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셔서 남편이 근무하는 서울 중심부의 종합병원에 다녀왔다.
병원 응급실은 놀랍게도 텅 비어있었고 환자는 우리 아버지 한분이었다. 입원실로 올라가니 병상은 군데군데 비어 한산했다.
환자가 왜이렇게 없냐는 내말에 다들 더 좋은 병원을 찾아가서 늘 이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병원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단다.
지방에 병원을 둔다고 사람들이 과연 거기서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으려 할까?
전공의들의 파업을 두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환자를 버리고 떠났다고 비난을 한다. 간이 콩알만한 나도 그럼 입원환자들이나 수술환자는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었는데, 결국 그 빈자리는 병원의 전임의 선생님과 교수님들이 직접 채우고 있단다. 원래 전공의가 받던 수술 동의서를 교수님이 직접 받으러 다니기도 하고 전공의가 들어갈 수술 보조는 전임의 선생님이 대신하고 있단다. 남편이 일하는 병원은 전문의들의 토요일 근무를 늘리는 식으로 의료 공백을 없애려 하고 있다.
현 문제의 핵심은 배관이 막혔을때 배관공이 여기가 문제라고 알려주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배관공 수를 늘려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있다. 배관공수가 문제가 아니라고 해당 전문가가 계속 말하는데 아무도 듣지를 않는다. 의사증원을 확대하자고 강경하게 말하며 지지율이 오르고, 최근의 이슈를 덮을수 있게 된 정부는 신이 나서 더 밀어붙이고 있고, 그간 고소득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일부 국민들은 이김에 의사 소득을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밥그릇 싸움이라고 주장하는 말이 개인적으로 가장 억울한 부분인데, 사실 나를 포함한 현재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밥그릇은 향후 십년뒤 늘어날 전문의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을것이다. 이미 그즈음엔 50대 중후반으로 새로 나올 의사와 경쟁을 할일은 없을것이고, 대부분 은퇴를 준비할 시기이다. 내 밥그릇이 문제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일어날 문제들이 염려가 될뿐이다.
의사를 늘린다고 필수의료가 살아나진 않을것이고, 지방 소외 지역에 의료가 보장되진 않을것이다. 지방대학 총장들은 증원에 찬성한다고 하는데, 서울 살던 학생이 지방 의대를 갔다가 그 지역에서 계속 의사생활을 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그래서 지역 균등으로 지방에 사는 학생을 우선 배정하자는 말도 나오는데, 과연 어려운 의대 과정의 공부를 무사히 마칠수 있을지, 준비없이 증원된 대학의 커리큘럼을 밟고 제역할을 할 의사가 될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외 반응들이 신기하게 네이버나 다음 메인에서는 잘 안보이더라. 의사와의 갈등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외국에서 볼땐 미개한 어느 작은 나라의 폭력, 탄압으로 비춰지는거 같아 마음이 아프고 챙피하다. 더이상의
폭력을 멈춰주길… 좀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방법들을 대화로 풀어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