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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숲섬 Oct 05. 2024

물고기자리

정은영 詩



물고기 떼 지난다

물고기 스무 마리

밤의 스카프를 물고 온다  

   

이름이 없어 너는

해초로 몸을 문지르고

눈을 뜬 채 서서 자는데     

안전한 곳이라 행복해 보이고

그래서 언짢아 보이는


끝과 시작을 

너는 앓았다

있음과 없음을 잇는 

우로보로스     


라디오에서 흐르는

사연을 헤치며

어항 속을 떠돈다 물고기

여덟 개의 꿈

망각의 세계는 화산처럼 타오르고     


물고기 아흔 마리

고래 뱃속에서 눈을 뜬다

꼬리에 꼬리를 문 그들 안의 썰물이 

빠르게 빠져나간다   

  

후,

누군가 불어 끈 짙은 초 냄새     


물고기 쉰 마리

서로를 의식하며 

뜬 눈을 빛낸다

캄캄한 그믐의 동정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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