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싱 Oct 20. 2021

여덟 번째 편지. 쌍둥이 초등생활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쌍둥이 초등생활 Q&A (2)

Q. '학교생활'이라는 게 중요하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안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마는 초등생활에 있어, 무엇보다 '쌍둥이 초등생활'에 있어 가장 주안을 둬야 할 것이 무어냐고 한다면-


A.  참 많이 들어봤을 단어. 바로, '자기 주도'생활이야.

우리가 흔히 '자기 주도 학습'이 중요하다고 하잖아? 하지만 이 자기 주도라는 것은 비단 학습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야. 바로 '생활 전반적인 면'에 걸쳐 아이 스스로 챙겨나가야 한다는 것.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내일 학교 준비물은 뭔지, 오늘 해야 할 숙제는 무엇이 있는지, 친구랑 언제 놀지, 학교에 늦지 않게 가려면 몇 시에는 집에서 나서야 하는지 등등.

아이의 학교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것들이 아이 본인 스스로 인지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 루틴을 큰 불편함 없이 해나갈 수 있음이 자기 주도의 시작이야.

처음에는 학교생활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처음부터 엄마의 포지션은 '해결사'가 아닌, '헬퍼'여야 한다는 것.

8살이라는 나이가 아가 때에 비하면 많이 성장했지만 그래도 어른의 기준에서 보기엔 한없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나이야. 그렇기에 엄마가 도와주어야 할 부분이 꽤나 많은데, 한 가지만 잊지 않으면 돼. 행위의 주체가 '엄마'가 아닌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


흔히 자기 주도라고 하면 '방관' 혹은 '방치'를 하라는 거냐고 되묻는 맘들이 있어.  

먼저, 아이가 자신의 자기 주도성을 갖추기 전까지는 '방치'가 너무 가혹할 수 있지. 물론 아이가 처음부터 짠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잘하는 아이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아이의 기준에서 본다면 숙제는 당일에 꼭 해가야 하는 것임을, 준비물은 알림장에 잘 적어와서 혹은 인터넷 알림장을 엄마에게 꼭 확인해달라고 해서 꼭 준비해 가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차근차근 알려주면 돼. 처음에 엄마의 도움이 80%가 개입되었다면 점점 엄마는 발을 빼. 못해도 1년만 지나면 엄마는 다음날 준비물이 뭔지, 숙제가 뭐였는지 조차 몰라도 되는 날이 올 거야 :)


쌍둥이에게 이 자기 주도 생활이란 더욱 중요한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같은 학령의 아이가 둘 혹은 그 이상인 엄마는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 ㅎㅎ

아마 하루 종일 이 아이, 저 아이 케어를 하느라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을 거야.

소근육, 대근육도 아직 덜 발달한 어린이들이라 해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답답하기는 하겠지만 누가 그랬지- 육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기다림'이라고. 잘 되지 않겠지만 답답하다고 먼저 해주지 말고 느긋이 아이가 해낼 때까지 엄마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언제든 자기 주도적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쌍둥이를 볼 수 있을 거야.      



Q. 처음 학교에 가는 아이에게 무엇을 당부해야 할까?


A. 이 부분은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했던 부분이, '즐겁게 지내되 친구들 불편하게 하지 않기''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기' 였어. 너무나 기본이며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 두 가지가 안 되는 친구들을 참 많이 봤어.

예전 우리 세대가 학교 다닐 때에 비하면 참으로 생활적인 면이 조심스러워진 게 사실이야. 이른바 '학폭'에 대한 인지를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는데, 나에게는 장난이 너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일러줘야 해.

쌍둥이는 늘 옆에 짝꿍이 있는 삶을 살아온지라 사회성이나 친구를 사귐에 있어 조금 능숙할 수 있어. 아니면 외로움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기에 친구 사귀기보다 자신의 무엇에 열중할 수도 있지. 친구들 간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그 점을 잘 알려주어야 해.

물론 어린이집, 유치원 때도 친구들을 사귀었겠지만 '학교폭력'이란 사안이 워낙 민감하고 예민한 주제이다 보니 코흘리개적 행동은 조금 정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


그리고 두 번 째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야.

나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상대적으로 좀 좋은 선생님이 있고, 학부모로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선생님도 계셔. 하지만  나 같은 경우 학부모와 학생은 선생님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야.

우리가 흔히 '담임복'이라는 말을 하지. 이 담임복은 그야말로 복불복이고 만약 내 맘에 들지 않는, 혹은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은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될 수도 있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걸 차치하고 학교라는 곳에서 내 아이를 책임지고 계시는 책임자이자 학교 내에서의 생활은 99%가 선생님의 손에 달렸다는 거.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선생님과 원활하지 못한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선은 내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 엄마가 먼저 늘 공손해야 할 필요가 있고 아이에게 역시 선생님이 학교에서는 엄마와 같은 존재임을 잊게 해서는 안돼.

선생님과의 관계, 선생님께 대하는 태도가 잘 갖춰진 아이는 아마 제도권 교육을 받는 이상은 그 긍정의 영향이 계속 가게 될 거야.



Q. 아이스케줄은 어느 정도로 강약을 두어야 할까?


A. 스케줄이란 즉 학습과 직결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초중학년 이상은 각자가 판단하면 돼. 하지만 초1, 2 때만큼은 '여유'라는 키워드에 조금 방점을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학군지일수록 바쁜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될 텐데, 아이들끼리 약속을 하는 모습을 보면 분초를 다투며 아주 집약적으로 노는 광경을 볼 수 있어 ㅎㅎ

'나 오늘은 10분만 놀 수 있어!', '그래? 그럼 당장 나갈게 너두 나와!'

