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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May 29. 2024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하고 싶어 할까

  어렸을 때부터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결혼하고 싶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신기했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아무도 만나고 있지 않은 상태인데도 '결혼하고 싶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신기했다. 그리고 왜 저렇게 다들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정말 진심으로 궁금했다. 한동안은 결혼하는 지인들이 있으면 매번 왜 결혼을 하느냐고 물어보곤 했다. 그에 대한 답변은 '결혼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남들 다 하는 거 나도 해보고 싶어서, 오래 만난 사람이 있는데 마침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가정을 이루고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서' 정도였다. 나에게는 결혼을 꼭 하고 싶은 이유로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요즘 얘들은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할까?'라는 질문은 보통 장성한 자녀들이 있는 기혼자분들이 많이들 하고, 기사로도 설문조사나 통계자료와 함께 많이 나온다.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하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결혼하는 게 정상이고, 결혼 안 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을 '왜 하냐'라고 묻지는 않기 때문이다. 요즘 얘들이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이들 하는 것 같으니, 나는 반대로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참 재밌는 것은 결혼 한 사람들이 '쟤들은 왜 결혼을 안 할까?'에 관해 이야기하고, 결혼 안 한 사람들이 '쟤들은 왜 결혼을 할까?'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신기한 종족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쨌든 사회적으로는 소수인 결혼 안 한 사람이 '신기한 종족'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동안은 어려서부터 크면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는 것을 사회 문화적으로 습득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초중고 진학을 했던 것처럼 어른이 되어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결혼생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요즘에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문득 다른 요인도 꽤 크게 작용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서 웬만하면 잘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큰 문제가 없으면 다니던 회사를 계속 다니고, 큰 문제가 없으면 원래 살던 지역에서 계속 살고, 큰 문제가 없으면 늘 하던 습관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산다.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태, 상황, 환경으로 간다는 것은 그동안 맞닥뜨려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문제들에 스트레스받고 피곤해지니 그런 것들을 피하고 안정적인 현재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하고 독립을 해서 혼자 돈을 벌고 혼자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살아가는 것이 '현재의 안정적인 환경'이 된다. 여기서 벗어나 결혼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가는 것은 내가 선택한 적 없는 새로운 사람들이 내 인생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배우자와 일상생활과 경제적 문제 등을 함께 공유하면서 야기되는 갈등을 해결해 나가야 하며, 기타 여러 가지 책임과 의무를 지어야 하는 새로운 문제들이 만들어지는 인생의 큰 변화가 된다.


  그런 인생의 큰 변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현재의 상황이 큰 문제없이 안정적이지만, 그게 안정적이다 못해 지루하고 지겨워진 때일 것이다. 안정적인 상태를 원하면서도 안정적인 상태가 오랫동안 똑같이 유지되면 그땐 또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게 되는 법이니까. 30대 초반의 사회생활하며 저축하고 있는 사람이 (현재의 지루하고 뻔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큰 변화는 결혼밖에 없다. 갑자기 회사 때려치우고 사업이나 자영업을 시작한다거나, 유학 또는 이민 등을 간다거나 하는 '큰 변화'를 선택하면 주변에서 해주는 뜨끈뜨끈한 말들로 귀와 머리가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결혼은 '인생의 큰 변화'이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응원해 주고 축하해 주고 지지해 주는 유. 일. 한. 큰 변화이다.


  예전처럼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긴 하지만, 지금 현재 상태는 지루하고 뭔가 불안한 거 같고 어떤 큰 변화가 필요한 것 같긴 한데, 위험이 따르는 데다 사람들이 반대하는 마이너리티 한 선택을 하긴 어렵고, 그럴 때 모든 사람이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결혼'은 아주아주 괜찮은 선택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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