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섬타로} 연재를 마치며
2021년 읽다가 말았던 <나의 한국현대사>(유시민 저, 돌베개(2021)) 를 다시 집어 들어 펼쳤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백상진 김예찬. 루아크(2018))이란 책도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
전 국민이 계엄령 공포에 떨었던 무시무시한 11일의 시간을 지나 윤석열 탄핵 표결이 이루어진 다음날이었다. 전날 집회에 모인 국민들과 TV와 온라인에서 탄핵 본회의 의결 상황을 지켜보던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이제 탄핵이 되었다, 국민이 승리했다며 기뻐하며 자축했지만 다음날 정신 차려보니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직무정지가 되었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윤석열이고, 기다리던 긴급체포도 소환조사도 없었다. 여전히 권력의 눈치만 보는 검찰과 공수처, 경찰의 행태가 눈에 들어왔고, 오직 차기 집권에만 관심이 있다는 듯 상식을 벗어난 말과 행동을 뱉는 국민의힘(이하 내란동조한 파렴치한 죄가 있으니 내란당이라고 부르겠다)과, 지난 대선보다 더한 공격성을 띄고 이재명 깎아내리기에 열중하는 언론들을 보고 있자니 슬슬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게다가 윤석열은 담화를 통해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이들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모두가 100퍼센트 탄핵 가결이 될 거라 말해도, 이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설마 설마 하던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시국이다. 이들은 끝까지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이들이 손쓰는 대로 대한민국의 사법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몰려든다. 이게 나라인가? 대체 대한민국은 왜 이 지경까지 망가지게 된 것인가.
참으로 깔끔하고 정직한 국민들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카페에 값비싼 가방, 스마트폰, 노트북을 놓고 다녀도 되는 내 나라 대한민국, 예의 바르고 부지런한 민족성, 높은 교육열, 개성과 창의성이 강한 나라. 그러나 이 모든 특성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국가로서 존재한다는 전재하에 가능한 일이다. 단 하나 남은 분단국가, 전쟁의 위험이 늘 도사리는 곳,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이곳일 가능성이 높다고 늘 주목받는 곳.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분리수거를 잘하고 내 집을 깨끗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클린하우스에 쓰레기를 분리해 제시간에 내다 버리면 끝인 줄 알았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뉴스에서 문제거리를 보아도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해결될 거라 믿었다. 부정한 상황을 보아도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내 주위 사람들은 괜찮으니까, 저건 저 사람의 생각일 뿐이니까 우린 다르니까, 하며 지나쳤던 수만 가지 사소한 일들이 떠올랐다. 그 모든 일들, 마치 내가 하나하나 무심히 지나쳐버린 쓰레기들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쓰레기 태산을 이루며 나와 우리 마을 우리 공동체 전체를 쓸어버리려 밀려오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오늘의 이 사태는 세포 하나하나인 우리들 태도와 행동이 모여 이뤄낸 결과인 것을 결코 부정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제대로 숨이 넘어갈 뻔했다. 2024년에 독재국가라니, 계엄령이라니, 국회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다니. 미치광이가 대통령 하나가 아니라 군을 지휘하는 사령관들, 검찰 권력들, 언론, 사법부까지 정부 전역에 이 광기는 퍼져있었다. 그들은 왕을 모시듯 윤을 모시고, 이번 계엄이 성공하면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단 생각에 신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주의를 잃어버릴 뻔했던 대부분의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었다. 시민 개개인이 의식적으로 지켜보고 참여하고 비판할 때, 제대로 작동되는 연약하고 섬세한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악의 무리들의 권력 재탈환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힘 또한 국민의 절실한 외침에서 나올 것이다. 헌재에 가능한 한 빨리 정확한 판결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과 한 몸이던 검찰권력은 이 수사에서 반드시 손을 떼야할 것이다. 언론들은 이 사태가 누구의 편을 들 수조차 없는 무도한 헌법 유린임을 정확히 밝히고 제대로 된 보도로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 누가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를. 내 자유와 안전을 진심을 다해 지키고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를 두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타로리더로서 {숲섬에서 묻고 답하다}를 연재하며 참 많이 배웠고, 또 행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 개인적인 모든 일을 제쳐두고라도 이 사태가 제대로 마무리되는 것, 그리고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진정한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에 전력을 쏟고 싶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사랑하니까. 내 나라, 내 언어, 내 민족, 내 조국 대한민국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내 조카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이들이 오래오래 살아갈 터전이니까.
"미래는 내일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 이미 들어 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나와 미래가 된다. 역사는 역사 밖에 존재하는 어떤 법칙이나 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사람의 욕망과 의지가 만든다.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 순간 우리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우리 안에 만들어야 할 좋은 것의 목록에는 역사에 대한 공명도 들어 있다."
-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중에서
역사와 정치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공부하겠다.
잘못된 정보를 보면 댓글을 달고 신문사와 방송국에 항의 전화하겠다.
검찰과 경찰청에 전화하고 건의하겠다.
현재 윤의 탄핵을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국민의힘 당사에 전화하고 항의하겠다.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도움 될만한 의견이 있다면 제대로 일 하시는 의원님들께 건의하겠다.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할 것이고 여러뷴들과 공유하도록 글로 남기겠다.
집회가 있다면 최대한 참여하고 연대하겠다.
헌법재판소에 빠르고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겠다.
잘못된 사항을 발견하면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내 의견을 정확히 주장하고 제대로 알기 위해 공부하고 깊이 고민하겠다.
그 밖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동참해 주신다면 한없이 기쁠 것이다.
* 그동안 {숲섬에서 묻고 답하다}를 읽어주시고 사랑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 새로운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