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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Oct 20. 2023

새벽수영의 묘미

  여름까지는 알람 없이 아침햇살에 일찍 일어났는데, 아침 해가 늦게 뜨기 시작하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어졌다. 6시 전에 일어나던 게 6시 반으로 점차 늦춰지더니 거의 7시 넘어서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출근 전 루틴이 점차 망가졌다. 장난처럼 말하곤 하는데 나는 겨울만 되면 곰이 되는 것 같다. 겨울잠 자는 곰처럼 겨울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힘들고 잠이 많아진다. 한번 잠들면 중간에 한 번도 안 깨고 거의 9시간을 잔다. 물론 잠을 오랫동안 푹 잘 자는 것은 좋지만, 출근 전 새벽 아침의 소중한 시간을 잠자는 데만 쓰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시끄러운 알람 소리 들으며 일어나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게 되었다.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도 9월에 이상하게 비도 많이 오고 해서 아침 달리기를 많이 못 했다. 9월 한 달간 달리기 하러 나간 게 10번도 안 되는 듯하다. 근래 몸이 좀 무거워진 느낌이 들어 살이 조금 쪘나 보네 했는데, 얼마 전 사우나 갔다가 체중계를 재보니 독립 후에 4킬로그램이 쪘다. 10년 넘게 같은 몸무게를 유지해 온 터라 몇 개월 만에 4킬로가 쪘다는 건 정말 많이 찐 것이다. 오랫동안 해온 복싱을 독립 후에는 그만두게 되었고, 매일 혼자서 저녁밥을 야무지게 잘 챙겨 먹은 덕분인듯하다.



  계속 밖에서 혼자 달리기 하기에는 날씨 영향도 많이 받고 늘어지는 것 같아 운동하러 다닐 수 있는 곳들을 알아봤다. 내가 가장 재밌어하는 복싱을 하고 싶었지만, 집 근처 체육관들은 대부분 비쌌고 아침일찍이나 밤늦게까지 하는 체육관이 없었다. 다른 운동 뭘 할까 이것저것 살펴봤다. 원체 뻣뻣한 몸뚱이의 소유자인 나에게 요가나 필라테스는 탈락. 몸 만드는데 관심 없고 가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헬스도 탈락. 그러던 중 내 눈에 띈 것이 바로 수영이었다. 마침 구청의 체육센터가 가까웠고 지하에 수영장이 있는데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새벽 수영반은 6시, 7시 타임이 있다. 6시 강습을 끊을까 하다가 5시 반에 일어날 자신은 없어서 6시 반에 일어나면 되는 7시 강습으로 하기로 했다. 겨우 한 달 해서는 뭐 배울 수 있는 것도 없으니 할인도 해주는 3개월치를 등록했다. 역시 생각난 김에 질러야 한다. "뭔가 하고 싶다 -> 일단 돈을 지른다 -> 꾸준히 하게 된다." 이게 내가 뭔가 새로운 걸 꾸준히 배우는 비법(?)이다.


  그렇게 10월 첫 주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첫날은 혼자 유아풀에서 호흡 연습, 발차기 연습만 하느라 뭐 하는 거지? 했는데 그다음부터는 다른 분들과 함께 레일 있는데서 할 수 있었다. 나름 체력 좋다고 자부하던 나였는데, 몇 달 운동 제대로 안 하다가 하니까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았다. 겨우 한 바퀴 돌고도 숨차서 헉헉거리다니.. 이제 수영 배운 지 3주 차 소감은 힘들지만 그래도 '재밌다'이다. 운동은 재밌지 않으면 못한다. 재미없는데 억지로 다녀야 하는 것은 회사 하나면 충분하니까.


  출근 전 아침 시간에 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수영을 추천해 주고 싶다. 서울의 각 구마다 수영시설 있는 센터가 대부분 있어서 저렴하게 할 수 있다. 또 아침 공복에 운동하는 게 운동효과가 가장 좋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샤워하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수영의 운동강도도 꽤 높다.



  실내 수영장 레일은 수강생들 수준별로 초급, 중급, 상급, 고급 줄로 나뉜다. 나는 초급줄에서 귀여운 발장구를 치면서 가끔 저 멀리 고급줄에서 멋지게 수영하시는 분들을 부럽게 바라본다. 수영 3주 차 수린이는 벌써부터 고급 줄에서 멋지게 수영하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이제 물놀이 가면 발 안 닿는 곳에서도 튜브 없이 놀 수 있겠다는 상상도 하고, 그렇게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새벽 수영을 다니고 있다.


  항상 '나는 수영 못해'라고만 했었는데 이제 (아직 왕초보라 몇 달 더 열심히 배워야겠지만) '수영 좀 할 줄 알아'라고 할 수 있다. 전혀 할 줄 모르던 것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알게 되었다는 건 그 자체로 꽤 뿌듯한 일이다.


  이제 바닷가나 수영장 놀러 갈 때 꼭 물안경 가지고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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