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너의 쌍둥이니까.
좋은 엄마가 될 너에게
이제 막 쌍둥이를 출산했었던 때가 생각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대단히 즐비했던 출산 준비물들과
무슨 말인지도 해석 못할 외계어와도 비슷한 영문 모를 육아서들.
그리고 어리둥절할 정도의 축하와 기대들.
하지만 내 마음은 조금은 텅 비어있었던
병실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40주에 가까운 시간을 품었고
지극한 고통 속에 두 아이를 낳았지만
그런다고 어느 순간 스물아홉의 한 여성이 '엄마'가 되는 건 아니었나 봐.
초유를 먹이라며 잘하지도 못하는 모유 수유를 하라고 아이가 떠 안겼을 땐 어떤 슬픔이 조금 밀려온 것도 같아.
드라마나 책에서 볼법한 기쁨, 충만한 행복감, 환희... 그런건 내겐 조금 먼 이야기였어.
무사히 태어났구나.
아 너무 귀해서 이걸 어떻게 안아야 할까.
왜 모두들 나만 바라보는 거지.
나... 정말 잘할 수 있을까...
건강히 태어나준 것에 대한 행복감과 안도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보다 나를 짓누른 건 불안감.
이토록 불안한 나라는 엄마의 아가들로 와준 그들에 대한 알 수 없는 가엾음 마저 느껴졌지.
그러던 어느 날 한 선배의 선물이 집으로 도착했어.
한 아이와 엄마의, 바닷가에서의 한 때를 아름답게 표현한 그림책이었는데 아직도 그 책은 내 책장에 소중히 꽂혀있어.
책도 책이지만-
첫 페이지의 한 귀퉁이에 짤막하게 적힌 선배의 한 줄 편지 때문이었는데 거기엔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지.
'너는 좋은 엄마가 될 거야'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었나 봐.
마음 한 구석에서 그 말이
그때부터 조용히 자라기 시작한 것 같아.
훌륭한 엄마가 못 될지는 몰라도
슈퍼우먼 같은 완벽한 엄마는 불가능해도
그저 아이에게 좋은 엄마일 수 있기를.
너에게 나도 그 말을 꼭 해주고 싶어.
너는 좋은 엄마가 될 거야.
너니까.
그리고 너의 쌍둥이니까.
지금까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참 많이 고마워.
앞으로도 너와 너의 쌍둥이가 언제나 늘 행복하길 바라며
오늘도 고된 육아를 해낸 너에게
너를 사랑하는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