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詩
물고기 떼 지난다
물고기 스무 마리
밤의 스카프를 물고 온다
이름이 없어 너는
해초로 몸을 문지르고
눈을 뜬 채 서서 자는데
안전한 곳이라 행복해 보이고
그래서 언짢아 보이는
끝과 시작을
너는 앓았다
있음과 없음을 잇는
우로보로스
라디오에서 흐르는
사연을 헤치며
어항 속을 떠돈다 물고기
여덟 개의 꿈
망각의 세계는 화산처럼 타오르고
물고기 아흔 마리
고래 뱃속에서 눈을 뜬다
꼬리에 꼬리를 문 그들 안의 썰물이
빠르게 빠져나간다
후,
누군가 불어 끈 짙은 초 냄새
물고기 쉰 마리
서로를 의식하며
뜬 눈을 빛낸다
캄캄한 그믐의 동정을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