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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숲섬 Sep 14. 2024

소멸

정은영 詩


샴쌍둥이처럼 서로를 등진 채

장미가 시든다

유리잔에 전시된 세 송이

견고한 소외


말라가며 꽃들은

폭소를 택한다

새벽

정오

밤 누구도

불온하지 않게


일요일이 지나도록

잎은 빛의 소릴 채집한다

줄기는 팽팽히 물을 당긴다


바래고 찢어진 닭벼슬처럼

단칼에 잘린 절개를 추억하며


쏟아져도 장미는

장미인 채 웃는다

맹세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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