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詩
붉은 달을 베어먹고
돌아누워 있자니
서러운 짐승이다
그제 죽은 오소리가 운다
쪼삣대던 새들이 떠나고
향나무 껍질의 갈라진 틈으로
무너진 시간의 잇몸이 드러나 있다
물고기 한 마리
숲으로 뛰어든다
숨죽인 삭망朔望
이생이 무심히 기울어져도
자갈은 흙이 된다
이내 물기는 걷힌다
선회하던 매 한 마리
비껴가는 바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2019년 작 '침엽수림'을 마지막으로 {삶이 시가 되든 시답잖든} 시리즈의 시연재를 마칩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올리고 싶은 바램과 원래의 계획은 근사한 것이었으나 시를 오래 묵히고 고민하는 시간 없이 완성하고자 하는 마음에만 급급한 것 같아 시간을 가지며 원래의 패턴을 되찾아보려 합니다.
'침엽수림'을 쓰던 2019년 여름 내내 침엽수림에 살았었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숲이 되어 눕고 숲속의 물고기가 되어 숨쉬고 바람을 가르는 매 한 마리가 되어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이렇게 고요하고 집요하게 집중하고 스며들고 싶습니다.
짧은 휴식 후 다시 시와 삶에 대한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누군가 내 시를 읽어준다는 사실이, 게다가 '좋아요'라고 눌러준다는 사실이 늘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의 몸과 마음에 사랑과 평온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숲섬에서,
정은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