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詩.
오래된 열망을 놓자
삶 전체가 떠내려간다
큰 돌 하나 옮겼을 뿐인데
출입구에 걸린 머리칼과 기억의 조각들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오랫동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부어있다
지금 여기
너무 많은 좋은 것들이 있다
능력자가 되기에 충분한 책과 영상과 도구들로
세계는 꽉 차있다 거기에
나도 끼어 있다
이걸 하다 저걸 하다 만 포즈로
이도 저도 못하게 된 표정을 지으며
숨 쉬는 법을 배워야 할까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던가
부지런히 근육을 키워야 한다던데
찾아보면 의미 있는 순간들이 널려있다던데
타인에게 일러주던 말들이
매번의 날숨과 부딪친다
숨 쉬는 법부터 다시 배우자
가볍게 발끝으로 걷는 법을
어깨와 등을 곧게 펴는 법을
그리곤 따뜻한 밥을 지어먹자
오늘은 그것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