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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Mar 11. 2024

나의 독립 1주년을 기념하며

  독립한 지 딱 1년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조각 케이크 하나 사다가 나만의 독립기념일 축하 파티를 했다. 독립하기 전 걱정 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1년을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 채운 것 같아 뿌듯하다. 아래는 내가 지난 1년간의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잘 보냈는지 기록용으로 쓴다.


독립하고 나서야 할 수 있게 된 것들


1. 일찍 일어나 새벽에 혼자 놀 수 있게 되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미라클 모닝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미라클 모닝 하시는 분들은 거의 새벽 4시에 일어나시던데 나는 일찍 일어나 봤자 5시 반이다.) 나는 그저 새벽 시간이 좋아서 일어난다. 새벽의 소리, 분위기, 하늘의 색, 새벽 냄새, 그 모든 게 다 좋다. 초반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도 딱히 하는 건 없었다. 그냥 창밖으로 새벽 햇살을 받으며 모닝커피 한잔하면서 반려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 정도 혼자 사는 생활에 익숙해진 이후부터는 <새벽에 혼자 재밌게 잘 노는 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새벽 달리기, 새벽 수영으로 좋아하는 운동들과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미뤄두었던 외국어 공부(영어, 스페인어)가 새벽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그냥 클래식 음악 들으면서 간단한 집안일들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새벽에 혼자 노는 시간은 너무 평화롭다.


2. 출퇴근길 지옥철 안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아껴서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데 쓸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왕복 2시간 반 정도를 출퇴근 지옥철 안에서 보내면 내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소모하는 것 같았다. 회사 근처로 독립해서 출퇴근 시간을 아낀 것도 좋지만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게 더 좋았다. 출퇴근길에 버려지던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피아노 연습, 독서, 글쓰기 같은 내가 좋아하는 데에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주말에 내일 배움 카드로 꽃과 디저트를 배웠고 계속 새로 배울 것들을 찾는 중이다. 훗날 퇴사 후 무엇을 할 건지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생겨서 아주 든든하다.


3. 아무런 방해 없이 나만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항상 아빠의 유튜브 보는 소리, 엄마가 티브이 보는 소리를 계속 들어야 했다. 소리에 예민한 나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 혼자 사니 조용하게 있고 싶을 때 조용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게 엄청나게 큰 장점이다. 혼자 가만히 있을 때의 적막감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그런 적막을 즐기고 있을 때 글감이 많이 떠오른다. 그리고 집에서 혼자 외국어 공부할 때 눈치 안 보고 열심히 말로 떠들면서 연습할 수 있다. 또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나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을 수도 있다. 나만의 공간을 꾸미면서 나의 취향을 알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식물들을 키울 수 있게 되었고,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면서 필요 없는 것들은 버리고, 내 삶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는 중이다.


4. 경제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소득과 고정비는 매월 일정하다. 월급이야 거의 변화 없고 고정지출로 월세, 관리비, 공과금, 통신비, 보험료는 매월 거의 일정하게 나간다. 그러므로 나의 소비지출만 일정하면, 경제적으로 계획 세우는 거 쌉가능! 꼭 필요한 생필품만 사고, 배달음식이나 외식은 하지 않으니 소비지출 또한 일정하다. 매월 얼마 저축하고, 얼마 투자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 무주택 청년들을 위한 정책 활용도 가능하다. 풍족하진 않아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고, 경제적 여유에서 파생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독립하고 나서야 깨달은 것들


1. 집안일은 루틴을 잡고 바로바로 해야 한다.

  아침에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난 후 바로 전체적으로 청소기를 돌린다.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는 바로 한다. 옷은 벗자마자 제자리에 걸어놓거나 빨래통에 넣는다. 이렇게 그때그때 할 일은 바로바로 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화장실 청소, 싱크대 청소 같은 경우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한다. 여러 명이서 같이 사는 집이면 집안일을 루틴 잡고 하기 쉽지 않다. 혼자 사는 집은 어지럽히는 것도 나고 치우는 것도 나니까 루틴만 잡으면 수월하다. 그렇게 하면 집안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깔끔하게 유지가 가능해진다. 그 덕분에 현재 나의 집 상태는 처음 이사 왔을 때 상태 그대로다. 가구의 위치도 그대로, 물건도 거의 그대로다. 오히려 버린 것들이 많아 물건의 가짓수는 조금 더 줄어든 것 같다.


2.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것도 몇 번 하다 보면 할 수 있다.

  처음 혼자 사는 것이라 처음 해보게 된 것들도 많다. 화장실 곰팡이 청소하기, 싱크대 청소하기, 문 손잡이 갈기, 전등 갈기, 집에서 식물 키우기, 요리하기 등등. 유튜브나 블로그에 친절하게 설명해 놓으신 분들이 많아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동안 해본 적 없어서 그렇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해보지 않았으면 계속 못하는 채로 살았을 것이다.


3. 독립하는데 생각보다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처음 혼자 살게 되면 가장 큰 걱정이 '돈'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혼자 사는데 생각보다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다만 여기서 전제조건 2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월세든 전세든 임차비가 본인 월 소득의 20프로 내외여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본인에게 맞는 건전한 생활습관, 소비습관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세, 관리비, 공과금 빼고 다른 지출은 독립 전보다 오히려 줄어서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가는 느낌은 아니다.


5.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공간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이래야 돼~'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혼자 살면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엉망이 되어서 안 좋다는 둥, 혼자 살면 돈을 못 모은다는 둥, 혼자 살면 외롭다는 둥, 다 나에게는 해당 안 되는 말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가 독립한 표면적인 이유는 장거리 지하철 출퇴근이 힘들어서였지만, 사실 근본적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공간에 대한 갈망'이었다.


6. 외로울 때 사람을 찾지 않는다.

  예전에는 뭔가 마음이 조금만 울적해져도 늘 연락처를 뒤져서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었다. 이제는 오히려 내가 기분이 좋을 때 사람들을 찾는다. 사람들을 만날 때는 내 내면의 행복함이 충만한 상태로 만나려 한다. 이따금씩 외로움이 찾아오는 순간, 그 고독감을 혼자서 즐기려 하고 있다. (이럴 때 글감이 가장 잘 떠오른다.) 혼자 잘 노는 사람에게는 외로움이 찾아와도 잠깐 머물다가 금방 떠나가기 마련이다.


  독립 후 가장 좋은 점은 한마디로 "미래를 계획하면서 현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라는 것이다. 혼자 사는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고, 앞으로도 더 재밌게 살려고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계획대로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또 안 되는 대로 신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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