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섬타로} 매일 성장하는 우리를 위한 스무 번째 편지
발레 스트레칭을 해 온 지 벌써 7개월째다. 작년 초만 해도 오십견으로 두 팔을 쓰지 못했고 목과 허리도 디스크 초기 증상이 있어 3월 4월은 침대에 누워 지내기도 했다. 이렇게 지내면 진짜 큰일 나겠다 싶어 요가와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처음엔 팔을 들어 올리는 모든 동작을 거의 해낼 수가 없었다. 요가를 매일 해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띄엄띄엄 운동을 하다가 올해 3월 중순, 우연히 발레 스트레칭을 따라 해 보았는데, 손모양부터 발끝까지 신경 써야 하는 그 운동이 이상스레 재미있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30분짜리 영상을 반복해서 따라 했는데, 힘든 만큼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결국 한 달 뒤 4월엔 발레 슈즈와 타이즈, 작은 발레바를 구입하게 되었다. {매트 30분 분량 x 2회, 바워크 30분 분량 x 2회}로 구성된 홈발레 첫걸음 과정을 한 달이 넘게 되풀이했다. 머리꼭대기부터 발가락 끝까지 지켜야 할 규칙이 가득하고 곧고 바르게 펴기 위해 온몸에 힘을 줘야 하는 운동이었지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몸을 움직이고 거울을 통해 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재미에 폭 빠졌던 것 같다. 게다가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데도 한 번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 아, 이렇게 하라는 말이구나, 어려운 만큼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도 가입했는데, 보아하니 발레에 폭 빠지는 현상은 나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취미 발레인들이 엄청난 열정으로 발레를 사랑하고 매일 발레를 해오고 있었다.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그들의 사연과 팁에 용기와 위안을 얻으며 매일 발레를 했다. 매트에서 몸을 풀고 바워크만 해도 1시간은 훌쩍 지났고, 가끔은 1시간 30분까지도 열심히 연습을 계속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못하던 동작이 오늘은 될 때 마음이 벅찼다. 지난달 생일이 되었을 때, 레오타드를 갖고 싶다 했고, 생애 첫 레오타드를 입게 되었다. 집에서 혼자 하는 연습이었지만 꼭 타이즈와 발레슈즈를 신고 레오타드를 입은 채 거울을 보며 연습을 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내가 진짜 정확히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고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10월 초, 발레 카페에서 내가 사는 동네에서 발레학원에 다닌다는 분의 글을 보게 되었다. 가슴이 뛰었다. 3월에 내가 찾아보았을 때만 해도 다닐만한 곳이 없었는데, 4월에 댄스학원 2호점이 생기며 발레클래스가 생겼다고 했다. 첫 수업을 받겠다고 해놓고 얼마나 긴장이 되고 떨리던지. 용기를 내 레오타드를 입고 갔고, 수업은 시작되자마자 동작을 따라 하고 몸을 살피느라 바쁘게 무엇보다 즐겁게 보냈다. 1시간 반이나 되는 긴 수업 시간을 어느새 무리 없이 따라 할 만큼 체력이 좋아져 있었다. 위로 들어 올리기조차 힘들던 두 어깨는 이제 제법 대부분의 동작을 따라 할 정도로 부드러워졌고, 내 힘으로 힘차게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발레를 해오는 동안 체지방은 살짝 빠지고 온몸에 잔근육이 많이 생긴 몸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짧았던 허리도 제법 길고 가늘어져 있었다. 매일의 운동이 어느새 큰 변화를 만들어낸 걸 보니, 신기했다. 발레핏 광고 하는 걸 봤는데, 전혀 과장이 아니다. 발레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하고, 나를 긍정하게 하고, 나를 나답고 강인하게 만드는 최고의 운동이자 예술활동이다. 발레 예찬론자로 완전히 변신할 판이다. 지금도 모두에게 진심으로 발레를 권하고 싶다.
학원의 발레 선생님은 열정이 넘치는 분이셨다. 수업 시간 내내 수없이 발끝, 손끝, 어깨와 몸을 바로잡아주시고, 가르치고 반복하고 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분이시라 그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열정이 전염되는 것 같다. 작은 클래스의 수강생들은 발레가 너무 재밌어서, 어렵지만 계속하고 싶고 잘하고 싶다는 분들이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함께 배우고 뛰고 웃고 있는 지금이 꼭 꿈만 같다. 내 삶에 '발레'라는 특별함이 들어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렇게 큰 즐거움과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살아있단 사실이 감사했다. 하다 보면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때도 생기기도 하겠지만, 그런 마음까지 이겨내고 평생 하고 싶은 운동이다. 내 몸을 긍정하고 제대로 쓰임을 익히고 감각하고 배우는 발레를 만나는데 거의 평생이 걸린 셈이다. 물론 모르고 살다 죽었을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발레를 배워 정말 다행이다.
뭔가를 배우는 이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성장하고 질문하고 움직이는 사람에겐 활력과 호기심과 열정이 함께한다. 우리의 몸, 특히 근육엔 운동할 때마다 좋은 호르몬과 효소들이 생겨난다고 한다. 그 운동의 결과가 바로 '성장'이 아닐까 싶다. 적극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에게 삶은 평생에 걸친 순례길을 걷는 여행, 완벽한 상태를 꿈꾸며 끝없이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발레 활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으로 이름 붙이든 간에 지금이 좋다. 지금 이렇게 맘껏 좋아할 수도, 배울 수도 있어서, 기쁘고 행복하다. 당신이 무엇을 배우든, 무엇을 좋아하든 간에 당신 또한 그 일로 인해 오늘도 행복하고 행복했고, 활짝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