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詩.
작은 나무곽을 연다
곽 안의 새장에서 백 살이 된 꾸꾸
정오의 낙과를 먹는다 하루 한 번
날개를 펼치고 날아간다
리코더를 부는 동안
종려나무에 대해 소녀는 말하고 싶다
약속의 징표로 시계를 나눴는데
내 것만 일찍 죽었지
극소량의 탄식을 받아 적는 오후
자고 나면 공책은 어제보다 작아져 이제
한 번에 한 글자만 겨우 눌러쓸 수 있는데
꾸꾸를 기다리며
종려나무를 그리는 소녀
종려나무를 모르는 채 하루 한 번
대추야자가 떨어진다
처음 본 내일이 열린다
한 음절의 원망과 바람과 안도를 물고
꾸꾸가 돌아온다
딹,
작은 곽이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