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숲섬 Aug 24. 2024

오늘은 권태

정은영 詩.


오래된 열망을 놓자 

삶 전체가 떠내려간다

큰 돌 하나 옮겼을 뿐인데


출입구에 걸린 머리칼과 기억의 조각들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오랫동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부어있다

지금 여기


너무 많은 좋은 것들이 있다

능력자가 되기에 충분한 책과 영상과 도구들로

세계는 꽉 차있다 거기에 


나도 끼어 있다

이걸 하다 저걸 하다 만 포즈로

이도 저도 못하게 된 표정을 지으며


숨 쉬는 법을 배워야 할까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던가

부지런히 근육을 키워야 한다던데

찾아보면 의미 있는 순간들이 널려있다던데

타인에게 일러주던 말들이 

매번의 날숨과 부딪친다


숨 쉬는 법부터 다시 배우자

가볍게 발끝으로 걷는 법을

어깨와 등을 곧게 펴는 법을

그리곤 따뜻한 밥을 지어먹자

오늘은 그것만 하자




이전 07화 종려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