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부모이지만 사실 방법적인 면에 있어서는 늘 '정답이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작성한 쌍둥이 학습법과 같은 경우 다소 두루뭉술하게 기술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보완을 위한 플러스 페이지를 열어보지만 사실 어느 누구나 말하는 모든 교육법은 명확히 말하면 '(특정 아이에게 맞는) 교육법'일뿐이라는 걸.
하지만 필자가 쓰고 있는 내용은 그야말로 '쌍둥이'에 관한 글이고 쌍둥이 학습에 있어서 만큼은 기술한 내용이 명확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에 조심스럽지만 나열해보았다.
필자의 한 지인이 있다.
같은 쌍둥맘으로 알게 된 그 지인은 아이들도 물론이지만 부모인 엄마 자체가 워낙 성격이 좋아 평소에도 언니로 뫼시며(?) 믿고 따르는 지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교육'에서만큼은 예외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 그 언니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회성'이었다.
잘 놀고, 잘 어울리고, 성격 좋고 등등.
본인은 이른바 유학생 출신에, 강남 8학군이란 곳에서 엄마의 치맛바람 속에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어왔지만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사회성 좋아서 사업 한방 성공해 잘 사는 친구들에 비하면 아무 소용이 없더라는 것이 언니의 근거였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그 생각이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는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내가 '틀렸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그다음부터였는데, 언니는 그 '사회성'을 위해서라면 아이는 잘 놀아야 하고, 잘 놀기 위해서는 '재밌다'는 것을 무조건 접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언니의 아들 쌍둥이는 어릴 적부터 모든 게임을 섭렵하기 시작했고, 우리집이 TV를 없애는 시기에 언니네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들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우리집 쌍둥이가 독서에 한창 재미를 들이던 시기, 언니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자기야, 우리집 둥이들은 책을 안 읽는다?? 자기네 집 애들은 책 좋아해?"
나는 언니의 질문에 어리둥절했다.
한글보다 앞서 휴대폰 게임을 쥐어줬고, 독서의 즐거움을 알기에 앞서 플레이 스테이션의 재미를 맛보았는데 도대체 어느 아이가 어느 순간 책을 집으려 하겠는가?
온갖 자극이 난무한 펜트하우스만 주야장천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지구의 아름다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들이대면 어른인 우리라고 보겠는가 말이다.
솔직담백히 말해 지금에 와서 아이에게 '독서'를 권하는 언니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책 육아, 독서육아를 하라는 게 아니다. 나도 초등 입학과 동시에 책 지도를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다만 '자극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사실 언니가 아이들에게 게임을 쥐어줄 때, 저건 좀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타인의 육아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뿐더러 나에게도 역시 '정답'이란 없었기 때문에 그저 지켜보기만 했을 뿐이다. 다만 이제는 알 것 같다. 특별히 종잡을 수 없는 아이가 아니라면, 아이는 부모가 터준 길 위로 걷는다는 것을.
물론 언니의 쌍둥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과 독서의 관계만큼은 1+1=2와 같은 결과에 대한 의문일 뿐이지 않는지.
반복된 이야기지만, 특히 쌍둥이는 단태아에 비해 환경에의 분위기를 꽤나 잘 탄다.
옆에 아이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게임을 하고, 책을 들고 있으면 책을 읽는다. 그건 쌍둥이라서가 아니라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심지가 깊은 사람이 아니라면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당연한 이치다. 그 친구가 365일 집에서 함께 산다는 특수성의 쌍둥이일 뿐.
내 아이에 맞는, 아이의 특성에 맞춘 학습 환경을 아이에게 제공해주고 그 안에서 아이가 놀게 한다면 엄마의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일은 없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학습에 대한 정리 팁으로 필자가 지금껏 겪어온 쌍둥이 학습에 대한 과정을 간략히 남겨보려고 한다.
5~6세
이 시기의 학습은 '노는 것'을 기반으로 한 학습으로의 유도가 필요하다.
우리집 쌍둥이의 경우 한글에 대한 학습은 따로 없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 한글을 깨치긴 했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한글 학습'을 따로 시키기보다는 자주 단행본 그림책을 읽어주고 생활 속에서 놀이 등을 통해 한글을 익히게 하는 게 편하다. 일곱 살 초쯤 되었는데 아이가 한글에 관심이 없다면 '한글이 야호'가 참 좋은 프로그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걸음 걸으며 수 세기, 간단한 보드게임하며 건너뛰기 등 배우기, 밀가루 반죽 놀이 등을 통해 수나 양에 관한 개념 익히기, 자연물을 통한 과학에의 경험 쌓기, 찢고 오리고 접는 등 소근육 발달시키기, 끝말잇기, 삼행시 짓기, 거리 예상해보기 등등. '노는 것도 공부다'라고 이야기하기에 딱 좋을 그런 시기이다.
필자는 '학습'을 위해 그런 놀이들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야말로 정말이지 재밌고 자연스럽게 학습에 대한 감을 잡기에 놀이나 관찰만큼 좋은 게 없었던 것 같다.
그 시기 영어 애프터 스쿨을 다니고 플레이 팩토니 오르다니 가베니... 등등을 한 친구들을 지금 보면 냉정하지만 객관적으로 우리집 쌍둥이가 훨씬 학습적으로 이해도나 성취도가 높은 편이다.
7세
이 시기는 놀이와 학습의 중간 단계를 고려해보길 추천한다.
본격적인 학습에 돌입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된 목적은 '1학년 생활 준비하기'이다.
한글을 아직 하나도 모른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 통자 읽기라도 해 놓고,
한자리 수 더하기 빼기를 못한다면 간단히 집에 오는 학습지를 통해서라도 혹은 서점에 가서 기본 연산서를 사서라도 연습을 조금 시켜보는 게 좋다.
