어려움 없이 해내고 있구나 하고 안심하게 되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 말씀이 

"ㅇㅇ가 학습적인 면도 우수하지만 정서적인 부분까지 매우 좋아서 ㅇㅇ를 볼 때면 부모님이 어떤 분들인지 참 많이 궁금했어요. 아이를 어떻게 키우셨나 한 번쯤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라고 하신 부분이야.


사실 최근이 브런치 글을 계속 이어가도 되나... 

글을 쓰려고 하면 계속 머뭇하게 되는 구간이 좀 있었어.

육아의 끝이 어디라고, 기껏 초등 아이를 키운 주제에 무슨 육아 글을 쓴다고... 본격적인 사춘기를 앞둬서인지 집에서만큼은 아쉽다아쉬운 부분이 워낙 많이 보이는 아이들을 보니 더더군다나 그 생각은 강해지더라고.

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저 말씀이, 다시금 내게 브런치 글을 쓸 수 있게 용기를 주셨어 :)

무엇보다, '정서적인 면'이 매우 좋다고 해주신 말씀이 나의 육아가 틀리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는데, 물론 앞으로 더 길게 봐야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 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모든 건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 브런치 글들은 너와 그 과정을 나누고 싶은 의도라는 거. 그 점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어.


이제 곧 우리집 쌍둥이들은 초등 고학년이 돼.

초등 입학한 지가 정말이지 엊그제인거 같은데 어느새 초고학년이라니.

한 학년, 한 학년이 모두 다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이 나.

내가 육아를 해온 방식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해보니 좋았던 것 같다거나 혹은 아쉬웠던 점을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모두가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나가보려고 해.


이번 글에서는 '초등 저학년'에 대한 이야기를 Q&A 형식으로 준비해봤어 :->




Q. 아이들의 초등 입학을 앞둔 네게 가장 고민거리가 있다면 바로, '같은 반을 할 것이냐, 다른 반을 할 것이냐' 일 거야.


A. 1학년은 같은 반, 2학년부터는 다른 반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해주고 싶어.

부모의 걱정만큼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기관이란 참으로 낯선 곳일 수밖에 없는데,

내가 늘 이야기하는 '쌍둥이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게 바로 이럴 때야.

새로운 곳, 혹은 새로운 무언가에 적응을 할 때 나 혼자가 아닌 짝꿍이 있다는 건 정말이지 그 무엇보다 든든한 일이 아닐까? 혹 남매 쌍둥이라 할지라도 성별에 대한 개념도 크지 않을 때라 함께 다닌다고 놀릴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첫 학기라 모든 게 생소할 학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돼.

이제 막 초등생활을 시작했는데 학교 준비물이야, 담임 선생님 성향이야, 반 친구들이야, 엄마들 관계야... 신경 쓸 일이 한 두 개가 아니거든. 만약 다른 반이라고 할 경우 그 고충이 정확히 두배라고 보면 돼.

나 같은 경우 첫 기관인 유치원에서 늘 다른 반을 해주고는 했는데, 유치원과 학교는 또 차원이 다른 곳이니 소프트랜딩을 위해서라도 1학년 때만큼은 같은 반을 해주는 게 좋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어.

다만 2학년 때부터는 다른 반을 하길 추천하는데, 일단 1학년 때 각자의 교우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나면 내가 늘 강조하는, 쌍둥이는 세트가 아닌 독립적 존재이기에 같은 반이기보다 다른 반에서의 적응을 유도하는 게 좋아.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쌍둥이를 세트로 보는 인식은 정작 부모가 아닌 '외부'의 시선이거든.

아무래도 친구나 선생님은 둘이 쌍둥이라는 걸 아는 이상 모든 걸 같은 선상에 놓고 대하곤 해. 심지어 선생님과의 상담 때 같은 경우, 엄마인 나는 각각을 다른 아이로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선생님은 둘을 마치 하나의 묶음인 양 말씀을 하시는 경우도 있었어. 그건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라 누구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쌍둥이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기 때문에 만약 그것을 원치 않는다면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앞서 말했, 담임선생님에 대한 응대라던가 학업과 관련한 준비사항이라던가 기타 등등의 일은 두배가 되기 때문에 어떤 점이 더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판단하면 될 것 같아 :)


Q. 아이들 학교생활과 관련해서 초등 입학을 앞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많이들 하는 고민 중 하나가, '한글을 떼고 가야 하나?'에 대한 의문이더라고.


A. 이건 비단 쌍둥이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한 아이에 대한 학교 생활이 나머지 한 아이에 대한 생활과 아무래도 맞물리기 때문에 어떤 판단에 대한 영향은 두배라고 할 수 있어. 학교의 존재 이유가 '학습'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결국 학습력과 학교생활이 맞물려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는 편이야.

물론 사회생활도 하는 곳이고 학습 이외에 배우는 것 또한 참으로 많은 곳이지. 아이들의 유년 시절의 정서를 결정하는 가정 다음으로 중요한 곳.

결론적으로 말해 '한글은 떼고 가는 게 좋다'.

물론 학교에서 처음에 한글을 가르쳐줘. 하지만 아이들의 국어 교과서를 학기별로, 나아가 학년별로 쭉 살펴보면 학교에 처음 입학하자마자 한글을 가르치는 기관 치고는 그 과정이 참으로 빠르다고 느껴질 거야.

