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다시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거냐고 서로 묻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한다. 실현 가능성 0%인 이 질문은 사실 생각할 필요조차도 없는 거긴 한데, 정말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수없이 흔들리던 시간들을 거친 만큼 단단해진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그런 시간들을 거쳐왔기에 이제는 그때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쓸데없는 고민과 걱정들도 덜게 되었고, 마음도 행동도 여유로워졌다.
우울하고 자존감도 낮았던 나의 20대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돌아보니 그때의 나에게서 부러운 점이 딱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지금보다 날씬하고 탄탄했던 몸도 아니고, 주름 없는 피부도 아니고,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도 아니고, 심지어 많이 남은 젊음의 시간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체력'이다!
20대 초반에는 친구들하고 밖에서 밤을 새워 놀아도 다음날 하루만 푹 자면 금방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혼자 유럽여행을 간다고 경유 시간 포함해서 거의 3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견디는 것도 괜찮았다. 새벽에 학교에 도착해서 공부하고 밤에는 과외를 두세 군데씩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가능했다.
지금은 그때처럼 하면 병원에 실려갈 것 같다. 요즘 하루에 7시간씩 규칙적으로 자고, 하루 2끼씩 규칙적으로 밥을 먹고, 수영과 러닝으로 주 5회 운동을 하는데도, 체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다.
아무리 새벽에 일찍 일어난다지만 하루를 마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면 쓰러지듯 기절해서 잠이 든다. 저녁에만 피곤한 것도 아니고 낮에도 피곤하다. 이러니 주말에 어디 놀러라도 갈라치면 큰 결심을 해야 한다.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을 일주일 내내 하면서 일주일 동안 한 번도 글을 쓰지 못한다. 글을 쓰는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터라 더 급하게 해야 할 일들에 밀려 글 쓰는 일은 자꾸 멀어진다. 아무리 인공눈물을 넣어도 눈은 계속 뻑뻑하고 하품만 나온다. 큰 병은 없는데 자잘 자잘하게 아파서 동네 병원을 자주 간다. 봄이 되면 이것저것 해야지 했는데 날씨가 따뜻하니 잠만 잘 오고, 한 것도 없이 벌써 4월이 다 가고 있다.
하루에 꼭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나면 체력 방전이다. 방전된 체력을 충전하는 것은 오로지 침대에 눕는 것이다. 누우면 천천히 에너지가 차오름이 느껴진다. 나는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것도 행복하지만, 침대에 눕는 것은 뭔가 차원이 다른 행복이다.
사람들은 시간과 돈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요즘 들어 체력이 진짜 중요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체력이 좋으면 같은 시간에도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좋은 체력으로 돈을 아끼거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을 할 수 있다. 시간 있고 돈 있어야 갈 수 있는 여행도 체력이 안되면 못 간다.
어디 놀러 가는 것도, 하고 싶은 것을 배우는 것조차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내 체력이 내 에너지가 좀 더 빵빵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도 에너지가 남아있으면 좋겠다. 이제 보니 체력이 줄고 욕심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