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으면 슬퍼할 한명의 사람이 여기 있어요
분명 잘지내고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긴 했어도 지금 준비할 것이 명확했고, 꽤나 순탄하게 실력을 쌓고 준비중이었다. 1주마다 봅시다에서 시작해서 4주마다 봅시다로 바뀌기까지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두달 이내에 새로운 직장에 취직할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마지막 진료를 보고 헤어졌다.
예약날도 아닌데 나타난 그녀.
갑자기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급한 마음에 병원에 왔단다. 며칠 못본 사이 그때 내가 알던 그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수척해지고 푸석푸석한 얼굴로 느릿느릿 겨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런 급작스런 변화에 자신도 놀라고 답답하다고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집에서 뛰어내려볼까, 칼로 손목을 그어볼까 고민하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원에 왔다는데 이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나를 떠올려준것, 그냥 허망하게 가버리지 않고 살아보자는 생각에 병원을 찾아준게 너무나도 고마웠고, 정말 고맙다고 진심으로 말해주었다.
그 며칠 사이 그녀에게 새로운 일이 벌어진건 아니었다. 정말 잘 유지되던 기분이 취업에 대한 불안, 자신에 대한 불신, 정말 잘하고 있는건가, 내가 취업할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갑자기 몰려오면거 걷잡을수 없이 그냥 죽어야겠다까지 가버렸고, 그 생각에서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럴수 있다. 정말 그럴수 있다고 그간 불안한 마음을 잘 달래며 씩씩하게 잘해왔다고 내심 기특하게 생각해왔다고 말해준다. 이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취업하고나면 언제 그랬지 싶을정도로, 며칠전 좋았던 그때로 돌아갈것이라고 잠시의 우울감으로 위험한 선택은 하지 말자고 설득해본다. 정들었던 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의사 역시 큰 슬픔에 잠기게 된다는, 나 역시 힘들거라는 비밀스러운 속마음도 터놓게된다.
무기력해서 병원 나오는것도 힘들다는 이야기에 “병원이라도 나와봅시다!!“하고 이틀치의 약을 처방해준다.
“저 안죽을테니 일주일치만 주시면 안될까요?”하고 협상하지만 어림없다.
“우리 자주 보고 꼭 다시 회복되어요!!”
이틀뒤,
오기로 한 환자는 오지 않고, 10분, 20분 시간이 흐른다.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오고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도착했다는 알림이 온다.
“아이쿠~ 무슨일 난줄 알고 심장 철렁했잖아요~~” 솔직한 내 표정과 말투에 환자는 옅은 웃음을 보여준다. 안심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자주 만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조금씩 회복의 길로 가고 있다.
대견하게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있다고, 힘들때 충동적으로 시도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에 아무것도 이룬게 없는 느낌이 들때 내가 없어지면 슬퍼할 사람이 한명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