소위 말해 '글밥'이라는 부분도 이제 막 한글을 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분량 치고는 훅훅 치고 나가는 느낌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사실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대로라면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한 아이들이 오는 곳이 학교야.

그런데 어느 반 선생님이 입학식 날 그러셨다지.

"자아, 다들 자기 이름 쓰여 있는 책상 찾아서 앉으세요~"

조금 웃픈 현실? ㅎㅎ 결국 학교에 들어가서 보면 정작 한글을 모르는 아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야.

뿐만 아니라 국어만 과목이 아니잖아. 수학도 요즘은 워낙 문장제 문제가 중시되는 편이라 어쨌거나 한글이 준비되어있지 않을 경우 모든 게 조금씩 인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이 부분은 나는 강력히 말해주고 싶어. 한글은 꼭 떼고 가라고 말야 :-)  

그 외에도 화장실 가서 용변 보는 법, 40분 동안 자리에 앉아있기,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 잘 듣기 등 기본적인 태도는 꼭 훈련을 시키고 보내는 것을 추천해.


Q. 중학년쯤부터는 요령도 생기고 해서 적당히 대응할 수 있는데 처음 학교에 들어가면 '대표맘'을 뽑는 과정을 접하게 될 거야. 그럴 때마다 아이 둘 맡긴 죄인(?)이라 뭔가 맡긴 맡아야 할 것도 같은데... 하는 맘이 들 수 있어.


A. 과감히 학교일에 나서 보라 조언해주고 싶어 :-)

일이 정말 너무 바빠서 도저히 엄두를 못 낼 정도가 아니라면 아이들이 학령기에 특히 저학년 때라면 꼭 한 번은 경험해보면 나쁘지 않은 게 학교일이야. 사실 장단점이 있긴 한데, 내가 '장점'만 잘 취하겠다 마음을 먹으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

대다수의 엄마들은 모두가 기피하는 대표맘을 맡아줘서 고마운 마음들을 표해주고, 혹여라도 상식 밖의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맘이 꼭 한두 명은 있긴 하지만 가뿐히 웃으며 대처해주면 큰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아. 특히 저학년이라서 말이야. (나 같은 경우는 사실 나름 큰 애로사항을 겪긴 했는데 ㅋㅋㅋ 지나고 나니 한낱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남네)      

무엇보다 장점이 있기 때문에 권하는 건데,

나는 1학년 대표맘을 했는데 그 이유는 아이가 한 반에 둘이기도 해서 일단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선생님과의 접점이 아무래도 생길 수밖에 없으니 혹여라도 반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특히나 내 아이가 연루되는 일이 있지는 않을지 혹여라도 생길지 모르는 그런 부분을 좀 더 빨리 캐치하고 싶은 이유에서였어.

다행히 아이가 어떤 문제에 연루된 일은 없었지만 대신 반 친구들의 성향이나, 그 엄마들을 알아서 좀 더 빨리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처를 해줄 수 있었던 점,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사실 상담이나 그런 부분에서 조금 신경을 써서 관찰하시고 말씀 주시는 것도 있기는 했었던 것 같아.

살짝 논외의 이야기지만 당시 다른 반 대표맘의 에피소드인데, 어느 날 한 엄마가 그 대표맘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더래.

그래서 그건 무리한 일이니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더니, "아니 00 맘은 대표맘이시면 학교에서 얻는 이익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일도 못해줘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대.

사실 정말이지 무례하고도 상식 밖의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 그런 생각을 하는 엄마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러나 명백히 말하지만 엄마가 학교일을 한다고 해서 아이나 학부모에게 어떤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오는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거 ㅋㅋ 그런 오해가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니 신경 쓸 건 없어.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이 학교일이라는 게 '하는 엄마'가 계속 해.

말하자면 학교 사정과 정보 등에 익숙한 맘들이 첫째에 이어 둘째, 그리고 셋째 아이의 대표맘까지도 하고는 하는데 사실 학교일이라는게 99% 봉사이기 때문에 (1%는 친목도모 ㅋㅋ) 이렇듯 맘씨 좋고 발 넓고 정보력 있는 맘들을 알게 되는 장이라는 거야.

나는 대표맘인 학부모위원일 외에도 '스토리맘'이라고 아침마다 아이들의 반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봉사도 했었는데 이 또한 결국 그 맘들이 그 맘들이었다는 거 ㅎㅎ

이와 같이 학교 특성상의 봉사할 부분이 있을 때 열심히 나서다 보면 나도 학교를 더 잘 알게 되어 좋고, 아이도 학교일을 하는 엄마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가지기도 해. 저학년 때는 그런 마음도 조금은 아이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거든.

내 아이가 6년을 다닐 학교의 정보도 얻고, 마음 좋은 맘들과 친해져서 친목도 도모한다면 그보다 좋은 장점이 또 있을까?

이왕지사 쌍둥맘으로 이생망인 거(?) ㅋㅋㅋㅋ 대표맘에 과감히 도전해보도록해~



이번 편지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봐.

편지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지? ㅎㅎ

초등 저학년이 어찌 보면 가장 임팩트가 있는 학년이기도 했고, 그만큼 첫 단추로써 중요하다면 중요한 시기이니 이 시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서 조금 더 이어가 보도록 할게!

그럼 안녕♡



늦은 밤 너를 생각하는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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