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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싱 Oct 24. 2021

[쌍둥이 육아 FAQ. 보육부터 교육까지]

학습편

* 본 글은 필자가 쌍둥이를 키우며 주변을 통해 들은 질문, 혹은 필자 역시 가졌던 의문, 수많은 검색과 자료 서칭을 통해 찾아보았던 쌍둥맘들의 궁금증을 바탕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interviewer 육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학습 이야기. 갈수록 어려지는 학습 시작 시기는 엄마들 맘가득 숙제 같은 느낌만 드는데요. 레싱님은 언제부터 아이를, 이른바 학습이라는 세계로 인도하였나요? '노는 것도 공부다' 이런 관점이 아니고요.


레싱 맞아요. 예전에는 다섯 살 때부터 영유(영어유치원)를 보낸다며 조기교육 열풍이다 뭐다했는데 이제는 그보다 더 이른, 서너 살만 되어도 영어를 노출합니다. 저는 일반 유치원을 보냈고 제가 다니던 성당의 유치원 보냈어요. 거기의 교육은 몬테소리 기반으로 했는데 사실 영유는 말할 것도 없고 타 일반 유치원보다도 학습적인 비중은 상당히 적었습니다. '학습'이란 걸 시작해본 건 일곱 살 가을쯤 학교 가기 전 기본 연산이라도 가르치자는 생각에 학습지를 시작하며 발을 들였네요.


interviewer 한창 영유가 대세였을 시기인데 일반 유치원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레싱 맞아요. 하다못해 애프터 스쿨이라도 보내며 영어를 시작하는 아이가 많았죠. 지만 영어유치원의 교육비가 한 아이당 적게는 150, 많게는 250까지 드는데 둘이면 300~500만 원. 평균 200만 원이라 쳐도 일 년이면 월 400만 원 ×36개월 =  1억 4,400만 원이란 액수가 나와요. 한두 달 다니고 말 것도 아니고 아이의 유아기 영어교육을 위해 과연 그 정도 투자가 필수적인가를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라는 결론이 났어요. 더군다나 저는 가성비를 생각 안 할 수가 없는 쌍둥맘이니까요. '여우의 신포도'같은 판단일지 몰라도, 비용뿐만이 아니라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들에 대한 대비가 장기적으로는 더 우선일 거리는 확신도 있었는데요,

1. 모국어  2. 학습 정서  3. 영어학습의 목표  4. 부모의 경제력 대비

4가지가 영유보다 중요한 것들이라 판단했습니다.

저는 학습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 있어 그 깊이와 통찰을 결정짓는 건 '모국어'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이링구어가 갈수록 많아지는 시대라 하지만 결국은 그 바이링구어 역시 두 가지 이상의 언어가 모국어 수준이라는 가정하에 의미가 있다고 보면, 반대로 만약 어느 하나도 모국어의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 될 바에야 하나의 언어라도 능숙히 모국어로 자리 잡게 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어요. 언어의 수준에 따라 사고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저는 믿거든요. 만약 해외에 살면서 외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영어를 쓰고, 가정에서는 한국어를 써서 그야말로 바이링구어가 가능한 상황이면 모를까. 아무리 영유라도 하루 5시간여를 영어로 생활한다한듯 학원 수준에 밖에 못 미친다 생각하면 답은 나온다고 생각한 거죠.

또한 학습식 영유를 다니면 습득이 더 빠르다곤 하지만 그 시기 아이들에게 학습식으로 푸시할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가성비를 생각하면 그 정도 갭은 모국어가 자리 잡았을 때 얼마든지 따라낼 수 있다고 조금은 막연했지만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interviewer 그래서 그 선택이 옳았을까요?


레싱 앞의 이유 중 '학습목표'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를 조기 유학 보낼 계획이 있다거나 해외로 이주할 계획이 있다면 선택은 달라져야 할 거예요. 저는 우선 그런 계획이 없었고, 한국에서의 원활한 영어학습, 그리고 본인의 관심사와 어떤 필요가 있을 때 영어가 방해가 되지 않는 선, 마지막으로 발음이 대단히 유창하지는 않더라도 기본 커뮤니케이션 정도는 할 줄 아는 선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지금 초4학년인 저희집 쌍둥이의 경우 위 3가지가 모두 충족되는 걸 보면 1억 4,400만 원을 아끼고 적절한 목표는 달성한 듯 보여 전혀 후회는 없답니다. 미국 기준 자기 나이 또래 이상의 독서지수를 확보했고 화상 선생님과 우주에 관해 논할 수 있으며, 보고 싶은 헐리웃 영화 정도는 무자막으로 시청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으니까요. 유명학원 레벨테스트를 보면 외국에서 살다왔냐는 이야기를 들으니 사실상 과찬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면 초등 영어의 어느 궤도에는 안착한 게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


interviewer 쌍둥이를 위한 특별한 로드맵이 있었을까요?


레싱 저는 교육열이 꽤 있는 편에 속하지만 흔히들 상상하는 철두철미하게 전략을 짜고 아이를 끌어가는 돼지엄마 스타일 못니다. 그렇기에 로드맵 같은 것도 구체적인 건 없습니다. 다만 학습뿐 아니라 아이의 인생에 있어 총체적인 정서 환경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뒷바라지라 생각고 '학습'이 중요한 시기에는 학습 정서를 잘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평소 교육시장이나 제도, 최근 교육 환경 등에 대해 늘 주시하고 스터디하면서 중요한 건 내 아이에 맞는 옷을 잘 입혀주는 거라고 판단했어요.

