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긴긴 편지가 끝을 향해 가고 있네 :)
지금 이 글을 읽는 네가, 쌍둥이 육아의 어느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결국 너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어서 길고 긴 편지들을 써내려 온 것 같아.
너는 언젠가부터 너의 이름보다 '쌍둥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려 왔을 거야.
그 이름은 너에게 어느 순간은 생소함으로
또 어느 순간에는 축복으로
또 어떤 순간에는 버거움으로 다가왔으리라 짐작돼.
그 생소한 버거움을 힘들게 느끼기도, 어느 때는 벗어던져버리고 싶기도 하겠지만
결국 다시 그 이름 하나를 지팡이 삼아 짚고 일어나는 너 자신을 느끼기도 할 거야.
쌍둥이 육아라는 게 어느 누군가의 시선에서처럼 재밌는 일만도, 특별한 일만도 아닌 어느샌가 우리의 희로애락이 되어버렸으니 말이야.
그야말로 '숙명'이라는 것.
힘들 때는 그 힘듬이 두 배지만, 기쁘면 그 기쁨이 또 두 배, 그리고 세 배임에 위안과 위로를 삼으면서 말이지.
아마 끝이 보이지 않을 터널 속에 갇혀있을 땐 매일을 눈물바람 속에, 마음앓이 속에 살기도 하고
그 터널이 수없이 많다는 걸 느낄 때마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좌절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결국 그 과정을 지나며 그저 엄마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너를 만나기도 할 거야.
어쩌면 우린 그런 성장의 기회를 얻었기에 축복은 아닐까.
아이들을 키우는 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지만,
그 중요한 일을 해내는 네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거.
그래서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너라는 걸.
가끔은 조금 길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 시간 그걸 잃어버릴 수는 있지만- 이 글을 읽는 너라면 언니가 하는 지금의 이야기를 꼭 기억해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 생각해주길 바라.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들 땐 어떤 방법으로든 조금 도망쳐도 괜찮아.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쌍둥이 엄마였던 건 아니잖아...?
모두의 이해를 구하지도 말고 너의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소중한 사람과 많은 걸 나누고 터놓으면서 아이를 키우길 바라.
스타벅스는 커녕 카누 한 잔 조차 마실 시간이 없어도
아이 둘을 건사하느라 네 신발이 짝짝이인줄도 몰랐던 너를 발견하여도
어느새 '네'가 이쁘다는 말보다 '아이들 참 예쁘네요'라는 말에 주름진 눈가 가득 베시시 미소가 지어질지라도
그래도 그 속에서
너를 아끼고
너를 들여다보고
너를 사랑하는
그런 쌍둥맘이 되기를.
언니가 응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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