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詩.
밤의 거리에서 홍채는
마음에 드는 빛만 빨아들인다
부챗살처럼 펼쳐진 화려한 빛 번짐이
마음의 안전지대를 건드리며 참견한다
갓길을 가던 악어 한 마리 천천히 나를 따른다
큰 가지를 모두 베인 폭낭 한 그루
곁가지의 잎눈들 도로 얼어붙는다
악어는 딱딱 이를 마주치며 걷는다
잠시도 다른 쪽은 쳐다보지 않는다
걸을 때마다 바짝바짝 발을 들게 된다
악어가 추격하면 기어이 나는 쫓기고 만다
언덕을 오르며 사정없이 신발이 미끄러진다
악어는 나를 향해 커다란 입을 벌리고
이대로 악어 속으로 들어가 악어가 되는 걸까
긴급했다, 여기쯤, 문이 있어야 하는데
있어야 했지만 없는 문을 두드리며 다급한 동안
악어는 나를 통과하고 벽을 통과해 쉬지 않고 나아간다
딱딱 윗니 아랫니를 정확히 부딪치며
삼킬 수 없는 수수께낄 오독오독 씹으며
눈을 깜빡이지 않고도 악어는 소리 내어 웃는다
문은 없다 어디에도 악어가 없듯
눈알을 굴리며 보이는 것을 샅샅이 되짚어봐도
아무것도 흩어지는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