무엇보다 쌍둥이이기 때문에 사교육이나 초반에 집중하는 레이스는 장기적으로 맞지 않다 생각했고 1등을 하기보다 공부를 즐길 줄 아는 아이로 커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interviewer 그래서 쌍둥이에 맞는 학습법은 무엇일까요?


레싱 앞서 말했듯 동갑인 아이가 둘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많이 타고, 그렇기에 부모만 잘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그 환경에 맞게 아이는 커 가더라구요. 초1이 되면서 거실의 환경을 전면적으로 바꾸었어요. 시부모님 댁에 살며 시아버님께 맞춰져 있던 tv 중심 거실의 형태에서 흔히 서재형 거실이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서재라기보다 '활동형 거실'로 형태를 바꾸었습니다.

넓지 않은 거실이었지만 독서공간/보드게임 공간/공부 공간/쉼 공간 등으로 구비를 해두었는데 지리와 우주에 관심이 많 아이를 위해 지구본, 각종 지도, 관련 도서, 관련 보드게임 등을 한 자리에 두니 거실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아이들 학습의 장이 되어준 것 같아요.

무엇보다 '독서'의 재미를 일깨워주기 위해 아이들 학교에서 엄마인 제가 먼저 독서모임을 하고, 학급에서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하고, 밤마다 잠들기 전 그림책을 읽어주니 어느새 '책'은 아이들의 베프가 되었답니다.


interviewer  사교육은 전혀 시키지 않았나요?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불안할 것 같은데.


레싱 느긋한 것처럼 보이지만 저도 늘 하이에나처럼 정보를 서칭하고 교육에 대한 관심의 끈을 팽팽하게 가져가는 학부모랍니다.

다만 제가 푸시한다고 아이들이 무조건 하는 것도 아닌 것을 잘 알기에 언제든 조언을 해줄 수 있고 제안해줄 수 있는 엄마로서 준비만 늘 하는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학원도, 다녀야 해서 다니는 것이 아닌 학원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이용한다'는 관점에서 활용할 계획인데요. 아직은 학원의 도움까지 필요한 상황은 닥치지 않아서 여유를 가지고 진행 중이에요. 이제 곧 초고학년이 되면 또 한 번 고려의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만 독학이 힘든 예체능 분야는 꾸준히 사교육의 힘을 빌리고 있는데 이 또한 아이의 선택을 기준으로 시작해요.


interviewer 쌍둥이 학습에 있어 중요한 것 몇 가지만 요약하면 어떤 게 있을까요?


레싱 첫째. 가성비입니다. 교육에 가성비가 웬 말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일반적인 중산층 가정의 기준에서예요. 저도 맞벌이는 했지만 소득이 조금 여유로울 때는 나중을 위해서라도, 타이트할 때는 타이트 한대로, 정확히 두배가 드는 쌍둥이 교육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피치 못하게 백년대계를 세울 수밖에 없는데, 원껏 교육비를 쓸 수만은 없는 고충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실리적인 학습 방향을 잡아가는데 큰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포인트는 무작정 아끼는 것이 능사가 아닌 선택과 집중의 문제라는 것이죠.

째는 부모의 관심입니다. 푸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말 그대로 아이의 흥미와 나아가 진로를 고려한 부모의 관심과 분위기 조성이 아이의 학습 정서를 만들기 때문인데요, 특히 쌍둥이는 같은 연령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부모가 관심을 기울일수록 그 효과는 배가되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학습의 주관입니다. 안 그럴 것 같지만 교육시장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더라구요. 하나의 트렌드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길게는 4~5년, 짧게는 2년 내외 유행을 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토록 성행하던 수학 선행도 현재는 굉장히 잠잠해졌음을 느낄 수 있고 영어유치원, 사고력 수학 등도 유행의 극을 달리다 지금은 방향성을 바꾸거나 일부 동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분위기도 보입니다.

한바탕 경험한 이들의 예후 때문일 수도, 엄마표다 뭐다 해서 더욱 다양해진 방법면에서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결국은 '엄마들의 주관'이 뚜렷해져서 인 것 같아요. 명확한 근거 없이 남들 좋다는 거, 한다는 거 전부 시키다가는 교육의 기간은 테스트 기간이라는 것이 없는데 시간과 돈 모두를 버리는 꼴이 되겠지요. 테스트가 아닌 경험의 차원이라면 몰라도요. 쌍둥이의 육아에 있어 특정 시기의 적기 교육은 부모는 모든게 처음인 반면 그 대상은 복수이기에 이 주관이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interviewer 쌍둥이 학습에 있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레싱 워낙 교육에 관심이 많다 보니 할 말이 많았나 봐요. 아이를 다 키운 선배맘들에 비하면 아직 꼬꼬마 학부모에 불과하지만 제가 가지고 온 방향성이 틀리진 않았다는 확신이 이제는 조금씩 생겨나서 다소 힘을 주어 써보았네요 :)


interviewer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싶어요. 아이를 모두 장성시킨 할머니만이 육아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요. 레싱님의 경험에 근거한 여러 이야기들 잘 들었습니다! :-D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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