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詩.
물속 깊이 고여든 빛은
들떠있던 젊은 날이 잃어버린 치기 같다
여름의 감정을 환한 수채水彩로 기억하고 있다
빛이든 어둠이든 상관없이
물고기들은 도착해 있다 살랑살랑
왔다가 머물고 싶기 전에 떠난다
비교도 편견도 없이
물로 존재하는 선선한 물고기들
물고기는 물의 유물이다
물의 밖에서도 안에서도
죽음의 환環 속에서도
마음은 쉽게 고이고 썩어
냄새를 감추려 갖은 방법을 고안하는데
그런 것도 그들에겐 무용하다
변하지 말아야 할 텐데
사라지지 말아 줘
그만한 열정이 없어
그만한 슬픔
그만한 비전도 없이
끝이 보이는 일이라야 마음은 덤벼든다
이번 생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는 결코 고단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