농담 같지만 진짜야 ㅋㅋ

10분을 진짜 번개같이 놀고 안녕! 하고 쿨하게 헤어지는 그들이란.

초저학년에 공부를 얼만큼 해야 하냐 와는 별개의 문제로 아이들의 생활이 너무 바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언니의 생각이야.

우리 때를 생각해봐. 우린 거의 모든 시간을 친구와 놀고 밖에서 시간을 보내며 집에서 소놀이, 인형놀이 등등을 하며 사회를 배우고 부조리에 맞섰으며 인생사 희로애락을 그야말로 깨치지 않았냐고.

그게 '10분'안에는 참으로 불가능해.

가만 보면, 심심해 심심해를 외치며 바닥에 뒹굴 정도가 돼야 비로소 아! 하고 노자와 같은 깨우침을 얻기도 하는 게 애들이더라구. 바로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창의력', '사고력'이라는 것도 그런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

정해진 답만이 존재하는 문제집을 풀게 하고, 학원 가서 선생님과만 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집에 오면 숙제에 치어 사는 초저학년이 커서 공부 1등은 할 수 있을지라도 인생 가치의 절반인 유년시절이 공부한 기억이 전부인 빈곤뿐이라면... 생각만 해도 참 슬픈 일이지 않아...?

이다음 글에서는 '초등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볼 생각인데 초저학년 때 실컷 놀아도 학습에는 그다지 지장이 없었다는 경험담도 들려줄게 :-)

친구들이 바빠도 지들끼리 놀면 되는 '쌍둥이 파워'가 이럴 때도 참 유효하다는 건 꿀! ^^



Q.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할까?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A. 학교생활의 정기 행사에서 꼭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일. 바로, 담임과의 상담이야.

그런데 요즘은 학교에서도 상담을 크게 종용하지 않고 워낙 엄마들도 바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은 그냥 건너뛰는 경우도 허다해.

다만 나 같은 경우는 못해도 일 년에 한 번은 꼭 하자는 생각을 했고 해왔어.

물론 선생님을 뵙거나 통화를 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야.

하지만 내 아이의 학교생활에 있어 아이가 학교생활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해주는 아이도 있지만, 성향상 학교에서의 일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도 있어.

앞선 글에 밝혔지만 아이들이 초1 때 반대표 일을 맡았었는데, 그 덕에 학교 갈 일이 꽤나 많았어.

학교에 가서 보면 내가 아는 아이 친구의 모습이 학교 밖과 학교 안이 다른 경우를 꽤나 많이 보았고, 심지어는 그 아이 엄마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하는 행동을 해서 선생님께 단골로 혼나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을 당하는 등 이런저런 문제로 학부모도 모르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꽤 접했어. 물론, 그런 저런 것들이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한다고 모두 알아지는 건 아니겠지. 사실 우리 쌍둥 맘들은 쌍둥이이기에 좋은 점이 바로 그런 점도 있는데 일단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서로가 지켜보기 때문에 다른 맘들에 비해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 그런 내용들, 그리고 아이와 대화한 내용, 주변 엄마들에게서 들려온 이야기 그런 것들을 토대로 학교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으면 그 사실 여부에 대한 이야기, 문제가 있다면 그 해결점에 대한 상의, 잘하고 있다면 그 점에 대한 공감 등을 받아내며 엄마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안심하게 돼.

바로 그런 점이 '상담'의 꼭 필요한 부분이고 아이가 고학년이 될수록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학교생활이라던가, 집중력 문제, 평가에 대한 성취도 등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일 년에 한 번은 하는 걸 추천해.

다만 이야기했듯이 쌍둥이가 같은 반일 경우 엄마맘을 잘 이해하지 못한 선생님께서는 둘을 퉁쳐 말씀 주시 기도 해. 그러기 전에 예의를 갖춰 엄마가 먼저, '00 이야기부터 먼저 여쭐게요.' 하며 진을 치는 게 좋아.



'학교'라는 곳은 단순히 아이가 매일 물리적으로 오가는 곳이라는 인식 정도에서 멈출 수도 있지만

아이가 생활해내고, 인정을 받고, 자아를 가꿔가고, 사회를 알아갈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유년 시절의 장이라고 생각해.

이곳에서 아이가 어떻게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뻗어나갈 아이 인생의 첫 단추가 꿰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공부를 잘하고, 칭찬을 받고, 평가적인 것에 대한 성취도가 좋고... 그런 결과적인 것을 떠나-

학교라는 곳에서의 본분, 도리,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과 조심해야 할 것 등을 아이 스스로 중심이 되어 사리분별을 잘해 나간다면. 우리는 그저 그 모습을 지켜봐 주고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옆에서 굿 헬퍼가 되어준다면 너와 나는 아마도 좋은 부모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가는 걸 거야.


조금 길어진 이야기지만 오늘도 잘 들어줘서 고마움을 전하며-

이제 곧 끌이 날 너에게 쓰는 편지에 어떤 이야기를 더 해주어야 할지 나는 오늘도 고민의 늪에 빠져볼까 해

:->


하루하루 너에게 쓰는 이 편지가 너의 쌍둥이와 그리고 무엇보다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

그럼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

안녕!




쌍둥이들이 걷어찬 이불을 덮어주고 온 언니가.





Photo by Taylor Heery on Unsplash



  

이전 09화 일곱 번째 편지. 취학 어린이 쌍둥이, 드디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