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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숙 Apr 05. 2022

별안간 목소리를 잃었다

격해진 울음은 창피함을 남기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문밖에서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갑자기 잃어버린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내며 손톱으로 방문 한가운데를 온 힘으로 긁기 시작했다. 안간힘을 써도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 분명 꿈에서 깼는데도 북받친 그 감정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마치 현실에 있었던 일처럼 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별안간 눈물이 쏟아졌다. 누워있는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소리 내어 우는 일뿐이었다. 나도 그때의 내가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극도의 불안감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을까. 가족에게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나머지 그 절제된 감정이 꿈속에서나마 기어이 폭발한 것이었을까. 결국 답을 내리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한바탕 그렇게 울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사실 가족들에게 창피하기도 했다. 이만큼 나이 먹고도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는 게.

몸도 마음도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면에는 여린 아이가 존재하고 있는 듯했다. 마치 무릎을 최대한 가슴과 가까이 끌어당 고개를 푹 숙인 채 스스로 보호하려고 애 쓰는 아이가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눈물에 대한 기억을 빨리 털어버리기라도 하듯 평소보다 더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마인드셋을 했다.



불안과 걱정이라는 감정이 내 안에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도록, 행복한 순간순간을 마음껏 누리자고. 나는 더 감사하며 살 것이고, 과거의 일은 경험이고 좋은 추억이라 여길 것이다. 시간 낭비라고 여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들이 현재의 소중한 나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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