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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숲섬 Oct 12. 2024

침엽수림

정은영 詩


붉은 달을 베어먹고

돌아누워 있자니

서러운 짐승이다


그제 죽은 오소리가 운다

쪼삣대던 새들이 떠나고

향나무 껍질의 갈라진 틈으로

무너진 시간의 잇몸이 드러나 있다


물고기 한 마리

숲으로 뛰어든다


숨죽인 삭망朔望


이생이 무심히 기울어져도

자갈은 흙이 된다

이내 물기는 걷힌다


선회하던 매 한 마리

비껴가는 바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2019년 작 '침엽수림'을 마지막으로 {삶이 시가 되든 시답잖든} 시리즈의 시연재를 마칩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올리고 싶은 바램과 원래의 계획은 근사한 것이었으나 시를 오래 묵히고 고민하는 시간 없이 완성하고자 하는 마음에만 급급한 것 같아 시간을 가지며 원래의 패턴을 되찾아보려 합니다.


  '침엽수림'을 쓰던 2019년 여름 내내 침엽수림에 살았었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숲이 되어 눕고 숲속의 물고기가 되어 숨쉬고 바람을 가르는 매 한 마리가 되어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이렇게 고요하고 집요하게 집중하고 스며들고 싶습니다.


  짧은 휴식 후 다시 시와 삶에 대한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누군가 내 시를 읽어준다는 사실이, 게다가 '좋아요'라고 눌러준다는 사실이 늘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의 몸과 마음에 사랑과 평온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숲섬에서,

  정은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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