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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숲섬 Aug 17. 2024

종려나무

정은영 詩.


작은 나무곽을 연다

곽 안의 새장에서 백 살이 된 꾸꾸

정오의 낙과를 먹는다 하루 한 번

날개를 펼치고 날아간다


리코더를 부는 동안

종려나무에 대해 소녀는 말하고 싶다

약속의 징표로 시계를 나눴는데

내 것만 일찍 죽었지


극소량의 탄식을 받아 적는 오후

자고 나면 공책은 어제보다 작아져 이제

한 번에 한 글자만 겨우 눌러쓸 수 있는데


꾸꾸를 기다리며

종려나무를 그리는 소녀

종려나무를 모르는 채 하루 한 번


대추야자가 떨어진다

처음 본 내일이 열린다


한 음절의 원망과 바람과 안도를 물고

꾸꾸가 돌아온다


딹,

작은 곽이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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