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詩
가정假定과 부재不在 속에 핀
미세한 보풀을 찾아
손톱을 세워 뜯는다
평형추는 어제보다 가벼워
떨거나 심지어 혼자서도 비틀거리지
무얼 지키던 중인지 모르고
내일을 꿈꾸지만
비가 와도 정화되지 않아
누구와도 공감하지 않아
함께하면 더욱 허기가 지고
나를 죽이고 싶은 나와
내가 죽은 내가 만나 만들어낸 침묵은
홍수 속에 우뚝 솟은 유일한 미끄럼틀
줄지어 매달린다
오르락내리락
태양은 높고
모자람 없이 빛나는데
은총의 빛을 받기 위해
열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이렇게 너는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