사실 학교 가면 다 배우지만, 초등 입학과 동시에 굳이 '문화적 충격'을 아이에게 안길 필요가 있을까.
이런 건 선행이라고 할 일도 아니고, '우리 00가 학교에 가면 이런 걸 공부할 거야'하고 맛보기로 접하게 해주는 것이다. 해본 아이와 아예 안 해본 아이는 천지차이다.
8세 (초1)
이때 과목은 국어/수학/봄여름 가을 겨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안에 사회, 과학, 음악 등이 저학년 수준에 맞게 버무려져 있다.
모든 과목에 열과 성을 다할 필요는 없다. '국영수만 챙기며 가자'는 생각으로 학교에서의 가르침보다 조금 예습을 겸한다. 수학은 교과 수학 외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한 세트 정도 구비해 풀려보면 나쁘지 않다.
사실 이때의 학습력으로 아이의 그릇을 판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필자 역시 당시 휴직과 동시에 학습을 좀 시켜보겠다고 아이에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으나 사실 엄마의 마음만큼 아이의 그릇이 커지는 건 아니었다. 고백컨데 나는 이때 우리 아이가 '수학 바보'인 줄 알았다 ㅋㅋ
지금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수학적 사고력이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영어는 파닉스를 간단하게나마 초반에 떼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파닉스는 완벽히 떼는 게 의미 없다. 대충 더듬더듬 읽어가면 리딩을 통해 점차 보완된다. 독서는 좋은 그림책 읽기를 기반으로 엄마가 함께 읽어주면 매우 좋더라.
9세 (초2)
아이의 흥미분야가 보이기 시작한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 과학에 관심 있는 아이, 언어감이 탁월한 아이 등등. 어른의 수준이라기보다 타 과목 대비 나름 두각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과목에 몰빵 하기보다 꾸준히 차근차근 골고루의 관점에서 조금씩 나아가는 게 좋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실컷 놀게 하면서 아이가 대단히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잘하는 부분을 끌어준다는 기분으로 꾸준히 해나간다. 영어는 리딩을 꾸준히 해나가며 SR(Star Reading) 등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읽은 책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퀴즈를 풀어본다.
10세 (초3)
이때 아이의 머리가 열린다는 느낌을 가장 크게 받았다.
수학 바보인 줄 알았던 아이는 한 달에 한 학기의 예습을 몽땅 해버렸다. 너무 빨리 해치우는 바람에 학습지를 일주일에 두 권씩 받아 진행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과학에의 관심 또한 커져 논픽션 도서, 관련 CNN 영상, 사이언스 관련 유튜브 등을 섭렵하며 영어 실력까지 동시에 늘었다. 또한 악기에의 진심도 빠르게 성장해 전공을 고려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 때 내가 느낀 바는 유난 떨지 않고 아이의 속도에 맞춘다는 생각뿐이었어도 정도를 걷는다면 틀리지 않는 결과를 내는구나. 였다. 물론 이 또한 과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 속도는 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며 빨라졌다.
11세 (초4)
'선행'이란 개념은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후행'이란 것도 없다. 물론 '학교에서 배우는 정규과정'이라는 것은 있지만 아이들의 흥미나 가능성이 아이가 열이라면 열 모두 다른 학교라는 곳에서, '일반적인 수준', '평균치'를 위한 학습을 하는 곳이 공교육인데 꼭 그 과정만을 융통성 없이 따라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학교=기준점'이 된다는 사실은 절대, 그리고 매우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필자는 학교에서의 성과나 평가, 담임선생님의 피드백 등을 바탕으로 적절한 가감을 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피아노에 특별한 소질이 있는 아이가, 피아노를 가르치지도 않거나 가끔 음악시간에 들어보는 동요 정도의 연주 수준을 굳이 따라갈 이유가 있는가? 피아노에 소질이 있는 아이는 독학을 하거나 필요시 외부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맞다. 본인의 진로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국영수 모두 마찬가지이다. 학교에서의 과정이나 성취도를 기준으로 하되, 아이가 부족하다면 되짚어가고, 지금의 배움에 목말라한다면 조금 앞서갈 수도 있는 것이 그것이 '적기 교육'이라 생각한다.
이 시기는 학습에 중요도가 커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아이의 과목별 그릇도 조금은 평가할 수 있는 시기다. 지금부터 너무 입시를 위해 좇으란 이야기가 아닌, 내 아이의 진로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조금 구체화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12~13세 (초5~6)
엄마의 마음이 매우 바빠지는 시기일 것 같다.
하지만 앞만 보지 말고 뒤를 돌아볼 생각이다. 중학생을 앞두고 있지만 초등의 끝에 서있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고등 학습에 그야말로 기초가 되는 초등학습. 구멍은 없는지, 진행하지 않았던 부분은 없는지, 독서 수준은 일반적인 학령기에 적정한지, 글쓰기는 표현력이 나쁘진 않은지 등등.
부족하다면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다니던 사교육도 그만두고 자습과 자신만을 위한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마음이 바쁘다고 학습만을 위해 매몰되지는 않을 생각이고 체력을 위한 꾸준한 운동과 소양을 위한 악기 연습 등에도 다시금 열의를 다져볼 계획이 있다.
필자도 이제 곧 초등 고학년 학부모가 된다.
초등학습은 아무것도 아닌 것도 같지만 첫 단추라는 생각이 강하다.
갈수록 심화되는 대한민국 맘들의 교육열이란 때론 믿을 수 없는 괴담을 양성하기에까지 이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식 육아'라고 늘 생각한다. 과연 나의 쌍둥이 학습법이 옳은 방법일지 아닐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틀리지 않았음을. 본인을 위한 기록을 위해서라도 글을 남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