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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l 18. 2024

아이와 병원 나들이

어쩌다 보니 한 달에 한번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게 된 첫째 아이.

우리는 그날을 데이트의 날이라 칭하고, 주사가 아플 법도 한데 아이는 그날이 오길 기다린다. 끝나고 엄마와 둘이 가는 카페와 서점에 좀 더 큰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학교 끝나자마자 운전 못하는 엄마 덕에 버스나 택시로 이동을 한다. 버스가 금방 도착하는 날은 택시를

안 타고 버스를 타서 행복해하고, 택시를 타는 날은 평소 못 타는 택시를 타니 기뻐한다.

병원에 자주 가다 보니 소아청소년과에 가서 이름을 말하고 키를 재고 체중을 재고 혈압을 재는 과정이 착착착이다.


오늘은 경과를 봐야 해서 피검사도 있는 날. 잠시 울상을 짓지만 무려 다섯 통의 피를 씩씩하게 뽑는다. 바로 아빠에게 전화해서 이 대단한 소식을 전하라는 말과 함께.


리뉴얼된 병원 카페의 인테리어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이며 빵과 우유를 먹고 서점으로 향한다. 동화책 몇 권과 문구를 고르고 잠시 필통 앞에서 아쉬움을 보인다. 오늘 고생했으니 필통도 사줄게~ 하자 해사하게 웃으며 고마워하는 딸.


집에 가는 길은 늘 고민을 한다. 버스를 타고 싶은 딸과 택시를 타고 싶은 엄마. 고생했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가자 하며 폭우를 뚫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이렇게 빗속을 걸어본 게 얼마였나 싶다. 우산을 썼으나 쫄딱 젖은 서로를 보며 깔깔대며 걷는다.


처음 주사를 맞게 되었을 때 아이가 받을 스트레스와 매달 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이를 어쩌나 막막했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병원 가는 날을 즐겁게 느끼는 것을 목표로 하니 그날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즐거운 날이 되었다. 우리는 주사로 좋아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한 달에 한번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아픔과 고통으로 느껴질 일들을 이렇게 더 큰 행복으로 바꿔 보는 경험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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